
서울 종로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주민 간 공개 질의응답 자리에서 정점으로 치달았다. 25년간 지연됐던 세운4구역 재개발을 놓고 문화유산 보존과 주거권 보장이라는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국면으로 번진 것이다.
“대법원 판결까지 수십년 기다렸는데 왜 또 막느냐”
주민 반발은 점점 거세졌다. 대법원이 세운4구역 정비사업에 대해 “절차상 하자가 없고, 종묘 경관 보존을 이유로 전면 제한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한 만큼 행정기관에서 이를 이행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세운4구역 인근 상인 김모 씨은 “저는 장사동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2010년에 건물이 헐리고 세입자들이 다 쫓겨났는데, 그 후로 25년간 아무 진척이 없었다”며 “그동안 지주 중 100명 넘게 세상을 떠났고, 청장님은 우리를 한 번이라도 찾아왔느냐”고 따졌다. 또 다른 주민은 “대법원이 인정한 사업을 왜 막느냐”며 “유네스코보다 우리나라 법이 우선”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허 청장은 “제가 부임한 지 100일밖에 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주민과 만나서 충분히 듣겠다”고 답했지만, 주민들은 “이미 늦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유산청장 “후손에게 떳떳하게 유산 물려줘야”
한 주민은 “문화재청이 매달 회의하면서 2층씩 줄여 결국 반토막을 냈다. 누가 그런 사업을 하겠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20년 발목 잡은 손해배상하고 가라” “문화재 중요시한다면서 우리 생사는 안 보이느냐”고 항의했고, 일부는 “유네스코 팔지 마세요”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끝내 허 청장 “후손에게 떳떳하게 유산을 물려줘야 한다”며 “서울시와 유네스코,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논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우린 더 이상 기다릴 여력이 없다”며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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