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덬)
“야, 내가 차였는데 왜 너가 울상이야?
정 불쌍하면 무르든지.”
직장에서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대하지만
왠지 요즘 더 수척해진 것 같다.
몸이 안좋아서 반차까지 냈다는 소리에
약이라도 주려고 잠깐 들른 그의 집.
“내가 아프던 말던 너가 상관할 바는 아니잖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가 우리집
이렇게 막 찾아오는거, 너무하단 생각 안해?”
2.
지나가다 마주친 여시가 가르치는 과외 학생.
그냥 지나가려는데 굳이 불러서 친구들을 인사 시킨다.
“인사해. 내가 좋아하는 누나야.”
수갑 차기 싫어서 그의 고백을 차버린 여시.
명문대 합격하면 생각해보겠다고 얼버무렸다.
“저 승부욕 진짜 센데.”
그래도 불편해져서 과외를 그만두려고 한 여시에게
어떻게 알고 먼저 얘기하는 그 애.
“얌전하게 공부만 할테니까 저 계속 가르쳐주세요.”
그가 노리던 대학 합격 발표날.
헉헉대며 여시에게 종이를 들고 뛰어왔다.
“쌤 이제 큰일 났다.”
3.
신입생 오티 때 처음 만난 그.
학생회 소속 여시가 담당한 조의 신입생이었다.
첫날부터 여시만 졸졸 따라다녔다.
“학생회는 어떻게 들어가요?”
진짜 바로 학생회에 들어온 그는 항상
여시 옆에만 앉아서 조신하게 챙겨줬다.
다른 애들이 둘이 뭐냐고 놀리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일방적으로 쫒아다니는거죠 뭐.”
하지만 고학년 여시는 졸업과 취업 준비 때문에 바빴다.
미안해하며 어쩔 수 없이 그의 고백을 찬 여시.
“안그래도 바쁠텐데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해요.”
그 이후로 미안해서 먼저 그를 피해다닌 여시.
며칠 후 우산이 없어서 당황하던 찰나,
그가 흠뻑 젖은채로 나타났다.
“누나 우산 안갖고 다니는게 생각나서 사왔어요.
그리고 저 지금 완전 끼부리는거예요.”
4.
학교 홍보모델인 그를 열심히 찍는 촬영 담당 여시.
사실 며칠 전에 여시는 그의 고백을 찼다.
친구 이상으로는 그를 상상해본 적이 없다.
항상 여시의 공부를 도와주던 과수석 그에게
그만 생각없이 전화해서 과제에 대해 물어본 여시.
그런데도 차근차근 설명해준 그.
“또 헷갈리는거 있으면 전처럼 막 전화해.
혼자 어색해하지 말고.”
한번도 자체휴강을 한적 없는 그가 수업에 안왔다.
걱정스러워서 그의 자취방에 들어갔더니
여시의 과제를 대신 끝내고 바닥에서 졸고 있다.
언제 이런거 해달랬냐고 짜증낸 여시.
그런 여시를 시무룩한 얼굴로 보면서 대답했다.
“미안해….
이렇게라도 안하면 너랑 접점이 없어질까봐 그랬어.
행복한 상상되세요! :)
ㅊㅊ ㅇㅅㅅ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