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사랑을 바라는 것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바다에 빠지는 일이다
자기 숨에 자기가 잡아먹히는 일이다
우산을 쓰고도 비를 피할 수 없어
추위에 젖는 일이다
결국엔 일기장에 마음을 적어내고
생각을 티 낼 수 없어 두 줄로 지우는 일이다
집에만 오면 허기가 졌다
먹을 것들을 속에 채워 넣기 바빠서 급하게 먹곤 했다
그러나 맛있게 먹은 기억조차 없었다
길게 일하고 번 돈으로 오늘 먹을 외로움을 샀다
곧 사라질 포만감이었지만
속을 채울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가을 하고 우는 것은
귀뚜라미의 소리일까
책장 한켠에 겹겹이 외로움을 쌓아놓은
사람의 소리일까
살려주세요
날마다 죽음이 문을 두드립니다
사람인 모습을 하고 괴물이 되어갑니다
어머니, 저에겐 아직 가야 할 곳이 많다고 말씀하셨죠
저는 삶이 너무 두렵습니다
노오란 옷을 입고
화사하게 울었다
소낙비에 눈물이 마르질 않았다
바람에 스미는 달빛이여
흰 눈 위로 부닥치는 눈물들이여
이제 더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소이다
내리는 벚꽃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으리오
제 청춘은
울음을 닮아있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기나긴 하루를 버티고 나서 밤에 잠에 드는 게 전부였다
엄마 나는 왜 공허할까
채워도 채워도
받으면 안 될 사랑을 받고있는 것 같아
왜 내 삶은
자연스러운 것이 하나 없을까
이렇게 죽어가는 걸까?
울었다
늘 울면 괜찮아졌다
살기 싫은 마음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잡념을 받아들일 수 없어
간절한 마음으로 빌었다
살려달라고
책에는 그늘이 담겨있다
겉이 헤질 만큼의 걱정들이 담겨있다
누군가 외로울 때마다 밑줄을 그어놓은 탓이다
계절이 바뀌기 전에 나는
외로움을 심하게 타곤 하는데
이 시기가 나에게는 참 위험한 계절이다
낯을 가리지 않게 되니까
가끔은 소리 내 울고싶다
그러지 못해서 일기장에 몇 줄 더 적는 것뿐이지만
우산이 필요할 땐
알맞게 비가 내렸고
버스에서 내려야 할 땐
꼭 한 정거장을 놓쳤다
삶은 왜 시간을 지체하는 법이 없을까
무난하게 흘러가고 싶은 마음이 애석했다
눈을 감으면 아침이 되어있었고
눈을 뜨면 밤이 되어있었다
게으른 슬픔이 넉넉히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겨울이 떠나갈 채비를 하는 것은
바람이 운을 떼었기 때문이다
길목마다 눈이 쌓이고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슬픔이 한차례 걷히고
여운을 남겼기 때문이다
너는 얼마나 사랑이 많은 사람이길래
세상이 너를 가만두지 않을까
숨 쉴 틈도 없이 외롭기만 할까
너를 겪으라면 내 전부를 줄 수도 있는데 나는
아이야
이제는 나와도 된단다
까만 밤 잠기고
밝은 불 켜졌으니
숨지않아도 된단다
슬프게 하던 것들은 다 집으로 보냈으니
더이상 죽지 않아도 된단다
사진 출처 - pexels.
힘들 때마다 모아놓았던 글들인데
같이 보고싶어서 가져왔어.
오늘 하루도 파이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