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있는 20~30대 청년층 10명 중 7명은 부모 집에 얹혀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령층 취업자 수는 매년 역대 최대를 경신하고 있다. 성인이 된 자녀는 쉬고, 나이 든 부모가 일터로 나가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쉬었음 인구는 35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만2000명(3.5%) 늘었다. 일할 능력은 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구직 활동조차 하지 않는 이들은 고용통계상 ‘쉬었음’으로 분류된다. 같은 기간 30대에선 쉬었음 인구가 1000명(0.5%) 증가하면서 25만6000명을 기록했다. 20~30대 인구는 1년 전보다 줄었는데 그냥 쉬었다는 사람은 증가했다. 게다가 지난달 실업률은 2.7%로 역대 가장 낮았다. 일자리가 없어서 쉬었다고 보긴 어렵다.
이들 2030중 부모와 함께 살면서 전적으로 생계를 의존하는 이른바 ‘캥거루족’ 비중이 69.8%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20대 쉬었음 인구(35만7000명) 중에서 26만9000명이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쉬고 있는 20대의 75.4%가 가구주를 부모로 세대를 구성하고 있었다. 30대에선 부모 집에 사는 쉬었음 인구가 15만9000명으로, 58.2%를 차지했다. 취업 상태인 30대는 부모 집에 사는 비중이 25.4%에 불과하다.
고령층 취업자 수는 매년 역대 최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5.6% 증가한 643만5000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특히 60세 이상 여성의 경우 287만1000명이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전년보다 8.2% 늘어난 수준이다. 환갑이 넘은 ‘엄마’ 또는 ‘할머니’의 노동시장 참여가 두드러진다.
이런 현상은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예전과는 양상이 다르다. 구체적으로 60~69세 여성 취업자는 지난달 191만7000명으로, 육아나 집안일을 한다고 답한 같은 세대 여성(171만 명)보다도 20만 명 이상 많았다. 육아를 돕거나 자녀들이 독립한 뒤 가벼운 집안일만 하면 됐던 과거 세대가 이젠 ‘바깥일’에 뛰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서른 살이 된 둘째 아들과 사는 임모(62)씨도 그런 경우다. 임씨는 중소규모 마트의 판매원으로 일한다. 남편이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임씨는 집안일을 도맡아 했는데 남편의 정년퇴직 이후 임씨가 일을 시작했다. 그는 “둘째는 중견기업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더 좋은 직장을 찾겠다고 지난해 일을 그만뒀다”며 “사실상 생활비는 혼자 벌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캥거루족은 1990년대 외환위기 직후 유행한 신조어다. 당시 갑작스럽게 닥친 취업난으로 일자리가 없어 부모의 품을 벗어나지 못한 청년을 의미했다. 최근 급증한 캥거루족은 이와는 다르다. 지난달 쉬었음에 해당하는 20~30대(61만3000명) 중 1년 내 구직활동이 있었던 건 7만1000명(11.6%)에 불과했다. 국무조정실이 최근 발표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부모와 동거 중인 만19~34세 청년의 비율은 57.5%다. 독립하지 않은 이유로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해서’라고 답한 비율이 56.6%로 가장 컸다.
이에 대해 과거와 달리 젊은 층이 부모에게 생계를 의존하는 성향이 쉬는 청년을 양산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년실업·만혼 현상 증가로 청년층의 독립이 늦어지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청년 세대의 근로 욕구가 사라진 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20~30대 쉬었음 인구 대부분은 이전 직장 근무 경험이 있다. 30대의 경우 25만6000명(쉬었음) 중 24만2000명이 경제활동 경험이 있지만, 퇴사 이후 새 직장을 구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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