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한국 중장년층 이상이 '딸이 좋다'고 말할 때, 그것은 딸의 '기능'이 좋다는 것이지 딸의 '존재'가 좋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냉장고의 기능에만 관심이 있지 냉장고의 행복에는 관심이 없는 것과 같다.txt
45,457 615
2025.09.10 10:33
45,457 615

부모가 남들이나 다른 가족 구성원한테는 그러지 않으면서 유독 딸에게만 일방적 '공감 능력'을 요구한다고 힘들어하는 딸들이 많다. 다른 곳에서는 똑부러지는 모습을 보이던 딸들도 가족 내 최고 권위자이자 '효' 사상이라는 한국 최고의 윤리적 당위를 등에 업은 부모들의 비난이나 실망에는 예민해져 부모의 리액션 셔틀이 되어버리곤 한다. 막상 딸들 입장에서는 전혀 반갑지 않은 이런 한국식 '딸 선호' 트렌드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이 '공감'이 건강한 범주가 아니라는 것이다. 건강한 종류의 공감은 명백히 서로 독립성을 인정하는 두 개인이 상대방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공감 능력이 높은 딸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부모는 대개 강한 나르시시즘을 가지며, 나르시시스트가 원하는 공감이란 상대방이 자신의 부속품이 되는 것을 말한다. 

 

공감은 상대방의 의견에 덮어놓고 찬성하고 복종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그 둘을 동일시한다. 자식이 부모에게 공감한다면 부모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다 해 줄 것이라고,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이것은 낮은 자율성, 학습된 무기력, 착한아이 증후군, 노예 근성 등을 높은 공감 능력으로 사기 포장해놓은 것에 불과하다.

 

두 번째로는 '공감 능력' 때문에 딸을 선호하는 이들은 딸의 기능을 좋아할 뿐이지 딸의 존재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의 기성세대 부모의 딸 상찬에는 대개 딸이 공감 능력이 높아 자신들을 잘 보살펴 준다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예전 시대의 남아 선호 사상에도 아들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져 줄 것이라는 현실적 기대가 포함되어 있기는 했으나, 그래도 남아 선호 사상에는 아들이 '대를 잇는다', '그저 든든하다'는 존재론적 이유 역시 상당한 지분을 차지했다. 여아 선호와 남아 선호의 결정적 차이가 여기에 있다. 여아 선호에는 남아 선호처럼 존재 자체에 대한 선호가 없다. 
 
다시 말해 현재 한국 중장년층 이상이 '딸이 좋다'고 말할 때, 그것은 딸의 '기능'이 좋다는 것이지 딸의 '존재'가 좋다는 것이 아니다. 기능은 존재와 달리 대체 가능한 것이며, 혹여나 대체가 쉽지 않다고 해도 존재에 대한 애정과 그 성질이 같을 수는 없다. 우리가 냉장고의 기능에만 관심이 있지 냉장고의 행복에는 관심이 없는 것과 같다. 남들에게는 딸을 자랑하기 바쁜 부모가 막상 딸에게는 함부로 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무뚝뚝해서, 표현을 못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딸의 기능만 좋을 뿐 딸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호감이 없기 때문에 잘해주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것이다.

 

밖에서는 전혀 씨알도 안 먹힐 자기만의 세계관을 가장 만만한 자식에게, 특히 딸에게만 세뇌시키는 경우도 많다. 밖에서 무시당하니까 필사적으로 한 명이라도 자신의 수족으로 만들기 위해 더 그러기도 한다. 이런 세상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사이비 종교 조직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이런 이상한 종교의 1인 신도가 되어주면 시간이 갈수록 본인의 정체성과 사고방식이 망가지고 나아가 사회 생활도 망가진다.
 
