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 1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다. 강진 직후 발생한 화재로 건물 200동이 사라지면서 이시카와, 니가타현 등에서 955개 대피소에서 5만7360명이 대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동일본 대지진 당시 경험담을 공유하며 대피소에서 성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SNS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누리꾼 A씨는 'SOS'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자고 있을 때나, 화장실에 갈 때 여자들끼리 붙어 다녀야 한다"며 "동일본대지진 때에도 많은 분이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인 B씨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당시 중년 남성에게 강간과 절도를 당했다"며 "귀중품이 들어있는 가방은 항상 착용하고 있거나 숨기고, 범죄가 발생하면 급소를 때려 자신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B씨는 신체 급소 위치를 알려주는 사진을 함께 첨부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SOS' 해시태그를 포함한 대피소 내 성폭행 주의 글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지난 2일 X(옛 트위터) 일본 실시간 트랜드에는 'SOS', '피난소 성폭행 예방', '피난소 성폭행', '피난소에서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키자' 등이 주요 검색어 10위권에 올랐으며, '피난소에서 성폭행을 피할 수 있는 법'을 제목으로 한 글은 3일 오전 10시 기준 재게시 1만회, 좋아요 2.8만회, 북마크 546회를 달성했다.
앞서 2011년 3월 11일 오후 일본에서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은 태평양 앞바다에서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해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한 사건이다. 당시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을 대상으로 상습적 성폭행이 일어났다는 증언이 나왔고, 일본 공영방송 NHK는 2021년 '묻힌 목소리들'이라는 제목으로 대피소에서 성범죄 피해를 본 여성들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해당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C씨는 "지진으로 남편이 사망한 후 대피소장으로부터 성행위를 강요받았다"며 "대피소장이 수건이나 음식을 줄 테니 밤에 자신에게 오라며 (성관계를) 노골적으로 강요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D씨는 "여러 남성에게 몹쓸 짓을 당했다. 이런 사실을 주변에 알렸다가 살해당할까 봐 두려웠다"며 "죽어도 바다에 버려져 쓰나미에 휩쓸려 죽었다는 핑계를 댈 것 같아 알릴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동일본대지진으로부터 9년이 지난 2020년 2월, 2013년~2018년 사이 여성 전용 상담 라인인 '동행 핫라인'에 접수된 36만여 건의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 3현(▲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에서 상담의 50% 이상이 성폭력 피해에 관한 내용임이 확인되기도 했다. 특히 10~20대 젊은 여성 층의 피해는 약 4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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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20대였던 또 다른 여성은 “대피소에 있던 남성들의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며 “어두운 곳에서 여성을 붙잡고 옷을 벗겼지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은 너무 어려서 도와줄 수 없다며 다들 못 본 체했다”고 진술했다. (동일본지진 다큐 얘기)
한 트위터 이용자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대피했을 때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가까이 다가와 누워 있는 수상한 사람이 있어 무서웠다. 주변 어른들이 주의를 줬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구호물자인) 생리용품을 받자 모르는 남자가 히죽히죽 말을 걸었다. 냅킨이나 속옷은 주위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해서 갖고 있어라”고 조언했다. 성별과 관계없이 아이들을 홀로 두지 말라는 경고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