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더 글로리] 김은숙이 영혼 갈아서 쓴 것 같은 학폭 피해자 '문동은(송혜교)' 대사
68,999 383
2023.12.10 01:17
68,999 383


tiYBgX


연진아 그거 아니? 네 딸은 거꾸로 보는 세상을 좋아하는 거.
세상이 거꾸로인 순간엔 모든 색이 헷갈려도 이해받기 때문일까.



단 하루도 잊어본 적 없어.
어떤 증오는 그리움을 닮아서 멈출 수가 없거든.



흉터는 가렵고 생리통으로 배는 끊어질 듯 아프고
그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약국은 9시에 열고 한강은 20분만 걸으면 된다.
물은 차가울 거고 그럼 다 편해질 거야.
너무 가렵지 않을 거야. 그게 어디야. 이게 맞을 거야.



매일 생각했어 연진아. 난 너를 어디서 재회해야 할까?
모든 것을 가진 네가, 세상 누구도 두렵지 않을 네가
순간이나마 내가 두려울 곳은 과연 어딜까?
아무리 생각해도 거기뿐이라 60 제곱미터의 나만의 체육관 말이야.
난, 아주 말캉하고 뽀얀 네가 제일 아끼는 고데기를 들 거야 연진아.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파상은 파상으로 때린 것은 때림으로 갚을지니'
글쎄, 그건 너무 페어플레이 같은데요. 여러분.



결혼 진심으로 축하해 연진아. 미안하지만 축의금은 준비 못 했어.
근데 뭐, 인생의 경조사가 결혼식만 있는 건 아니잖아.



2015년 그해 봄이 난 참 좋았어.
난 두 번의 도전 끝에 임용에 붙었고  고맙게도 엄마가 됐으니까.
가을에 태어날 니 아이의 이름을 난 백 개도 넘게 지어 봤어.
건배도 내가 대신했어. 타락할 나를 위해, 추락할 너를 위해.



아침마다 날씨 채널을 봐요.
예년보다 포근한 날씨의 겨울을 난동이라고 한대요.
겨울철 짙은 안개는 세밑 한파 뒤 찾아오는 난동이 원인이고.
지들은 따뜻하니까 밖이 얼마나 추운 줄도 모르고 한갓지고 그저 해맑고.



오늘부터 모든 날이 흉흉할 거야.
자극적이고 끔찍할 거야.
막을 수도 없앨 수도 없을 거야.

나는, 너의 아주 오래된 소문이 될 거거든.



남의 고통에 앞장서던 그 발과 나란히 걸은 모든 발,
남의 불행에 크게 웃던 그 입과 입 맞춘 모든 입.
비릿하던 그 눈과 다정히 눈 맞춘 모든 눈,
조롱하고 망가뜨리던 그 손과 손 잡은 모든 손,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기뻐하던 너의 영혼.
난 거기까지 가볼 작정이야, 연진아.
용서는 없어, 그래서 그 어떤 영광도 없겠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연은 단 한 줄도 없었어.



궁금해라. 내 몸은 이미 다 망가뜨렸고,
내 영혼도 이미 부서뜨렸고 가 뭘 더 할 수 있는데?
예솔이 전학? 꿈도 꾸지 마. 내 전근, 생각도 하지마.
넌 지금부터 그냥 당하는 거야. 내가 그랬던 것처럼.



사과하지 마. 사과받자고 10대도, 20대도, 30대도 다 걸었을까.
넌 벌 받아야지. 신이 널 도우면 형벌, 신이 날 도우면 천벌.



무지개가 왜 일곱 빛깔인지 이해할 수도 없고,
과일이 익어가는 것도 눈치챌 수 없는

누군가의 세계를 난 외려 격려했어 연진아.



난 네가 시들어가는 이 순간이 아주 길었으면 좋겠거든.
우리 같이 천천히 말라 죽어 보자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그런 순간들 말이야. 누군가를 좋아하고 좋아해도 되는
그런 순간들이 삶인 거면 내가 살아 있던 날들은 과연 며칠이나 될까 연진아.



좋겠어요, 선배는.
초콜릿 상자 같은 유년이었을 거고, 구김 하나 없는 좋은 어른으로 커서.
그렇게 입바른 소리만 해도 세상 살 만해서.



제가 거짓말했어요. 찌개를 끓이는 그런 저녁은 오지 않아요.
이모님은 선아를 잃게 되실 거예요. 하지만 선아는 안전하겠죠.
폭력을 행사하는 아빠한테서도, 죽음을 공모한 엄마한테서도.
우리가 공모한 건 그런 거예요.



당해봐서 아는데 각오를 했어도 이런 폭력은 많이 아파요.



그동안 감사했어요.
이젠 살고 싶었던 세상으로 가세요.
그곳에서 나의 이모님 말고
강현남으로 사세요, 명랑하게.



