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개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홀드백(Hold Back)’ 기간을 ‘극장 개봉 후 6개월’로 규정할 계획이다. 정부가 앞으로 지원·투자하는 작품에 이같은 규정을 먼저 적용한 뒤 향후 한국영화 전체로 대상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구독형 OTT로 넘어간 한국영화 대부분이 개봉 후 약 1~3개월 만에 공개돼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문체부 관계자는 “영화 제작사, 투자·배급사, 극장 등 업계 관계자들과 아직 협의를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규정의 세부 내용에 대한 합의를 거쳐 다음달 최종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IPTV 등에서 건당 요금을 내고 보는 개별구매 상품(TVOD)은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다. 소비자가 최신 영화를 사실상 무료로 감상하는 경우만 일단 막겠다는 것이다. 또 관객 10만명 미만, 제작비 30억원 미만 등 소규모 작품에 대해서는 예외 규정을 둘 예정이다.지난해 10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3’와 ‘서울의 봄’도 포함된다. 지난해 10만 관객을 넘어선 일반 한국영화 37편 중 OTT에 공개된 작품이 24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지원작의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문체부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조7400억원의 정책금융을 마련하는 만큼 정부 지원작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업계의 홀드백 준수 문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다. 관건은 업계 합의안 도출이다. 예를 들어 배급사가 홀드백 준수 시 극장에서 상영 기간을 늘려 주거나, OTT사가 직접 투자·제작한 한국 영화는 홀드백 기간을 단축시켜 주는 등의 세부 규정이 필요하다.
다만 홀드백 준수 의무를 법제화하더라도 모든 영화에 대해 일괄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는 실정이다. 극장가에서 예상 외로 큰 흥행을 거두지 못한 작품들의 경우, 홀드백 기간이 길면 길수록 OTT에 넘기기도 어려워져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오리지널 시리즈나 투자를 통해 한국 영화를 제작해온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사들의 지속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예외 규정을 둘 수 밖에 없다. 이는 제작비 규모가 작은 독립·예술 영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배급사라고 해서 최대한의 마진을 위해 무조건 OTT로 작품을 빨리 넘겨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여전히 매출 규모나 파급 효과가 가장 큰 극장에서의 작품 상영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면서도 “다만 작품별로 사정이 조금씩 다른 부분은 고려가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홀드백 의무화가 한국 영화산업 회복의 근본 대책이 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배우로 활동하는 박근수 인천대 공연예술학과 교수는 “홀드백을 제도화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극장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홀드백은 최소한의 장치로 두고 콘텐츠의 다양성과 질을 높일 수 있는 각종 지원을 확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망 사용료에서 일정 비율을 떼는 식으로 OTT사들도 영화발전기금을 내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