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작가 정유정 인터뷰] 개인은 자존감 중독, 사회는 집단 나르시즘...
56,812 290
2023.06.05 23:16
56,812 290
출처 : 여성시대 클레어오
https://naver.me/59j43pf6


PsMhQT.jpg
 

 

‘개인은 자존감 중독, 사회는 집단 나르시시즘….’ 소설 ‘완전한 행복’에서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주변을 파멸로 몰고 가는 인물을 그렸던 정유정 작가는 우리 시대의 가장 위험한 징후로 비뚤어진 방식의 ‘행복 강박’을 꼽았다. 개인에게 그것은 무조건 높은 자존감, 항상 충만해야 하는 자기애로 드러나고, 사회적으론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 식으로 편을 가르는 집단적 ‘내로남불’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내가 가장 ‘소중’하기에 빠른 ‘손절’(관계 끊기)이 일상이 된 나르시시즘의 시대. 마음을 지키기 위해, 균형을 잡기 위해 한국인은 무엇을 재설정해야 할까.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최근 정 작가를 만났다. 실체 없는 ‘행복’을 논하기 전에, 불완전한 ‘나’를 끌어안고, 진짜 나를 사랑하는 법을 찾기 위해.




#행복 강요하는 사회, 우리는 모두 자존감에 중독됐다

나르시시스트의 범죄를 그린 근작의 제목이 ‘완전한 행복’이다. 자기애와 행복은 어떤 관련이 있나.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SNS를 봐도 그렇고, 요즘 너무 이상하지 않나. 온통 ‘행복’을 이야기한다. 거의 강박 수준이다. 행복해야 하고, 자존감이 높아야 하고, 자기애가 충만해야만 하고…. 그게 맞는 걸까. 행복의 가치를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행복을 다시 설정한다는 의미는.

“행복은 실체가 없고, 순간의 경험일 뿐이다. 사실 인류는 행복하도록 진화된 게 아니라 생존하도록 진화됐다. 먹고 사는 것에 매달린다는 뜻이 아니라 자기 삶을 충실히 산다는 뜻에서의 ‘생존’이다. 인생을 성실히 수행할 때 자존감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행복이란 순간이 잠시 찾아온다. 그러니까 절대 행복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된다.”

 

행복에 대한 강박이 나르시시즘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나르시시즘은 비뚤어진 방식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뭘 해야 행복할까에 골몰하니 집착과 강박도 생기고…. 사회 전반에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나를 사랑하는 게 나쁘다? 자존감과 자기애는 높을수록 좋을 것 같은데.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자기애와 자존감은 가짜다. 행복을 강요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다들 자기애, 자존감 높이기에 중독된 것 같다. ‘난 소중해’ ‘난 완벽해’ ‘난 세상의 중심이야’라며….”





#‘내로남불’ ‘손절’… 한국은 지금 ‘집단 나르시시즘’

사회 전반에서 나르시시즘을 느낀다고 했는데, 집단적으로도 그러한가.

“나르시시즘이 ‘다이내믹 코리아’와 만나 독특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 우리는 지나치게 분명한 것만 선호한다. 흑과 백 사이를 보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회색 지대에 있는 사람을 용인하지 못한다. ‘내 편 아니면 적’으로 간주하는 성향이 강하고, 자기가 속한 집단에 대해 지나치게 확신한다. ‘내로남불’. 그게 바로 집단 나르시시즘이다.”

한국사회의 집단 나르시시즘에서 특히 우려되는 건 무엇인가.

“자기애적 현상은 전 세계에서 감지되지만 우리 사회에서 특히 관찰되는 건 세대 간, 남녀 간, 계층 간 갈등이다. 나와 똑같지 않다고, 반대에 서는 것은 아니다. 토론과 대화를 통해 조금쯤은 같이 묶일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하는데, 우린 사람을 자꾸 발라낸다. 대화하면 할수록 갈등이 더 생긴다. 저것이 다르고, 이것이 다르다는 식으로 자꾸 나누니까. ‘완전한 행복’에서 ‘유나’가 ‘행복은 뺄셈’이라 말한, 바로 그것 아닌가.”

소설처럼 행복을 위해 불행의 요소를 제거하는 ‘뺄셈’은 요즘 인간관계를 ‘손절’한다는 표현과 비슷한 것 같다.

“‘손절’이 빠른 세태가 정말 우려된다. 누구랑 말하고 관계 맺기 싫고, 자기 세계 안에 갇혀 갈등 해결의 어떤 실마리도 찾을 수 없다. 전부 ‘섬’처럼 살게 될 것 같다. 손절은 최후의 방식이어야 한다. 조금 불편하다고 사람을 ‘끊는 것’은 거미줄 치우는 데 전기톱을 쓰는 꼴이다. 결국 그게 인생을 허무하게 만들고, 자신을 사회에서 고립시킬 것이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변화는 빠른데, 훈련이 부족한 탓일 수도…. 대화하는 법을 모른다. 여전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라는 게 안타깝다. 교육에도 책임이 있다. 어려서부터 ‘너는 특별하다’고 말하며 아이들을 키우는데, 이런 게 꾸준히 마음에 쌓이면 어느 순간 ‘나는 세상의 중심이야’라고, 심해지면 ‘내게 중심을 향하지 않는 건 모두 나빠’라는 인식도 생길 것 같다는 극단적인 생각도 든다.”







#자존감 낮추고 결핍·불운도 인정하라

한국인들의 자존감 중독을 우려했는데, 작가라는 직업도 자존감이 높을 것 같은데.

