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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드라마 <악마판사>가 성별반전 로맨스와 혐관을 연출하는 방법.jpgif (매우 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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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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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역병 이후 망가진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에서 공개처형식 재판으로 국민적 신뢰를 받고 있는 악마판사 강요한

환경 사고를 일으킨 재벌, 갑질하는 고위공무직 자녀, 성범죄자에게 가차없이 사이다 판결을 때리는 걸로 유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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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모든 건 요한의 사적 복수를 위해 설계된 거대한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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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사회적 재단에 전재산을 기부하려던 형은 갑작스러운 화재 사건으로 목숨을 잃고

요한은 그날 형을 외면하고 살아남아 권력 꼭대기까지 간 자들을 증오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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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재단이 대통령까지 만들어내는 비선 실세로 커가는 동안 

이빨을 숨긴 강요한도 대중의 지지에 힘입어 공개적으로 적들을 사냥할 수 있는 시범재판부 부장판사라는 자리에 다다름 


https://gfycat.com/WaryFailingGalago

10년 전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요한이 항상 손목에 걸고 있는 형의 유품, 십자가 목걸이
법복도 공정해야 할 재판도 오로지 수단으로 이용하는 강요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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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민정호는 신임 판사 김가온을 스파이로 강요한의 옆에 보냄 

그런데 강요한에게도 김가온은 이용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이번주에 서사 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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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이 자신을 도청하며 추적 중이라는 걸 알고도 요한은 그걸 역이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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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사고 속에서 가온을 구하는 한편 자신 또한 가온에게 목숨빚을 지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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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요한이 죽은 사람처럼 보이는 가온의 얼굴에 분노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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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폭탄제조범을 찾아내 죽기 직전까지 패는 이유가 뭔지 시청자들도 알 수 없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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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온 판사 때문에 그러십니까?" 라는 질문을 들은 요한의 표정. 침묵=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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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이 다친 가온을 집에 데려와 보호하는 동안 가온은 요한에 대해 어떤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알아가는데

이야기가 풀리면서 백만 가지 고전적 로맨스 클리셰를 다 때려박은 장면들이 연달아 등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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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요한은, 애써 부인하지만 이 별에서 늘 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사생아로 태어나 학대받으며 자란 요한에게 거대한 저택은 '지긋지긋한 집구석'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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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는 모든 동거 클리셰 법칙이 총집약되어 나타나는 장소이기도 함 

고전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은 강요한의 집은

1. '미녀'가 당도한 '야수'의 성

2. 제인 에어가 가정교사로 입주한 로체스터 가문의 손필드 저택 

3. 황야를 배경으로 한 워더링 하이츠(폭풍의 언덕)

4. 제인 에어의 영향을 받은 소설/영화 '레베카' 속 윈터 가문이 세운 맨덜리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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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테러로 쓰러져 정신을 잃은 채 집에 온 가온 = 잠자는 숲 속의 공주(공식 대사)

가온은 낯선 세계에 떨어진 이방인처럼 커다란 저택을 헤매고 다님 

고풍스러운 성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필두로 한 온갖 이세계물, 차원이동물이 연상되는 장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의 공간으로 왔다는 점에서 에로스-프시케 신화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음. 괴물인 줄 알았던 에로스는 신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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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강요한이 저에게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지 까닭을 모르던 가온은 요한의 과거를 뒤쫓다 자신이 요한의 형과 매우 닮았다는 걸 알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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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여성에게서 첫사랑/어머니/누이의 모습을 발견한다는 일반적 로맨스 공식이 성별반전으로 여주가 아닌 남주 가온에게 갔기 때문에 형을 닮았다는 설정으로 변경된 것.

