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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성매매 엄마, 법원도 선처한 이유는 [법조인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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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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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기다리던 손님이었다. “5시간에 35만원, 가능한가요.” 고민에 빠졌다. 8개월 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였다. 일을 나갈 때마다 아이를 봐주던 친구도 그 날따라 답이 없었다.

조바심이 났다. 손님을 놓치면 생활고가 심해질 게 분명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일을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성매매 여성이자 동시에 엄마였다. “네, 가능해요.”


그녀는 아이에게 젖병을 물리고 고정용 롱쿠션을 받쳤다. 그리고 ‘일’을 나갔다. 성매수남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친구로부터 도착한 문자메시지. “병원에 와 있어서 지금은 아기 봐줄 수가 없는데. 일단 상황 보고 얘기해줄게.”


그녀는 당황했지만 돌아가지 않았다. 돈이 너무 급해서였다. 아이 분윳값도, 기저귓값도 없었다. 공과금마저도 연체된 상황이었다. 친구가 곧 찾아갈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다.

두 시간 후, 친구가 그녀의 집에 찾았다. 집은 조용했다. 아이는 숨을 쉬지 않았다. 롱쿠션이 얼굴로 떨어지면서 질식한 것이었다. 친모인 그녀는 성매매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치사와 성매매 양형으로 집행유예는 이례적이었다. 선처를 내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재판부가 주목한 건 ‘그녀의 삶’이었다


그녀는 20대 성인이 되면서부터 몸을 팔아서 생계를 꾸렸다. 전문대를 졸업해 소박한 직장에서 성실히 일하고 싶었으나 며칠 안 돼 해고 통보를 받기 일쑤였다. 지능이 남들보다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장애인 등록증만 없지 정상적이지도 평균적이지도 않은 사고를 지녔다”, “대화가 어눌하고 판단력이 부족하다.” 그녀에 대한 주변인들의 평이었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그녀가 있었다. 법은 “장애인이 아니다” 라며 지원을 거부하고, 사람들은 “장애인”이라며 손가락질을 해 이중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녀를 받아주는 곳은 성매매 업소가 유일했다. 공장에서 여러 번 잘린 후 서울 영등포에서 성매매를 시작했다. 전국 각지를 전전하며 성매매로 생계를 유지했다.


2020년 12월이었다. 35살의 그녀가 임신했다. 친부는 누군지 알지 못했다. 성매수 남 중 하나라고 추정만 할 뿐이었다. 가족들은 그녀의 임신 소식을 알고 낙태를 권했다. 그녀는 거절했다. “아이를 너가 혼자 어떻게 키우냐”는 말에 가족들과 왕래도 끊어버렸다. 그녀가 온전히 사랑할 유일한 존재가 아기였기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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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kg’

아이는 미숙아였다.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고립된 그녀였지만, 아이에게 만큼은 정성을 쏟았다. 기초생계급여와 한부모 아동양육비로 다달이 주는 137만원으로 살림을 이어갔다. 그녀의 정성 덕분인지, 아이는 또래 아이 평균의 발육으로 커가고 있었다. 아이의 몸에는 어떤 학대의 흔적도 없었다.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기에는 100만원 남짓한 돈은 턱 없이 부족했다. 아이가 커가면서 분윳값은 더욱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저귓값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다시 성매매에 나서야 했다. 아기를 굶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2022년 5월 21일, 아기는 그렇게 8개월 짧은 생을 마쳤다. 고통 속에서 아기는 마지막까지 엄마를 찾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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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김천지원 제1형사부는 집행유예로 그녀를 선처했다. 그녀의 절박한 삶에는 우리 사회의 일정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오랜 기간 경력이 단절된 미혼모로서 홀로 육아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던 피고인이 구직활동을 통해 정상적인 다른 직업을 얻어 필요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취약 계층을 적절히 보호하지 못한 우리 사회 책임도 있다.” 실제로 그녀는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복지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검찰도 항소를 포기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지난 2월 주요신문 사회면 단신으로 실렸다. 대문짝만하게 실린 유력정치인들의 머리기사도, 1면에 실린 주요 경제뉴스도 짤막한 이 기사보다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재판을 심리한 이윤호 부장판사의 이름을 다시 새겼다. 그녀의 삶의 고단함, 떠난 아이를 떠나 보낸 애통함, 이를 헤아린 재판부의 그 마음이 고마워서였다.


법원에 대한 신뢰는 절박한 삶을 살아가는 시민에 대한 공감에서 시작된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중략)


반짝이는 흰 눈을 보며 그녀는 아기의 빛나는 눈동자를 떠올릴 것이다. 구세군의 종소리에서 아이의 까르르 웃음소리를 들을 것이다.

성탄의 축복이 모두와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 아기를 잃은 그녀도, 하늘에서 엄마를 기다릴 그 아이도, 그녀의 상처를 보듬은 이윤호 판사도, 메리 크리스마스.



https://naver.me/5MSqdxj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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