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더 글로리] 김은숙이 영혼 갈아서 쓴 것 같은 학폭 피해자 '문동은(송혜교)' 대사
67,435 382
2023.12.10 01:17
67,435 382


tiYBgX


연진아 그거 아니? 네 딸은 거꾸로 보는 세상을 좋아하는 거.
세상이 거꾸로인 순간엔 모든 색이 헷갈려도 이해받기 때문일까.



단 하루도 잊어본 적 없어.
어떤 증오는 그리움을 닮아서 멈출 수가 없거든.



흉터는 가렵고 생리통으로 배는 끊어질 듯 아프고
그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약국은 9시에 열고 한강은 20분만 걸으면 된다.
물은 차가울 거고 그럼 다 편해질 거야.
너무 가렵지 않을 거야. 그게 어디야. 이게 맞을 거야.



매일 생각했어 연진아. 난 너를 어디서 재회해야 할까?
모든 것을 가진 네가, 세상 누구도 두렵지 않을 네가
순간이나마 내가 두려울 곳은 과연 어딜까?
아무리 생각해도 거기뿐이라 60 제곱미터의 나만의 체육관 말이야.
난, 아주 말캉하고 뽀얀 네가 제일 아끼는 고데기를 들 거야 연진아.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파상은 파상으로 때린 것은 때림으로 갚을지니'
글쎄, 그건 너무 페어플레이 같은데요. 여러분.



결혼 진심으로 축하해 연진아. 미안하지만 축의금은 준비 못 했어.
근데 뭐, 인생의 경조사가 결혼식만 있는 건 아니잖아.



2015년 그해 봄이 난 참 좋았어.
난 두 번의 도전 끝에 임용에 붙었고  고맙게도 엄마가 됐으니까.
가을에 태어날 니 아이의 이름을 난 백 개도 넘게 지어 봤어.
건배도 내가 대신했어. 타락할 나를 위해, 추락할 너를 위해.



아침마다 날씨 채널을 봐요.
예년보다 포근한 날씨의 겨울을 난동이라고 한대요.
겨울철 짙은 안개는 세밑 한파 뒤 찾아오는 난동이 원인이고.
지들은 따뜻하니까 밖이 얼마나 추운 줄도 모르고 한갓지고 그저 해맑고.



오늘부터 모든 날이 흉흉할 거야.
자극적이고 끔찍할 거야.
막을 수도 없앨 수도 없을 거야.

나는, 너의 아주 오래된 소문이 될 거거든.



남의 고통에 앞장서던 그 발과 나란히 걸은 모든 발,
남의 불행에 크게 웃던 그 입과 입 맞춘 모든 입.
비릿하던 그 눈과 다정히 눈 맞춘 모든 눈,
조롱하고 망가뜨리던 그 손과 손 잡은 모든 손,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기뻐하던 너의 영혼.
난 거기까지 가볼 작정이야, 연진아.
용서는 없어, 그래서 그 어떤 영광도 없겠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연은 단 한 줄도 없었어.



궁금해라. 내 몸은 이미 다 망가뜨렸고,
내 영혼도 이미 부서뜨렸고 가 뭘 더 할 수 있는데?
예솔이 전학? 꿈도 꾸지 마. 내 전근, 생각도 하지마.
넌 지금부터 그냥 당하는 거야. 내가 그랬던 것처럼.



사과하지 마. 사과받자고 10대도, 20대도, 30대도 다 걸었을까.
넌 벌 받아야지. 신이 널 도우면 형벌, 신이 날 도우면 천벌.



무지개가 왜 일곱 빛깔인지 이해할 수도 없고,
과일이 익어가는 것도 눈치챌 수 없는

누군가의 세계를 난 외려 격려했어 연진아.



난 네가 시들어가는 이 순간이 아주 길었으면 좋겠거든.
우리 같이 천천히 말라 죽어 보자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그런 순간들 말이야. 누군가를 좋아하고 좋아해도 되는
그런 순간들이 삶인 거면 내가 살아 있던 날들은 과연 며칠이나 될까 연진아.



좋겠어요, 선배는.
초콜릿 상자 같은 유년이었을 거고, 구김 하나 없는 좋은 어른으로 커서.
그렇게 입바른 소리만 해도 세상 살 만해서.



제가 거짓말했어요. 찌개를 끓이는 그런 저녁은 오지 않아요.
이모님은 선아를 잃게 되실 거예요. 하지만 선아는 안전하겠죠.
폭력을 행사하는 아빠한테서도, 죽음을 공모한 엄마한테서도.
우리가 공모한 건 그런 거예요.



당해봐서 아는데 각오를 했어도 이런 폭력은 많이 아파요.