흉터는 시도 때도 없이 가렵고 아리고 뜨거울거야.
나도 그랬거든.
내가 복수를 왜 하는지 알아?
18년 동안 너희가 나를 잊었더라?
그래서 하는 거야, 기억되려고.
너도 기억되고 싶은 누군가가 생겼지?



나는 우리의 끝이 내가 세상에 있든 없든
너의 세상이 온통 나였으면 좋겠어.
살아 숨 쉬는 모든 순간, 뼈가 아리게, 억울해하면서.



 도와주는 거 아냐.
어디서 살든 어떻게 살든 이만큼은 짊어지고 살아.
그리고, 나 이제 더는 그 복도에 서 있지 않아.
그러니까 너도, 그 체육관에 더는 서 있지 마.



억울하긴 나도 마찬가지야.
이봐, 신은 날 돕지 않는다니까. 고작 형벌?
그러니 어떡해. 이 감옥이 너의 지옥이길,
평생 넌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지옥에서 오래오래 살아주길 계속 비는 수밖에.


그건 내가 할게. 날 죽이는 건 내가 할게. 그러니까 우린, 이제 그만... 안녕.
죽이고 싶었던 나의 연진아, 안녕.
이게 내 마지막 편지야.
그 외 여러분도 안녕히.
당신들도 나처럼 뜨거웠기를. 쓰리고 아팠기를.



한때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누가 됐든 뭐가 됐든 날 좀 도와줬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열여덟 번의 봄이 지났고
이제야 깨닫습니다.
저에게도 좋은 어른들이 있었다는 걸.
친구도 날씨도 의 개입도요.
그리고 봄에 죽자던 말은
봄에 피자는 말이었다는 걸요.
저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잘 크진 못했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어느 봄에는 활짝 피어날게요.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목록 스크랩 (103)
댓글 38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바이오던스🩷 ] #핑크콜라겐 #핑크젤라또 NEW 클렌징 2종 체험 이벤트 457 03.09 75,554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265,742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5,819,346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200,03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079,31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5 21.08.23 6,405,85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2 20.09.29 5,347,49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84 20.05.17 5,997,75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4 20.04.30 6,388,65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333,742
모든 공지 확인하기()
2660792 이슈 초심 잃은 홍진호 (feat. 임요환) 05:28 121
2660791 유머 7년동안 스트릿생활한 고양이 친구 냄새맡고 토하는 집냥이 2 05:17 508
2660790 유머 스위스가 트럼프를 다루는 법 4 04:55 1,122
2660789 유머 새벽에 보면 완전 추워지는 괴담 및 소름돋는 썰 모음 171편 2 04:44 328
2660788 팁/유용/추천 요즘 일본 여자 오타쿠들 사이에서 입소문 타고 있는 만화...jpg (핫게 진출했던 만화 맞음. 리디에 e북 떠서 삐삐 치러 옴) 6 04:41 1,436
2660787 유머 전남친을.. 어떻게 한거야? 17 04:21 2,836
2660786 이슈 핀란드에서 버스 타려면 달리기 해야함 15 04:09 2,086
2660785 이슈 엄마 배에서 얼굴을 내민 아기 쿼카 12 03:55 2,704
2660784 이슈 4년 전, 오늘 공개된 태용 - '먹구름 (Dark Clouds)' 1 03:45 585
2660783 이슈 연예인 마녀사냥 그만좀 했음 좋겠어요 53 03:42 4,813
2660782 유머 엄마를 너무 좋아하는 고양이 3 03:37 1,439
2660781 이슈 얼빡에 미친 팬들이 제발 풀캠 잡아달라고 사정하는 레벨 슬기 무대 2 03:34 1,517
2660780 유머 기상예보와 고양이 3 03:34 1,053
2660779 팁/유용/추천 평소 “ 북커버 ” 왜 쓰지 라고 생각해 왓던 나... 영원히 이고지고살것같던쇼핑백들의 효용을찾다 16 03:29 3,738
2660778 이슈 서울 지하철 어마어마 하다.... 18 03:07 4,564
2660777 이슈 법률스님 : 큰 건 들고 싶고, 힘은 안 들이는 방법은 없습니다 10 03:02 2,511
2660776 이슈 나래도연이 신인 시절에 일당 5만원 받고 공연하던 유람선에 디너 손님으로 갔는데 그때부터 계시던 승무원 분이 지금도 계셔서 맞아주시고 나래 도연의 과거를 기억해주심,,, 너무 감동이햐 15 02:57 4,536
2660775 이슈 산업스파이가 설계도를 빼내는 방법.gif 19 02:54 4,151
2660774 이슈 [폭싹 속았수다] 관식이 눈에는 영원히 크지 않는 작고 어린 딸 금명이 24 02:53 4,158
2660773 이슈 끝없이 이어지는 인피니트 아트 2 02:46 1,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