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 강동구 암사시장 인근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며 주변 상인 등에게 돈을 빌린 후 야반도주한 박모(여·66) 씨가 2003년 세 사람이 무참히 살해된 채로 발견된 ‘삼전동 방화 살인사건(삼전동 사건)’의 유력 용의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주 이후 행방이 묘연한 박 씨는 현재 지명수배된 상태다.(문화일보 2023년 12월 1일자 12면 참조)
서울지역 장기 미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삼전동 사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던 박 씨와 암사시장 사기 사건의 박 씨가 동일인물이라고 27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삼전동 사건은 2003년 송파구 삼전동 작은 반지하 빌라에서 박 씨의 아들 전모(당시 25세) 씨, 딸 전모(당시 22세) 씨, 딸 전 씨의 약혼자 김모(당시 29세) 씨가 불 탄 집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된 사건이다. 박 씨의 남편은 자매가 어릴 때 사망했고, 당시 남매는 박 씨와 함께 살고 있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박 씨는 사건 당일 알리바이가 불투명하고, 사망한 딸의 손안에 있던 13가닥의 머리카락에서 모계 쪽 DNA가 발견되면서 유력 용의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경찰은 고통에 몸부림치던 딸이 스스로 머리를 잡아 뜯은 것이라고 판단해 박 씨를 입건하지 않았고, 사건은 미제로 남았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머리카락 일부로도 모계 쪽인 것은 밝힐 수 있지만 화재로 모근이 손상됐을 경우 특정인을 지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박 씨는 사건 발생 6개월 전 남매 앞으로 생명보험을 들었고, 자녀들이 사망한 후 약 3억 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2004년에는 순댓국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모집하는 등 체인점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본보 취재 결과 박 씨는 ‘암사시장 사기’ 이전에도 2건의 유사 사기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기 혐의로 박 씨를 추적하고 있지만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지난 5월 14일 전국에 지명수배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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