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지훈(38)씨는 최근 지난해 12월분 관리비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난방비가 29만원이 나왔는데 같은 아파트 단지 내 102㎡(31평) 동일 면적 대비 14만원이나 높은 액수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사해 처음 겨울을 맞는 김씨는 아파트 거주자 단체 대화방을 보고서야 자신이 무얼 잘못 알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습관처럼 외출할 때는 보일러를 ‘외출’ 모드로 돌려놓곤 했는데 이게 난방비를 잡아먹는 하마였다.
김씨가 거주하는 곳은 올해로 38년 된 노후 아파트인 데다 지역난방 방식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역난방의 경우 ‘외출’ 버튼은 어지간하면 누르지 않는 게 좋다. 난방업계에 10년 넘게 종사한 난방ㆍ배관 종합설비업체 대표 주시형씨는 “날이 추울 때 외출 모드를 해두면 난방수가 급격하게 식어버리기 때문에, 다시 난방을 할 때 가동시간이 더 늘고 그만큼 난방비가 올라간다”며 “특히 지역난방은 개별난방보다 집안의 온도를 올리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난방비를 아끼려다 ‘난방비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설정 온도를 1~2도 낮춘 후 외출하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개별난방이라 하더라도 아주 단열이 잘 되어 있는 집이 아닌 이상 잠깐 나갈 때 무심코 외출 기능을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요즘 같은 한파에 3일 이상 외출할 경우 보일러 전원을 끄면 배관이 얼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동파 방지를 위해 사용하는 기능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보일러 제조사마다 가동 기준이 일부 다르지만 대개 영하 10도 이하가 되면 보일러가 작동한다. 이밖에 헷갈리는 ‘난방비 다이어트’ 허와 실을 전문가 조언을 받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Q : 잘 안 쓰는 방 난방 밸브는 잠그는 게 나을까
A : 꼭 그런 건 아니다. 난방 밸브는 상황에 맞게 잘 활용해야 난방비 절약에 도움이 된다. 보통 주방 싱크대 밑에 분배기가 설치돼 있고 거실, 안방 등으로 가는 각 배관 밸브를 열고 잠글 수 있다. 만약 똑같이 1시간 동안 보일러를 가동했는데 밸브 5개 중 1개를 잠갔다고 해서 난방비가 덜 나오진 않는다. 다만 데워야 할 면적이 줄어드는 만큼 다른 방이 더 빨리 따뜻해지는 효과는 있다. 주씨는 “안 쓰는 방이더라도 밸브를 완전히 잠그지 말고 70% 정도만 잠그는 게 좋다”며 “너무 냉골이 되어 버리면 주변의 따뜻한 공기를 빼앗아 가기 때문에 난방수가 어느 정도 흐를 수 있게 해주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분배기에서 가까운 방은 더 빨리 따뜻해지기 때문에 이런 방의 밸브를 약간만 잠그는 것도 집안 전체를 빨리 데우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Q : 예약 주기 기능도 집 안이 추울 때 쓰면 효과가 없나
A : 그렇다. 주씨는 “만약 난방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3시간 간격으로 보일러가 1시간 작동하게 설정했다면 쓸데없이 난방비만 나가는 것”이라며 “난방을 충분히 한 상태에서 자기 전에 예약 주기 기능을 써서 밤새 일정 온도가 유지되도록 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했다.
Q : 추울수록 가습기 같이 돌려야 할까
A : 그렇다. 집안 전체가 따뜻하려면 공기순환이 잘 이뤄져야 하는데 이때 체크해야 할 게 습도다. 적정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가습기를 틀어두면 실내 온도를 더 빨리 올릴 수 있다. 단열이 잘 되는 장소라면 초음파식 가습기도 괜찮지만 외풍이 있는 편이라면 가열식 가습기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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