그동안 감사했어요.
이젠 살고 싶었던 세상으로 가세요.
그곳에서 나의 이모님 말고
강현남으로 사세요, 명랑하게.



흉터는 시도 때도 없이 가렵고 아리고 뜨거울거야.
나도 그랬거든.
내가 복수를 왜 하는지 알아?
18년 동안 너희가 나를 잊었더라?
그래서 하는 거야, 기억되려고.
너도 기억되고 싶은 누군가가 생겼지?



나는 우리의 끝이 내가 세상에 있든 없든
너의 세상이 온통 나였으면 좋겠어.
살아 숨 쉬는 모든 순간, 뼈가 아리게, 억울해하면서.



 도와주는 거 아냐.
어디서 살든 어떻게 살든 이만큼은 짊어지고 살아.
그리고, 나 이제 더는 그 복도에 서 있지 않아.
그러니까 너도, 그 체육관에 더는 서 있지 마.



억울하긴 나도 마찬가지야.
이봐, 신은 날 돕지 않는다니까. 고작 형벌?
그러니 어떡해. 이 감옥이 너의 지옥이길,
평생 넌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지옥에서 오래오래 살아주길 계속 비는 수밖에.


그건 내가 할게. 날 죽이는 건 내가 할게. 그러니까 우린, 이제 그만... 안녕.
죽이고 싶었던 나의 연진아, 안녕.
이게 내 마지막 편지야.
그 외 여러분도 안녕히.
당신들도 나처럼 뜨거웠기를. 쓰리고 아팠기를.



한때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누가 됐든 뭐가 됐든 날 좀 도와줬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열여덟 번의 봄이 지났고
이제야 깨닫습니다.
저에게도 좋은 어른들이 있었다는 걸.
친구도 날씨도 의 개입도요.
그리고 봄에 죽자던 말은
봄에 피자는 말이었다는 걸요.
저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잘 크진 못했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어느 봄에는 활짝 피어날게요.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목록 스크랩 (107)
댓글 38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센허브 x 더쿠🌿] 에센허브 티트리 컨트롤 인 카밍 앰플 체험 이벤트 261 05.01 47,120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864,822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413,306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180,13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592,002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670,16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4 21.08.23 3,515,46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368,14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51 20.05.17 3,075,349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651,426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8,020,68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01510 이슈 마에스트로🪄 작두챌린지 왁킹ver. (마네퀸 왁씨&윤지) 14:19 16
2401509 이슈 🚨🚨태안 마검포 노을숲 캠핑장에서 잃어버린 강아지 짜루 찾습니다 🚨🚨 14:19 55
2401508 이슈 어린이날 기념으로 올라온 갓세븐 영재 사진 2 14:18 65
2401507 이슈 다시봐도 어이없는 정총무가 쏜다 계기.jpg 10 14:16 872
2401506 팁/유용/추천 브로드웨이 뮤지컬 버전으로 pain the town red 부르는 도자캣.twt 4 14:15 132
2401505 이슈 자매같았던 아이바오♥︎푸바오 11 14:15 559
2401504 이슈 어디든 올리는 족족 스워중인 싼타페 vs 쏘렌토 2 14:15 216
2401503 이슈 재산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방시혁 하이브 의장 3 14:15 968
2401502 이슈 스테이씨 박시은 : 나는 아빠한테 무슨 딸이야? 1 14:14 273
2401501 이슈 과장 아니고 진짜로 걸그룹 댄스 원탑 확정이라는 데뷔 예정 걸그룹 멤버.jpg 14 14:13 1,680
2401500 기사/뉴스 ‘하수관 알몸 시신’ 전말…발작으로 응급실 갔다 실종 26 14:10 3,014
2401499 유머 오디션 프로 트레이너의 본업 모먼트 4 14:09 865
2401498 이슈 신동엽이 진심으로 조언해주는 신인 아이돌의 자세 3 14:09 1,035
2401497 이슈 비 오는 어린이날 티맵 1, 2, 3위 20 14:08 1,513
2401496 이슈 하이디라오 10만원권이 사녹온 팬들 역조공 23 14:06 2,287
2401495 이슈 어린이날기념 <바로엔터> 진구 ,변우석 ,공승연 ,이유미 ,이홍내 ,김상흔 ,이수경 ,방효린 ,박문아 ,이진이 사진 업뎃 Happy Children‘s Day🎠🩷 6 14:06 526
2401494 이슈 오늘 UFC에 복귀한 레전드 조제 알도 ㄷㄷ...GIF 14:05 183
2401493 이슈 택배차에 어린이 숨진 아파트 현재 상황 97 14:04 10,148
2401492 이슈 잠자리 준비하는 강아지 5 14:03 1,000
2401491 이슈 여자의 앞머리를 잘 모르는 아재들.jpg 28 14:02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