환경이란 무서운 것이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되지' 하면서 아무리 분별력을 가지려고 해도 수십 년에 걸쳐 끊임 없이 틀린 말을 듣다 보면 세뇌당하는 경우가 많다. 도움 되는 짓만 하고 살아도 쉽지 않은 인생에서 왜 그런 손해 나는 짓을 하고 사는가? 본인이 환경 영향 안 받는답시고 꾸역꾸역 역풍을 견디는 것은 숭고한 노력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내면화한 노예근성이다. 그러니까 가족이든 누구든 억지로, 일방적으로 공감해주려고 할 필요는 없다. 사람의 감정도 엄연히 개인의 귀중한 자산이자 권리이며 함부로 요구하는 것은 선을 넘는 짓이다.
 
(공감의 자매품으로 리액션 역시 마찬가지로 함부로 해주지 말아야 한다. 영혼 없는 리액션도 마찬가지. 누군가가 당신의 감정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때부터 당신은 셔틀 노릇이 당연한 존재가 되며 존중받을 수 없다.)

 

출처: https://dirtmentalist.tistory.com/177 [흙멘탈리스트:티스토리]

2023년에 포스팅한 글인데 지금 읽어도 유의미해보여 가지고 왔음

목록 스크랩 (36)
댓글 61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체험단] 톤28 말차세럼 아닌 글로우 크림 앤 세럼 체험 이벤트 (50인)💚 200 03.06 6,12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937,25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886,12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916,90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216,927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64,27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507,11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26,73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0 20.05.17 8,634,48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517,68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02,711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12272 이슈 이동휘 - Stars (뮤지컬 <레미제라블> 中) [더 시즌즈-10CM의 쓰담쓰담] | KBS 260306 방송 10:00 7
3012271 이슈 댓글 반응 안좋은 애프터스쿨 멤버들 클럽 썰 푼 가희 2 09:59 540
3012270 이슈 다인원 이용해서 4:4 안무 대칭/ 의상 활용하는 하츠투하츠 1 09:57 231
3012269 이슈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항의하다가 끌려가는 군인 09:57 153
3012268 유머 일단 왔으니까.. 들어와봐 09:57 63
3012267 기사/뉴스 이재룡, 세 번째 음주 사고…강남서 음주운전 중 중앙분리대 충돌 5 09:56 355
3012266 이슈 몰카범 잡아 경찰 표창 받았던 고등학생 커서는 12 09:55 1,001
3012265 유머 아버지만 보급형 핸드폰 사줬다는 디시인 5 09:55 717
3012264 기사/뉴스 지난해 친밀한 남성에 살해된 여성 137명… 살인 미수 252건 1 09:54 122
3012263 유머 김신영이 유도를 그만둔 이유 2 09:53 609
3012262 이슈 산란기때는 까마귀와 물까치가 예민할 수 있으니 파상풍접종 안 하신 분들은 주의 1 09:51 488
3012261 이슈 팬들 의상 불만 후 피드백한것같은 아이브 블랙홀 막방 무대 의상 15 09:50 1,417
3012260 유머 과제에 ai 쓰는 학생들 걸러내는 방법.jpg 2 09:48 1,444
3012259 이슈 "2000가구 아파트 맞은편에 발암 땅이?" 송도 한복판 흉물 된 28만평 09:48 668
3012258 이슈 프랑스의 마크롱대통령, 프랑스는 이 전쟁에 참여 , 개입 안 한다고 발표 09:48 329
3012257 이슈 고양이들 옆에 같이 누워서 보고있으면 아기곰 노래가 절로 나옴 너의 곁에 있으면 나는 행복해 어떤 비밀이라도 말할 수 있어 16 09:45 812
3012256 이슈 잘 사는 집안들이 사업실패, 도박 말고 재산을 날려먹는 의외의 루트 46 09:39 4,861
3012255 기사/뉴스 “1년도 더 지났는데” 제주항공 참사 현장서 유해 7점 추가 발견 12 09:38 2,203
3012254 기사/뉴스 '월간남친' 유치한데 멈출 수 없다, 도파민 터지는 '로코'의 맛 [OTT리뷰] 15 09:38 777
3012253 유머 떡볶이집 사장님의 칸트 2 09:37 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