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세수 펑크'에 병원들 긴장
"세무조사 한방에 5억 원 날아가"
최근 고소득 전문직 세무조사 강화
일선 병원들이 ‘세무조사 공포’에 떨고 있다. 이전보다 국세청이 비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빈도가 잦아지고, 조사 강도도 세져 업계에선 “나라에 돈이 없으니 또 병원부터 터는 것"이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2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세청은 최근 서울 강남구 유명 안과 지점 2곳에 대해 현장점검에 나서는 등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지난주부터는 병원들이 제출한 신고 소득에 대해 소명자료를 요청하는 등 국세청의 날카로운 검증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병원들은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업계에선 “정부가 세수 부족에 시달릴 때마다 개업 병원부터 세무조사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한데, 올해는 ‘역대급 세수 펑크’가 예고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개원의들은 최근 비정기 세무조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 의사는 "주변 병원에 불시에 세무조사가 나와 '또 시작됐구나' 했다"며 "정기 세무조사도 통상 병원 개업 후 3년은 면제해 주는데 요새는 이 룰도 없어졌다"고 귀띔했다.
의사들만 가입 가능한 게시판에도 세무조사를 받았거나 받을 예정이라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의사는 “휴일 없이 일하고, 야간근무를 돌려서 나온 매출을 통장에 모아뒀더니 (세무조사) 한방에 그냥 5억 원이 날아갔다”고 적었다. 또 다른 의사도 “국세청 요청으로 (은행이) 내 금융정보를 국세청에 제공했다고 한다. 아직 빚이 2억 원이나 남았는데 세무조사로 얼마나 털리려나”라고 푸념했다. “코로나 3년 매출이 너무 떨어져 종합소득세를 안 내다보니 (국세청이) 어떻게든 털려고 매출이 있었던 2018, 2019년을 뒤진다고 하네요..."라고 알리는 글도 있다.
세무사들 역시 병원 대상 세무조사가 많아졌다고 보고 있다. 한 병·의원 전문 세무사는 “정부가 바뀐 뒤 확실히 세무조사 나오는 빈도가 늘었다”며 “한번 세무조사를 나오면 추징액이 0원에서 끝나는 경우는 아예 없고, 1,000만 원 밑에서 끊으면 선방한 수준인데 최대 30억 원까지 토해낸 병원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세무사도 “최근 2~3년 내 세무조사를 받았다면 보통 한동안은 조사가 없을 걸로 보는데, 요새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나라에 돈이 없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해 발견되는 ‘적출 소득(누락 소득)’과 그에 따른 부과세액은 증가추세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세무조사 현황에 따르면, 각 지방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발견한 적출 소득은 2020년 1,051억 원에서 2022년 1,266억 원으로 늘었다. 신고하지 않고 누락된 소득을 발견하면서 더 부과한 세금도 같은 기간 462억 원에서 626억 원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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