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랄 만큼 천박함’…가요계 신뢰 깨뜨린 하이브의 민낯 [SS초점]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CEO가 유감을 표했더니, 의장이 등판(?)했다.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혹평이어도 ‘일을 열심히 했구나’라고 생각할 내용이면 이해라도 한다”는 자조섞인 한탄도 나왔다. 스노우볼처럼 커지는 이른바 ‘하이브 엑스파일’ 얘기다.
하이브엔터가 작성해 산하 레이블 최고책임자끼리 돌려본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 파문이 일파만파다. 방시혁 의장이 문건 작성자에게 공유 대상자를 추가하라고 지시한 이메일이 30일 공개돼 파문은 더 커졌다. 논란 발생 엿새 만인 29일 하이브 이재상 CEO가 공식사과했지만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문건을 작성한 것만으로도 경악할 일인데, 이른바 고위 책임자들이 매주 돌려본 사실이 드러나 가요계, 특히 아이돌 기획사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빼앗아버렸다.
더 놀라운 점은 일명 ‘얼평’ 일색이라는 것.
상도의도 없고, 글로벌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한 아티스트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찾아보기 어렵다. 문건 일부를 읽은 업계 관계자는 “누가 누구 외모를 지적하는가”라며 아연실색했다.
사과 직후 방시혁 의장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책임론이 다시 부상했다. 가뜩이나 민희진 전 어도어 CEO와 법적분쟁, 이른바 뉴진스 사태 등으로 K팝 이미지를 실추한 하이브는 ‘부끄러운줄 모르고 호박씨 까는 집단’이라는 낙인까지 찍힐 위기에 처했다. 내부문건이 언론에 흘러나오는 정황을 보면 법적분쟁과 무관치 않다는 합리적 추론도 가능한데, 이 또한 자초한 일이다. 집안 단속 실패로 모든 성과를 부정당할 위기에 처한 셈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K팝 위기론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 빌미를 하이브가 제공한 것이라는 비난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덕관념 결여는 대중문화 산업에서는 치명타다. 신뢰를 쌓는 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몰락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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