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판사 책임’ 언급한 임병렬 청주지법원장 추가글
발부 사유 국민설득에 불충분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영장에 대해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책임이 없나”는 글을 올렸던 임병렬 청주지법원장(사법연수원 15기)이 또다시 댓글을 통해 영장 재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재판을 통해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발부한 조치가 피의자의 인권 보호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판사들이 “영장 재판 판사들이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 “재판독립 침해 소지가 있는 위험한 주장”이라고 맞받아치면서 법원 게시판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임 법원장은 지난 20일 공수처의 내란죄, 직권남용죄 수사의 문제를 지적한 백지예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글에 댓글 형식으로 “검찰이 내란죄에 대한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겠다고 한다면 이는 공수처에게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만약에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공수처에서 청구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들은 아무 책임이 없는 것인가요”라고 했다.
이 글에 대해 성금석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선례가 전혀 없는 미증유의 영역이라 하급심에서 헛발질을 하다가 큰일 치르게 된다. 제발 신중하게 재판업무 처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임 법원장은 이 글에 대해 21일 댓글 형식으로 “그래서 제가 일선 판사들의 보호를 위해서 대법원과 대법관님들에게 전체 회의를 열어서 확실한 법률해석을 부탁드렸던 것”이라며 “내란죄로 기소되고 대법원에 와서야 1심과 2심이 잘못됐다는 판단을 한다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나”고 물었다.
그러자 류영재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판사가 “대법원의 최종 해석이 어찌됐던 영장 관련 판단들을 한 판사들에 대한 책임조치(?)가 내려져서는 안 된다”며 “영장재판을 하신 판사님들이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르지 않았다는 취지로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적인 다툼에 대한 피의자의 법적 절차에 따른 방어권을 존중하여 주는 것 외에 다른 어떤 대안이 가능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황운서 수원지법 부장판사도 “장래 후폭풍을 가정하여 염려하면서 매우 위험한 주장을 단언하고 헌법상 재판독립 원칙에 반하는 추궁까지 하시니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발부사유인 ‘증거인멸의 우려’ 국민설득에 불충분”
그러자 임 법원장은 다시 댓글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상세히 밝혔다. 그는 “이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는 다르다. 아직 공수처에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있는지 여부는 논쟁의 여자기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확립된 형사절차에 의한 경우라면 판사가 내린 결론에 대해 이의를 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과 관련해 부적절한 것이 분명하지만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는 미확정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신 구속에 관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어느 한쪽의 의견을 취하고 이에 대해 판사가 내린 결론이니 별도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라는 헌법 규정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경우 법관이 취할 양심은 첫번째가 피의자의 인권보호”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대법원이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한다면 현직 대통령에 대해 내려진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에 대한 재판이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류영재 판사님 말씀대로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에 대해 한번이라도 고민한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임 법원장은 “판사들이 상대해야 하는 것은 대법원도 동료판사도 아닌 국민”이라며 “아무리 영장재판도 재판상 독립이 보장돼야 한다고 해도 국민이 의혹을 갖고 있다면 이것을 해소해줄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신청한 영장재판은 아직껏 유례가 없었던 사건이다. 그런 경우에도 일반 형사범과 같은 잣대로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일반 국민이나 이 사건을 바라보는 법조인들에게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임 법원장은 서부지법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15자(字)로 사유를 밝힌 부분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국민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렇다면 발부하건 기각하건 왜 그런 결정을 하였는지 밝혀주는 것이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하였다는 외관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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