주인공이 죽은 전처의 그림자에 괴로워하는 <레베카>를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가온도 이런 진실에 공포를 느끼거나 혹 상처받지 않을까 짐작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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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판사>는 이 클리셰를 건강한 방향으로 뒤틀어버림. '죽은 누군가와 닮았다는 설정'은 남주가 이 집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요소로 쓰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요한의 집에 가온이 가족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계기로 작용함. 어떻게 이런 설정이 가능한가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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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로 인한 트라우마 소유자

형을 잃은 사고 이후 만성적인 정서적 결핍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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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를 당해 집안이 풍비박산나고 조실부모한 천애고아

저를 다잡아준 스승과 소꿉친구 이외에는 곁에 사람이 없음

남들 눈에는 그저 어리고 단정한 신임 판사로 보이는 가온에게도 가슴에 맺혀 풀지 못한 슬픔이 있었고 

강요한 안에 고여있는 비극을 김가온이 뼈저리게 공감하기 때문에 이들은 서로를 알고, 그런 다음엔 이해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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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같이 살던 집에 혼자 남아 주워온 화분을 기르며 멀고 먼 불빛을 바라봤던 가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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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하게 지내는 요한과 그 가족 옆에서 그들 위로 자신의 외로움을 겹쳐보지 않을 수가 없어 

대내외적으로 별로 알려진 게 없는 강요한의 개인사를 뒤져보겠다고 남은 집에서 가온이 하는 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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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과 웹툰에서 3000번 본 바로 그 장면 : 까칠한 사람에게는 먹이를 줘라. 

밥도 안 먹고 잠도 못 잔다고 염려하며 가온이 차려놓은 저녁상을, 요한은 식사가 끝난 뒤에도 오래오래 바라보지. 

의심이 뒤섞여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사이임에도 가온은 요한에게 무언가를 빼앗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선물하여 요한을 안정시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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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살아남은 혈육인 조카 엘리야를 애지중지하는 요한은 보안이 철저한 이 집에 타인을 들이지 않는 편이고, 그래서 가온을 돌보는 일도 본인이 직접 했음. 

이미 뒷조사를 마쳤지만 아직 가온에 대해 모르는 게 많으니 문신을 발견한 요한은 묻고, 가온은 방황했던 시절이라 짧게 이야기하고. 그 다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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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이 묻고, 요한이 대답하고, 다 드러내고.

아직도 상흔이 그대로 남은 요한의 등.



왜 데칼코마니로 맞춘 것처럼 요한과 가온이 서로의 등을 봐야 하는 걸까?

눈에 보이는 곳이 다치면 자주 신경을 쓰게 되니까 회복도 빠름. 그러나 속에서 터진 고통은 내 눈으로 들여다볼 수 없어 해묵은 채로 덧나고 썩어가게 됨. 그런 마음의 상처를 등에 남은 흉터로 빗대 표현한 건, 옷을 벗은 다음 거울에 비추지 않는 이상 스스로도 보기 어려운 신체부위가 '등'이라서. 


나 혼자로는 알 수 없는 내 상처를 누군가는 알아봐야 했기에 요한과 가온은 같은 집에서 동거할 필요가 있었음. 마치 혼자서는 진정한 사랑이 뭔지 알 수 없어 '미녀'의 도움이 필요했던 '야수'처럼. 인간이 도대체 왜 야수가 되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 미녀는 결국 야수의 성으로 들어가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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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상을 공유하면 감추고 싶은 것까지 보여주게 됨 

악몽과 죄의식에 시달리는 자기 자신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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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김에 가온의 연민과 죄책감을 자극해 아예 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려던 요한은 오히려 말문이 막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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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이 해준 말대로 자기 상처를 똑바로 들여다보며 트라우마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됨 

어릴 때 아버지에게 맞고 있으면 형이 말리러 왔었지만 지금은 때리던 아버지도 막아주던 형도 이 세상에 없으니까. 가온의 진심어린 충고를 듣고 마음 속 어린 아이를 스스로 구해내지만, 그래도 상처로 얼룩진 이 집은 여전히 요한에게 너무도 고통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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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어린 자신의 환영을 만나 피폐해진 요한은 다음날 아침까지 어두운 침실에 틀어박혀 있다 웃음소리를 듣고 창가로 다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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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의 눈에 들어온 봄날 정원 

화재사고에서 요한과 단둘이 생존한 조카 엘리야, 잘 모르는 사람은 비싼 품종묘인 줄 알지만 길냥이인 꼬미, 크게 다쳐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이 집에 왔던 가온. 한때 몹시 아팠지만 이제는 햇살, 초록빛 나무와 풀잎, 붉은 꽃을 배경으로 생생히 살아 숨쉬는 생명들. 

