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방향 내수 진작책 고민하던 기재부
10월 2일 月 휴일 지정 검토하다 결국 ‘무산’
5월 황금연휴 3번 불구 ‘내내 비’에 효과 미미
‘내수 진작 않고 여행수지만 악화할까’도 고려
‘공휴일 지정’은 역대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쏠쏠하게 활용해 온 카드다. 윤석열 정부 역시 올해 10월 2일을 이번 정부 첫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결국 철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의외로 ‘날씨’란 이유가 자리하고 있었다. 올해 처음으로 대체 공휴일로 지정된 부처님오신날을 포함해 5월에만 ‘황금연휴’가 세 번이나 있었다. 그런데 번번이 비가 내린 탓에 내수 진작 효과가 미미했고, 결국 하반기 추가 공휴일 지정에 대한 명분을 잃었기 때문이다.
17일 관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준비하며 10월 2일 임시 공휴일 지정을 검토했다. 10월 2일은 월요일인데, 9월 28~30일(목~토요일) 추석 연휴와 10월 3일(화요일) 개천절을 이으면 6일을 쉴 수 있게 된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선 올해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1.6%에서 1.4%로 하향 수정되는 등 하반기 경기 둔화 압박이 커질 것이란 진단이 담긴 바 있다. 이에 올해 7~12월에 한정된 기간만이라도 단기 내수 진작책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내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임시 공휴일 지정이 거론된 것이다.
그러나 이 안은 검토 끝에 결국 무산됐다. ‘날씨’가 의외의 복병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기재부는 과거 공휴일 지정을 통한 내수 진작 효과를 따져 10월 2일 임시 공휴일 지정에 대한 명분으로 내세우려 했는데, 지난 5월 연휴마다 비가 내렸다. 지난 5월은 노동절을 낀 4월 29일~5월 1일(토~월요일), 어린이날이 있는 5월 5~7일(금~일요일), 부처님오신날 대체 공휴일이 포함된 5월 27~29일(토~월요일) 등 황금연휴가 세 번이나 있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집중호우에 이어 강풍까지 몰아쳤다. 설상가상으로 항공편까지 무더기로 결항했다. 당시 제주도 여행을 준비 중이었던 직장인 방지영(29)씨는 “3박4일 일정으로 친구들과 숙소·항공권·렌트 값 등 130만원을 들여 모두 예약해 두었는데, 전날 결항 안내를 받고 돌연 모조리 일정을 취소했다”며 “연휴 내내 집에만 머물렀다”고 했다. 당시 제주시는 17만 명 방문을 예상했는데, 실제 관광객은 11만 명에 그쳤다.
올해 처음 대체 공휴일로 지정된 부처님오신날 당시도 연휴 내내 궂은 날씨였다. 당시 일기 예보를 보면 5월 27~29일 내내 전국에 비가 내렸다. 가족 캠핑 등 여행을 계획했던 이들이 이런 계획을 모두 취소하고 꼼짝없이 집에만 갇혔다는 푸념이 잇따랐다.
이런 탓에 지난 5월 각종 내수 지표는 활기를 띠기는커녕, 되레 침체한 모습을 보였다. 내수 동향 지표 중 하나인 지난 5월 카드 국내 승인액 규모는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는 3.9% 늘었지만, 3월(9.0%)과 4월(5.6%)보다 증가 폭이 쪼그라든 것이다. 같은 달 소매 판매는 전월(-1.4%)에 이어 -0.6%의 낮은 증가율을 보이는 데 그쳤다.
이에 더해 여행수지 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 내수 진작보단 해외여행을 더욱 부추기기만 할 것이란 판단도 고려됐다고 한다. 역대급 엔저(원화 대비 엔화 가치 하락) 흐름, 동남아 여행 선호 등에 힘입어 실제로 지난 5월 여행수지는 더욱 악화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일 발표한 5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여행수지는 8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4월(5억달러 적자)보다 적자 폭을 키웠다.
비록 올해는 날씨란 복병이 자리하긴 했으나, 공휴일 추가 지정에 따른 내수 살리기 노력은 시간을 두고 좀 더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루 휴일 지정만으로도 발생하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찬성론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후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0917210?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