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초호화 캐스팅에 믿고 보는 감독의 각본과 제작이라는 허물만 남았다. 좋은 요소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연출과 캐릭터를 온전히 표현하지 못한 배우의 연기력이 매력을 확 떨어뜨렸다. '전, 란' 이야기다.
지난 1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전, 란'(감독 김상만)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박찬욱 감독이 각본 및 제작에 참여한 작품으로,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진선규 김신록 정성일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제작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여기에 OTT 작품으로는 최초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영화는 양반과 몸종이라는 계급을 뛰어넘어 우애를 나눴지만, 결국 그 계급으로 인해 오해가 쌓이면서 다시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된 종려와 천영의 갈등 구조를 중심으로 달려 나간다.
여기에 임진왜란이라는 시대를 배경 삼아 계급 갈등을 한층 더 확장해 보여준다. 존엄한 용상의 주인이지만 그 누구보다 나랏일은 뒷전이며 자신의 안위에만 몰두한 선조와 천대받는 노비지만 왜군과 싸우는 의병대들의 대비가 꽤나 흥미롭다.
그러나 영화는 그동안 임진왜란을 다룬 영화에서 한 틈도 발전하지 못한 모양새다. 모든 전개들이 예상 가능하다는 점, 특히 극 초반 깔아 둔 겐신(정성일)의 최후가 꽤나 맥없이 그려진다는 점에서 흥미가 떨어진다.
양반과 노비, 왕과 신하, 여기에 왜군까지 여러 캐릭터들을 통해 다양한 신분 관계들을 널러 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주제 의식에 대한 연출자의 생각의 깊이가 굉장히 얄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무엇보다 천영과 종려의 갈등을 마무리하는 장면은 그간 두 사람이 치열하게 갈등했던 것과는 다르게 너무나 급작스럽고 단순하게 묘사해 아쉬움을 자아낸다.
또한 극 초반에는 꽤나 메시지와 캐릭터를 그려나가는 방식에서 어둡고 무게감 있게 달려가다가 중반부부터는 그저 활극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어쭙잖은 블랙코미디 요소가 극 전체와 매끄럽게 붙지 않아 발생한 패착이다. 일례로 왜군과 조선인의 말을 우스꽝스럽게 통역하는 부분을 반복하며 억지웃음을 자아내는 부분은 '전, 란'의 매력도를 크게 반감시킨다.
장면의 배치도 몰입도를 저하하는 요소 중 하나다. 종려와 천영의 과거 장면이 수시로 튀어나오는데, 장면 간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 몰입을 방해한다.
액션신에 꽤나 힘을 준 듯하지만 이마저도 산만하다. 특히 후반부에 천영과 종려, 겐신이 펼치는 3인 액션신은 시도는 좋았으나 완성도는 난잡해 아쉬움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메인 캐릭터인 천영을 연기한 강동원의 연기력이 아쉽다. 액션신은 여타 작품으로 증명해 왔던 것처럼 훌륭히 소화했으나, 정작 중요한 천영의 감정선을 표현하는 데에는 다소 연기력이 부족하다. 사극에 맞지 않는 강동원의 꽉 막힌 발성 때문에 천영이 입을 열 때마다 산통을 깬다.
그동안 넷플릭스가 공개한 한국 오리지널 영화와 비교하면 나쁘지 않은 완성도다. 하지만 개별적으로는 아쉬움이 다소 남는 것도 사실이다. 스크린으로 봤을 때에도 이런저런 아쉬움이 들었는데, 넷플릭스 공개 후 스크린 보다 작은 TV, 모바일 화면으로 볼 관객들은 '전, 란'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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