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시즌 두산 베어스의 성적은 74승 2무승부 68패, 승률 0.521를 기록했다.
5할 승률을 기록하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두산은 지난해와 분명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두산은 투-타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보이면서 60승 2무승부 82패, 승률 0.423에 머문 바 있다. 거액을 들여 눌러 앉힌 내부 FA들이 몸값을 못 해 주었으며, 특히 5월 이후 단 한 번도 5할 승률을 지켜내지 못했던 것이 치명적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두산은 어떻게든 분위기를 쇄신해야 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이승엽 감독 카드였다. 은퇴 이후 코치 경험이 전혀 없는 그에게 프로야구 1군 지휘봉을 맡긴 것부터가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전년도 9위에서 5위로 순위 상승,
아직 경험이 더 필요한 젊은 감독에게
'야유'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렇게 정규시즌 5위로 마친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승을 거두면, 3위 SSG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다. 그러한 기회라도 잡은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두산 팬들은 포스트시즌 출정식에서 전광판에 이승엽 감독 소개가 나올 때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야유를 보냈다. 반면, FA로 돌아 온 양의지가 소개되었을 때에는 상당한 목소리로 환호를 보냈다. 상당히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포스트시즌 진출 자격을 얻었다는 것은 우승으로 향할 수 있는 확률도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 출정식에서 홈팀 사령탑이 팬들로부터 외면받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다소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시즌 성적과는 별개로 감독의 선수 기용 방법이나 승부처에서의 수싸움 등에서 아쉬움을 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시즌을 계속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야구장에 들리는 야유 소리가 응원하는 팀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초보 감독이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것 자체는 과오가 아니라 공로이기 때문이다.
키움 히어로즈 고문을 역임한 박용진 前 LG 2군 감독도 비슷한 이야기를 SNS에 남겼다. 박 감독은 "이승엽 감독이 왜 두산으로 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솔직히 올해 두산이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인가? 아니다. 작년처럼 잘해야 8위 정도를 볼 수 있던 전력이었다. 양의지 한 명이 왔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전력이 급상승하지 않는다. 거포가 몇 명이나 있는지, 외국인 투수와 곽빈 외에 위력적인 선발을 제대로 갖추고 시즌을 시작했는지, 확실하게 세이브 상황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가 누구였는지를 되짚어 봐야 한다."라며 냉철하게 현 상황을 지적하면서 이승엽 감독의 이번 시즌은 성공적이라는 사견을 제시했다.
좋은 감독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었던 일본의 가네모토 감독은 재직 기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은 딱 한 번 이뤄냈고, 임기 마지막해에는 아예 꼴찌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이승엽 감독은 슈퍼스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감독으로서의 첫 발은 잘 떼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런 점에 있어서 약간은 아쉬워지는 잠실구장의 야유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