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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 “언니 봐봐, 여기 진한 두 줄”…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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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3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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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저자 김규진씨
벨기에에서 정자 기증받아 임신…9월 출산
‘대한민국 저출생대책 간담회’ 베이비샤워도

 

 

 

김규진(오른쪽)씨와 배우자 김세연(왼쪽)씨가 규진씨의 출산을 앞두고 만삭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밀럽프로젝트 @milleloveproject

 

 

 

“배가 꽤 많이 나왔죠.”

김규진(31)씨가 동그랗게 부른 자신의 배를 만지며 말했다. 배우자 김세연(34)씨가 옆에서 “벌써 임신 8개월이 됐다”고 덧붙였다. 낯설 것 없는 규진씨의 임신이 생경한 건 이들이 ‘와이프’만 두 명인 동성 부부기 때문이다.

4년 전 신혼여행 휴가를 받기 위해 회사에 청첩장을 제출해 주목받았던 규진씨가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했다. 논란이 될 걸 알면서도 임신 사실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은 “아이를 낳는 동성 커플이 존재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동성 커플의 임신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출산을 약 2달 남겨 둔 지난 6월24일, 규진씨와 세연씨의 집에서 이들 부부를 만났다. 두 사람은 2019년 5월 미국 뉴욕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같은 해 11월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자신을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이라고 소개하는 규진씨는 책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를 쓰기도 했다.

 

 


“레즈비언이라고? 아이는 낳을거지?”

“원래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어요. 이성애자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같아요. 좋은 부모 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지난해 12월, 규진씨는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기증받은 정자로 인공수정해 임신했다. 임신과 출산을 생각해본 적 없던 그가 임신을 고민하게 된 건, 2021년 프랑스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부터다. “(한국보다) 프랑스인들은 자녀를 키우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많았어요. 달리 보였죠.”

이후 프랑스에서 만난 여성 상사가 던진 말은 규진씨가 본격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고민하게 했다. “상사에게 ‘난 와이프가 있다’고 말했더니 ‘그렇구나. 근데 애는 낳을 거지?’라고 되묻더라고요. 제가 레즈비언인 것에 놀라지 않았다는 점에서 첫 번째로, 동성 커플에게 출산을 추천한다는 점에서 두 번째로 놀랐어요.”

하지만 임신을 결정하는 데 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그가 현재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불행은 내 대에서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는 자신이 선택한 가정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제가 행복하니, 자녀도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언니가 나보다 더 좋은 엄마가 돼 줄 것 같았어요”라고 세연씨를 가리켰다. 세연씨는 “저는 낳을 자신이 없었는데, 규진이가 낳겠다고 하니 말릴 이유가 없더라고요”라며 크게 웃었다.

애초 규진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프랑스에서 시술을 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자를 구할 수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자가 없었다. “병원에 문의했더니 정자가 없대요. 비혼 여성 등에게 시험관 시술을 합법화한 뒤로 정자를 기증받으려는 여성이 늘어서 정자가 동났다는 거예요. 시술받으려면 1년 반은 기다려야 한다더라고요. ‘세상에 정자가 없다고? 대체 뭔 소리지’ 싶었죠.”

프랑스는 2021년 비혼 여성과 동성 커플에게 시험관 시술을 합법화했다. 43살 미만의 여성에게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 등 난임 시술 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 다양한 가족관계를 인정하는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2020년 기준 1.83명이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과 비교된다. “한국 출산율이 0.8명도 안 된다고 하면, 프랑스 사람들이 거짓말하지 말라고 해요”라고 규진씨가 말했다.

한국에서 시술받는 걸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시험관 시술을 받으려고 병원을 찾았다가 번번이 거절당하는 비혼 친구들을 보면서 마음을 접었다. 정자 기증자를 찾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국 병원에선 법적부부나 사실혼 이성애 부부에게만 정자를 제공하기 때문에 저는 해당이 안돼요. 개인적으로 기증자를 찾더라도 정자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건 불법이에요. 그럼 지인에게 부탁해야 하는데 그것마저 쉽지 않아서 포기했어요.”

그래서 선택한 곳이 벨기에였다.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기차로 몇 시간이면 갈 수 있었다. 프랑스가 비혼여성·동성 커플에게 시험관 시술을 합법화하기 전, 임신을 원하는 프랑스의 비혼 여성 등은 벨기에에서 시술을 받았다.
 

 

임신하니 이성애자와 더 가까워진 느낌

벨기에 난임센터에서 겪은 경험은 ‘엄마’로서의 사고를 확장하는 기회가 됐다. 병원에선 정자를 받아 임신을 시도하는 이들과 두 차례 상담하는 필수 과정이 있었다. ‘아이에게 엄마가 두 명이라는 걸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아이에게 소개해줄 만한 좋은 남성 어른이 주변에 있는지’ ‘(커밍아웃을 받아들이지 못한) 부모님에게 아이를 소개할 생각인지’ ‘자녀가 학교에서 엄마가 두 명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할까 걱정일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질문과 답을 서로 주고받았다.

“저희는 성인이고 또 선택해서 내린 결정이지만, 아이는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난 게 아니니까 걱정은 돼요. 우리가 나서서 미리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단속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더니, 상담사가 ‘영원히 아이를 보호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가정이 안전한 곳이라는 걸 아이가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우리는 서로 사랑해서 너를 원했다’고 아이에게 잘 설명할 생각이에요.“ (규진)

시술을 받은 뒤 임신을 확인하기까지 걸린 2주는 임신테스트기를 ‘낭비’하는 시간이었다. 한 줄인지, 두 줄인지 뚫어지게 들여다보는 ‘매직아이’의 시간이기도 했다. 세연씨가 “병원에서 시술 2주 뒤에 테스트기 하라고 했는데, 거의 매일 하더라고요”라고 눙치자, 규진씨가 “난 하루에 세 번 해보고 싶었던 걸 참았던 거라니까”라며 항변했다. “다리를 달달 떨면서 답답해하던” 시간이 지나고, 연한 두 줄은 진한 두 줄이 됐다. 규진씨는 세연씨에게 “봐봐. 언니 내가 임신 맞댔지!!!”라고 외쳤다.

규진씨가 임신한 뒤 무거운 짐들기, 집안일은 세연씨 담당이 됐다. 세연씨는 ‘임신부 배우자’ 역할을 톡톡히 하기 위해 육아에 대해 잘 모르는 퀴어들 대신 이성애(헤테로) 친구들한테 육아 정보를 묻는다. 세연씨는 “퀴어와 헤테로여서 멀었던 감정이 ‘부모 역할’로 가까워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여성인데다 의사이니, 와이프의 임신에 대한 이해가 높진 않을까. “전혀 아니더라고요. 제가 겪는 일이 아니다 보니 임신부의 상태는 말을 해줘야 알겠더라고요. 남편들이 왜 헤매는지 이해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세연씨가 웃었다. 규진씨는 세연씨가 일하는 병원에서 출산할 예정이다. 덕분에 세연씨의 커밍아웃 횟수도 늘었다. “언니가 중년 상사 놀라게 하는 커밍아웃 중독자가 된 것 같아요”라며 규진씨가 깔깔댔다.

 

 

-후략

 

전문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646148?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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