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편지와 법정진술 충돌, 최태원 주장 신빙성 의문”
재판부는 ‘혼인관계’ ‘신뢰관계’를 언급하며 최 회장을 여러 차례 질타했다. 최 회장이 2013년 노 관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가 김희영(티앤씨재단 이사장)에게 (당시 남편과) 이혼하라고 했고, 아이도 낳으라고 했다. 다 내가 시킨 것’이라고 적고, 아이들에게 보낸 옥중편지에선 “종교적 신념에 의해 김희영이 낳은 혼외자와 같이 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이후 다른 형사사건에서 법정 증언 등으로 “나는 김희영의 이혼소송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 걸 짚었다. 김 부장판사는 “두 진술이 배치되고, 법원에서 거짓 주장을 했든 혹은 자녀들과 노 관장에게 ‘종교적 신념에 의한 선택’이라고 한 설명이 거짓이든 둘 다 심각한 문제”라며 “원고 주장의 신빙성에 전반적으로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후 최 회장의 횡령 사건과 연루되는 김원홍이란 인물도 “김희영이 전 남편과 2008년 6월 미국에서 이혼할 때 판결문에 김희영의 직업이 김원홍이 투자하던 중국 상하이 소재 기업 직원으로 적혀있다”고도 했다. 2008년 이전에 이미 부정행위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고, 김원홍을 통해 직업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고 보면서 ‘김희영은 최태원을 통해 김원홍을 알게 된 것’이라는 최 회장의 그간 설명이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김희영이 배우자인 양 부정행위 공식화… 배우자 권리 침해”
재판부는 2013년 노 관장에게 보낸 최 회장의 편지에 대해 “혼인관계 유지·존속을 좌우할 정도로 결정적 내용인데, 원고(최 회장)가 혼인관계를 존중했다면 도저히 이렇게 쓸 수 없었을 것”이라며 최 회장이 혼인관계를 등한시했다고 지적했다. 지속적 부정행위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혼인 파탄이 노 관장 책임이라고 주장하며 2022년 1심 판결 이후 경제적 지원도 중단한 데 대해 “원고가 부부간 의무 이행을 충실히 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언론에 김희영을 공개한 다음 자신의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마치 김희영이 배우자와 유사한 지위인 양 상당기간 부정행위를 계속 공식화했다”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헌법이 보호하는 혼인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십수 년간 배우자인 노 관장의 권리를 현저히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대리인단은 “당연한 결론”이라며 반색했다. 노 관장 측을 대리한 김기정 변호사는 “잘못한 사람이 피해자에게 주는 금액이니까 재판부가 최 회장이 크게 잘못했다고 보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노 관장 측 대리인단이 받게 될 성공보수도 역대급일 거라는 예상이 많다. 사건 규모나 계약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판결금의 2~3% 정도 성공보수가 최대치로 여겨지고 소송 금액이 클수록 비율은 더 줄이는 경우가 많다. 노 관장의 경우 2조원을 청구한 거액의 소송인 만큼, 많아야 1% 혹은 그 이하의 비율로 성공보수를 약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게 법조인들의 중론이다. 1%일 경우 138억원, 이를 4개 법무법인이 나눠가지면 각 법인당 34억 5000만원이다. 다만 이런 성공보수 약정금은 판결 확정 시 받게 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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