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인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지체장애 1급 이야
현재는 병이 많이 진행되어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어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면 부모님이 이제 60대이신데 점점 나를 케어해 주시는 걸 힘들어하시는 게 보여서
부모님의 편안한 노후와 내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나라에서 지원하는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받아서 자립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어
그래서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본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원룸을 구해서 계약을 하고 지금 약 두 달 정도 생활하는 중인데
한 달쯤 살았을때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어
집주인한테 연락이 와서 방을 빼달라고 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이유를 물어보니까
내가 장애인인지 몰랐다 왜 미리 고지하지 않았냐 그러더라
일단 계약을 이미 마친 상태이고 나가라고 한다고 해서 내가 나갈 의무는 없으니까 그냥 살려고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관리인의 괴롭힘이 시작되었어 아래는 관리인이 나한테 한말들이야
1. 휠체어를 탄 채로 엘리베이터에 타지마라 흠집이 난다 고장 나면 책임질 거냐, 이 엘리베이터는 사람이 타는 거지 휠체어가 타는 게 아니다.
엘리베이터가 작고 내 휠체어는 눕는 형식의 휠체어다 보니까 길어서 약간 닿기는 하는데 고장이 날 정도는 아니야
택배기사들도 짐 가득 싣고 잘만 타는데 그런데 나는 휠체어가 없으면 이동을 못하는 상태인데 타지 말라는 건 계단으로 다니라는 소리잖아?
내가 어떻게 계단으로 다녀..
2. 왜 장애인인걸 숨기고 입주했냐 이거 사기 아니냐 장애인인 줄 알았으면 절대 계약 안 했다.
계약할 때 어머니가 도와주시긴 했지만 부동산에 내 상태를 충분히 설명했고 다 인지 된 상황에서
집을 구했던 건데 갑자기 이러니까 당황스럽네
근데 내가 장애인인걸 뭐 하러 숨겨? 애초에 금방 들킬 거고 숨기는데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리고 법적으로 내가 장애인인 사실을 집주인에게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건가?
이 밖에 자잘하게 눈치주는 것도 여러가지 있는데, 여태 그냥 버티자 식으로 지냈지만 갈수록 힘이 드네
이제는 장애가 죄인가 싶은 생각까지 들어서 너무 슬프다
그냥 집주인 뜻대로 조용히 이사를 가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이런 부당한 대우를 참고 사는 게 맞는 걸까?
전에 글 쓰고나서 개붕이들의 뜨거운 관심과 응원에 힘입어 KBS 사회부 이희연 기자님과 "취재가 시작되자"를 시전했어
9월초에 취재를 했었는데 오늘 KBS 9시 뉴스에 보도 되는걸로 연락을 받았어
기사 :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82419
결국에는 쫓겨나서 다른 원룸으로 이사를 해서 지금은 잘 지내고 있어 집주인분도 좋으셔서 여러 가지로 신경 써 주시고 좋아
너무 힘들어서 하소연 식으로 쓴 글인데 다들 자기 일처럼 걱정해 주고 응원해 주고 조언도 해줘서 잘 버틸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나는 장애인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사람이 사람을 차별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확실히 피부로 느낀 건 처음이고
이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거부당한다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운 건지 처음 알았어 그리고 옛날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차별이 만연해 있는 게 현실이더라..
나는 장애인은 사회적 약자니까 너희들은 당연히 우리를 배려하고 도와야 해 이런 호의와 배려를 권리로 아는 건 아주 잘못돼 있는 거라고 생각해
다른 비장애인들의 작은 배려와 관심 위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하거든 장애인도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게 당연한 거고
개붕이들도 장애가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어렵고 불편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조금의 배려와 관심으로 다가와 주면 좋겠어
우리 함께 차별 없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가보자
출처
그냥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