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中
밀려드는 그리움을 어찌할 수 없어
명치 끝이 아파 올 때면
가슴이 온통 그대로 가득 차
감당할 수가 없다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고
보고 싶다는 생각에
온몸이 눈물로 젖는다
사랑하지 말 걸 그랬다
그대 나에게 올 때
외면할 걸 그랬다
그대 단 한 번이라도 꼭 안으면
이 모든 아픔은 사라질 것만 같다
용혜원, 밀려드는 그리움
널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어
그 정도까지 내 사랑이 깊었는 지도 모르겠고
다만 참 좋은 애였다고 남겨두고 싶어
원태연, 안녕 中
이 도시만큼 괜찮은 무덤도 없을 거야
너만큼 편안한 수갑도 없을 거야
네 안에 있으니 따뜻해졌어
날 조이지 마 나한테 매달리지 마
그렇다고 날 떠나면 되겠니
나를 잡아, 나를 놔
나를 잡아
신현림, 나를 잡아, 나를 놔 中
너의 긴 속눈썹이 되고 싶어
그 눈으로 너와 함께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
네가 눈물 흘릴 때
가장 먼저 젖고
그리움으로 한숨 지을 때
그 그리움으로 떨고 싶어
언제나 너와 함께
아침을 열고 밤을 닫고 싶어
류시화, 속눈썹 中
숨막히게 아름다운 세상엔 늘 나만 있어서
이토록 아찔하다
허연, 안에 있는 자는 이미 밖에 있던 자다 中
누가 내게
"당신은 그를 얼마나 사랑하나요"
하고 묻는다면
나는 외면하며 "손톱만큼요" 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돌아서서는
잘라내도 잘라내도 평생 자라나고야 마는
내 손톱을 보고 마음이 저려
펑펑 울지도 모른다
왕구슬, 손톱깎이
모든 말들
부질없다는 거
알면서도
나는 너에게
속삭여주고 싶다,
꽃피자고
노래하자고
김현옥, 말 中
처음부터 그대는 백지였다
쳐다만 봐도 말문이 막히고
하얀손수건처럼 자꾸만 서러워졌다
처음부터 그대는
내가 아무것도 쓸 수 없었던 백지
최옥, 그대 아무것도 쓸 수 없는 백지같은
너는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입을 벌린다
그것은 내게 없는 표정
어쩜 저렇게 환할까
송승언, 커브 中
사람은 많은데 그 사람은 없다
길상호, 터미널에서 낚시질 中
너는 이 세계에 내가 살아 있었다는 증거다
이이체, 트럼펫의 슬픈 발라드 中
너의 다정함의 온도는
36.5도를 넘기고
내게 화상을 입힌다
김우석, 다정함의 온도
너는 스물아홉에 영원이 되고
나는 어느새 일흔 고개에 올라섰구나.
.
.
너의 영원한 젊음 앞에서
이렇게 구질구질 늙어가는 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그냥 오기로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할 수야 있다만
네가 나와 같이 늙어가지 않는다는 게 여간만 다행이 아니구나.
너마저 늙어간다면 이 땅의 꽃잎들 누굴 쳐다보며 젊음을 불사르겠니.
문익환, 동주야 中
인생이 추울 때 너를 만나
나를 꽃으로 대해 준 네가 고맙다
하금주, 만남 中
안그래도 보고 싶어 죽겠는데
전화벨만 울려도
눈물이 날 것만 같은데
원태연, 비까지 오다니
너 죽은 후에도 노을은 저렇게 붉고 아름다울 것이다
무심하게, 다만 무심하게
권혁웅, 너 죽은 후에도 노을은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로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 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윤동주, 눈 오는 지도 中
그냥 그대로
죽고 싶을 때가 있다
더 이상을 바라지 않을 시간
더 이하를 바라지 않을 시간에
그대로 멈춰
꽃잎처럼 하르르 마르고 싶을 때가 있다
이수익, 꽃잎처럼
사진출처 텀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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