“작가를 이끄는 건 자존감이 아니라, 글을 쓰겠다는, 이야기를 반드시 완성하겠다는 욕망이다. ‘종의 기원’을 쓸 때 사이코패스 청년을 그려내야 했는데, 그게 생각대로 잘 안 돼서 안달복달했다. 내겐 그 욕망이 있어서 2년이고 3년이고 글을 쓸 수 있다. 이 욕망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어떻게 될지 소설로 한번 써보고 싶다. ‘완전한 행복’으로 시작한 ‘욕망 3부작’의 마지막 편이 될 것 같다. 아, 이거 오늘 처음 말하는 거다(웃음).”

자존감과 자기애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어려운 것 같다.

“진정한 자기애는 내가 불완전하다는 걸 인정해야 생긴다. 결점, 단점, 흑역사도 나라는 걸 받아들여야 생긴다. 자존감은 성취가 있어야 한다. 남들은 비웃어도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한 발 한 발, 성실히 살고 있다는 작은 성취감이다. 인간은 완성형이 아니라, 완성해 나가는 존재고 자기애와 자존감은 그런 ‘과정’에서 생겨나는 거다.”

요즘 자기계발서들은 대부분 자존감을 키우라고 말한다.

“성실히 삶을 꾸리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자존감을 높이려고 하면 비뚤어진 자기애가 된다. 그 전제가 자존감이 높아야 좋고, 낮으면 안 좋다는 것인데, 그건 참 이상한 일이고, 그런 사회는 불편하다.”

그런데 자존감이 낮으면, 좀 의기소침해지지 않을까.

“자신만만하고 눈치 안 보고 누가 비난해도 상처 안 받는 것. 그게 자존감이 높은 거라면 나는 정반대다. 상처 잘 받고, 결핍과 불운도 많다. 낮으면 낮은 대로 장점이 있으니까 시무룩할 이유는 없다. 자존감 낮은 이들 중에 섬세하고 감수성 풍부한 이들이 많다.”

베스트셀러 작가다. 결핍이나 불운은 없어 보이는데.

“잘 알려졌다시피 신춘문예 11번 떨어지고, 12번째 당선됐다. 늘 패배감과 결핍에 시달렸고 지금도 재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글이 한 방에 나오는 적 없고 안달복달하면서 겨우 쓴다. ‘아, 나는 세상을 겨우 사는 사람 같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 마음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한탄하면 되게 불행해지는데, 그래도 ‘이렇게라도 얻어지는 게 어디야’라고 생각하니 괜찮더라. 애면글면하면 얻어진다는 자신감도 무의식중에 생긴다. 이런 경험으로 극복해 나간다. 글을 쓰는 게 좋으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에 쏟아 넣는 에너지를 통해 자신의 결핍과 불운을 끌어안을 수 있지 않을까.”

 

목록 스크랩 (152)
댓글 29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뛰드x더쿠💄] 화제의 그 컬러 쿨핑온탑!💞 글로우로 등장! #글로우픽싱틴트 New 3컬러 체험 이벤트!!! 596 06.28 30,767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643,529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491,32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863,176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주의] 16.05.21 23,118,50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7 21.08.23 3,941,97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5 20.09.29 2,858,71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83 20.05.17 3,536,33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68 20.04.30 4,094,428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558,328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46215 유머 판체공학적인 러타워 🐼🪵 1 11:24 158
2446214 이슈 의견 갈릴거 같은 서울하면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랜드마크 빌딩은??? 21 11:22 343
2446213 이슈 코딱지를 파면 안되는 이유 8 11:21 1,022
2446212 이슈 워터밤 저격 기사화 후 좀 더 자세한 의견 게시한 줄리안 33 11:17 2,081
2446211 이슈 요즘 애들은 모르는 옛날 대한민국 지하철 풍경 36 11:14 1,921
2446210 이슈 현재 역대 최고 호황기라는 일본 5대 구기종목.jpg 21 11:10 1,481
2446209 이슈 스파링하자는 남자분들한테는 항상 정중하게 제 체급으로 맞춰오시면 원하시는 룰로 공개된 장소에서 가능하다고 대답해드림....X 23 11:10 2,464
2446208 이슈 [KBO] 광주 사직 창원 더블헤더 1차전 우천 취소 14 11:08 1,467
2446207 기사/뉴스 은지원, 1년 전 큰 사고 겪었다 “스테로이드 주사만 9번.. 부작용으로 살쪄”(살림남2) 17 11:07 4,173
2446206 이슈 [펌글] 한의사 월급으로 구라치다가 걸린 의사.jpg 10 11:06 2,762
2446205 이슈 "저 얼굴 보고 누가 신분증 요구하겠나" 담배 팔아 영업정지 당한 편의점 점주 '울분' 25 11:05 2,161
2446204 이슈 마른오징어를 보니 전남친이 사무치게 그리워 14 11:05 2,161
2446203 이슈 허위 서류 내고도 입사에 성공한 취준생 후기 29 11:02 4,704
2446202 이슈 장례식장 갔다오면 사람많은곳 들르라잖아...txt 10 11:01 2,646
2446201 이슈 "너 🪏🪏쳐!" 실제 성격 폭로하는 윤가이 🌸기강 잡는🌸 초롱이 여친 지예은|아는 형님 11:01 489
2446200 기사/뉴스 [단독] 강형욱 기다리는 '개훌륭', A/S 특집 후 휴지기..콘셉트 변화 고려 3 11:00 407
2446199 이슈 여사친이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았대 22 11:00 3,656
2446198 기사/뉴스 “지성이 곧 장르”…차원 다른 열연, ‘커넥션’ 부동의 시청률 1위 4 10:58 446
2446197 기사/뉴스 NCT WISH 컴백 D-1..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청춘의 여름 3 10:57 192
2446196 기사/뉴스 [팝업★]"좋은 아내 될 것"‥'미달이' 김성은, 오늘(30일) 결혼식에 축하물결 4 10:57 1,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