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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노벨과학상 수상자/그래픽=최헌정
"우리나라도 시류와 상관없이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연구를 지원하는 세심한 R&D(연구·개발) 정책이 필요합니다."
2025년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발표된 후 국내 기초과학자들의 평가다. 한국에서도 노벨상급 연구가 나오려면 R&D 시스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6~8일 사흘에 걸쳐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노벨물리학상, 노벨화학상 등 의과학 분야 수상자가 발표된 가운데 메리 브랑코(64) 미국 시스템생물학 연구소 수석프로그램매니저, 프레드 람스델(65) 미국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 과학고문, 사카구치 시몬(74) 일본 오사카대 석좌 교수가 면역세포인 '조절 T세포'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또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의 지평을 연 존 클라크(83)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 교수, 미셸 데보레(72) 미국 예일대 교수, 존 마르티니스(67) 미국 산타바바라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이산화탄소 포집 등 기후 위기 대응 기술의 초석이 된 'MOF'(금속유기골격체)를 최초로 개발한 기타가와 스스무(74) 일본 교토대 교수, 리처드 롭슨(88) 호주 멜버른대 교수, 오마르 야기(60)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특히 일본은 올해 의과학 분야에서만 '2관왕'을 달성하며 1949년 이후 76년간 노벨상 수상자 31명을 배출한 국가가 됐다. 이중 과학 부문 노벨상 수상자는 총 27명이다.
새로운 과학 강국으로 부상 중인 중국에서도 유력한 노벨과학상 후보가 올해 거론됐다. 매년 노벨상급 연구자를 추려 발표하는 학술정보회사 클래리베이트는 장 타오 중국과학원 교수를 유력 후보로 꼽았다. 중국 본토 출신의 장 교수는 단일 원자 촉매 연구의 권위자다. 올해 수상은 불발됐지만, 에너지 효율화 분야의 원천 기술로 자리 잡은 만큼 수상이 머지않았다는 시각이 나온다.

2024년 12월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 /사진=뉴시스
반면 한국 출신 과학자의 이름은 수년째 언급되지 않고 있다. 2020년 나노입자 분야 석학인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가 클래리베이트에서 지명된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앞서 2014년에는 나노다공성 탄소 물질 분야 전문가인 유룡 KAIST 명예교수가, 2017년에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권위자인 박남규 성균관대 종신교수가 유력 후보로 꼽힌 바 있다.
국내 물리학계 한 교수는 9일 머니투데이에 "양자컴과 관련한 연구가 현재 물리학계의 가장 큰 관심사인 만큼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 노벨상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의 원천 기술을 비롯해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수정하는 오류정정 기술에서 획기적인 발견이 나오면 수상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같은 성과가 우리나라에서 나오려면 미국의 선진 기술을 따라잡는 데 온 역량을 모으기보다 각 연구자의 독특한 연구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 R&D 시스템상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야기 교수와 MOF를 공동연구한 김자헌 숭실대 화학과 교수는 "노벨상급 연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는 선행 연구가 별로 없다.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연구자에게 실패란) 다음 연구비를 따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라고 했다.
또 "일본이 화학 분야에서 꾸준히 노벨상을 받는 건 오랜 시간에 걸친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이 누적된 결과"라며 "실패 가능성이 높더라도 약간의 가능성이 보이는 혁신적 연구를 꾸준히 지원하는 연구 문화를 정착시키면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급 연구가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