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리뷰
잘생긴 퇴마사와 요괴의 대결
'머털도사' 떠오르네…허술한 CG
'어디서 봤더라?' 영화를 보는 내내 따라다니던 질문이다. 러닝타임 내내 기시감이 들었다. 스크롤이 올라갈 때가 되니 추억의 '머털도사'가 떠올랐다. 초등학생 때 재밌게 본 '머털도사와 108 요괴'와 세계관이 비슷했다. 배우 강동원이 연기한 천박사 캐릭터가 비슷하다는 말은 아니다. 극을 아우르는 공기가 그렇다는 말이다. 웹툰을 실사화하기엔 역부족이었을까. 오컬트적 색채가 강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불쑥 튀어나오는 철 지난 개그. 낡은 구성과 올드한 화면이 이어졌다. 추석 극장가에서 아무리 가족 관객을 겨냥한다지만, 유치하고 올드한 영화는 외면당하기 일쑤다. 입소문도 빠르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홍보로 눈과 귀를 가릴 수는 있지만, 그건 일시적이다. 어차피 개봉 후 반나절이면 들통나고 만다. 추석 관객은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이하 '천박사')을 어떻게 볼까.
천박사(강동원 분)는 귀신을 믿지 않지만,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가짜 퇴마사로 일한다. 파트너 인배(이동휘 분)와 의뢰받은 사건을 해결하며 살아간다. 천박사는 대대로 마을을 지켜온 당주집 장손이지만 정작 귀신을 믿지 않는다. 어느 날, 귀신을 보는 의뢰인 유경(이솜 분)이 찾아와 돈다발을 눈앞에 내민다. 흔쾌히 제안을 수락한 천박사는 유경의 집으로 향한다. 사건을 쫓으며 자신과 얽혀 있는 부적인 설경의 비밀을 파헤친다. 이 과정에서 요괴들은 천박사와 맞서고, 그중 요괴의 왕 범천이 실체가 드러난다. 범천은 사람의 몸을 옮겨다니며 영력을 사냥한다. 욕망에 눈이 먼 악귀로, 천박사와 맞선다.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악당은 선당을 노리고, 일행을 납치한다. 납치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선당은 악당의 소굴로 들어가지만 예상치 못한 함정에 빠진다. 그리고 선당은 악당과 결투를 벌인다. '천박사'는 훤칠하고 잘생긴 남자 주인공과 무시무시한 요괴의 결투쯤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사건 의뢰인 이솜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극은 탄력을 받는다. 천박사를 둘러싼 옛날 옛적 이야기가 드러나고 그가 악귀들과 본격적으로 맞서면서 긴장감이 생긴다. 오컬트 장르적 매력이 잘 살아나면서 극에 몰입하게 한다. 그런데 원작 웹툰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각 인물의 능력이 선뜻 이해되지 않고, 다소 유치하게 다가올 수 있다. 액션도 넣고, 오컬트에 스릴러, 유머까지 이것저것 많지만, 눈에 띄는 매력으로 느껴지는 건 오컬트뿐이다
허준호의 존재감은 강렬하고 천박사와 맞서는 장면도 군더더기 없이 좋다. 그러나 악귀 소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허준호의 부하로 나오는 캐릭터들은 톤이 맞지 않는다. '우뢰매'나 '머털도사' 속 악당, 요괴를 떠올리게 한다.
'천박사'의 가장 큰 문제는 CG(컴퓨터 그래픽)와 액션이다. 이는 '머털도사'처럼 느껴지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영력이 사람과 사람의 몸을 오가며 이동하는 모습은 '우뢰매'(1986)나 '백 투 더 퓨처'(1987)에서 발사하는 '광선'을 연상시킨다. 이는 긴장감을 깨뜨린다. 할리우드 영화의 수준 높은 CG에 익숙해진 국내 관객을 얼마나 만족시킬지 의문이다. 액션도 단조로워서 칼싸움 장면도 기능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
강동원이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대로 '천박사'는 자신의 전작 '전우치'(2009) '검사외전'(2016)을 연상시킨다. 오컬트 영화 '검은 사제들'(2015) 같기도 하다. 이 세 캐릭터를 섞어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강동원의 빛나는 외모가 화면을 가득 채우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지만, 강동원의 멋진 외모만으로 영화적 흠결을 덮기엔 역부족이다. 강동원을 연출적으로 더 잘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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