요한이 이 삭막한 집으로 돌아오는 이유. 큰 저택과 막대한 유산의 상속자여서가 아니라, 이들이 요한의 '집'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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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 숨어 동경하는 마음으로 빛을 바라보지만 아직은 그 빛 쪽으로 걸어나갈 수 없는 주인공 

지금까지 멜로물에 75920번 나온 장면을 남-남으로 그려냈을 때.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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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미녀'가 '야수'의 성에 도착했을 때 여기는 아름답지만 가라앉은 것처럼 조용하고 어두웠지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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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이 온 뒤 빛으로 가득차는 저택 

인공 조명과 달리 집 전체를 환하게 밝히는 아침 햇살

바뀐 저택 분위기를 암시함과 동시에 직접적인 시간의 흐름을 보여줌으로써 가온이 요한의 영역에 생각보다 오래 깃들어 있다는 걸 함의하는 연출이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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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설정상 가온은 디스토피아 세계의 유일한 희망 = 빛

야수, 히스클리프, 에드워드 로체스터에게 미녀, 캐시, 제인 에어 =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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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옷을 입고 빛에 잠겨 온화한 얼굴로 웃을 수 있게 된 요한 

가온이 와 있는 동안 계절도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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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무렵의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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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이 주워온 가온과 고양이 

건강해지고 나서도 요한의 곁을 떠나지 않는 이들



Q. 잠깐, 철저히 로맨스 작법대로 쓰여진 이야기밖에 없냐?

A. 혹시 도라이 광공 좋아해? 클래식한 로맨스와 혐관이 어떻게 대조대비되는지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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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 강요한과 여주 정선아는 어릴 때 저택의 도련님과 메이드로 잠시 만났다가 대한민국을 갖고 노는 거물들로 재회함 

한쪽이 일방적인 소유욕에 불타는 집착을 보여주는 관계인데, 역시 성별반전으로 남주 아닌 여주가 돌아버린 광공에다 메인 빌런이기까지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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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이 선아를 이렇게 생각하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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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아를 상대로 사교적인 매너는 완벽하게 발휘하지만 선 넘는 스킨십은 그 자리에서 쳐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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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이 먼저 선아를 볼 때는 승리를 확신하는 순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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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요한과 가온은 자주 눈이 마주치는 편

캐릭터 특성과 스토리 전개상 서로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적대보다는 탐색에 가까운 긴장감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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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시선 vs. 교차되는 시선으로 연출한 혐관과 쌍방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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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포스터를 보면 놀랍게도 마주보는 관계는 요한-가온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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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선아가 강요한을 마음껏 보는 방법 : 감금결박 근데 이제 미친 광기를 곁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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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장소 : 까마귀 습성을 가진 선아가 반짝반짝 빛나는 수집품들을 모아놓은 비밀공간

요한은 여기가 어딜 본떠 만들어졌는지 한눈에 알아보고 곧 선아가 오래 전에 만난 메이드라는 걸 기억해내 

요한의 집에 메이드로 들어갔던 선아는 난생 처음 접한 상류층 생활에 매료되었고, 그때을 잊지 못해 이런 곳을 만들었음 

화려한 물건들이 가득하지만 살아있는 생명체는 단 하나도 없고, 자연적인 빛이 들어오지 않아(밤) 인공 조명으로밖에 밝힐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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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요한이 커튼 뒤에서 훔쳐봤던 아름다운 풍경과 정반대되는 그림을 배치해 요한-가온, 요한-선아 관계가 어떻게 다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표현했음. 우선 사방이 탁 트인 정원 - 밀폐된 공간, 자유로움 - 감금 중이라는 것부터가 다름. 

요한이 대저택을 '집'이라고 부르는 건 그 집의 물질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 아니라, 그 곳에 아끼는 존재들이 있어서지. 행복했던 기억은 형과의 추억밖에 없어 스스로도 저택을 지긋지긋해할 정도인데, 선아는 요한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알면서도 그 모든 게 다 갖고 싶기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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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 년간 탐냈던 목걸이를 요한에게서 빼앗은 선아.

이 목걸이는 단순한 유품이 아님. 형 이삭이 남긴 친어머니의 목걸이고, 어린 선아가 집안 물건을 바깥으로 빼돌려도 아무 권리가 없기에 방관하던 어린 요한이 처음으로 경고와 제지에 나서게 했던 물건임. 

지금은 요한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목걸이를 손에 거머쥔 장면을 통해, 선아가 요한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 애정이라기보다는 몰이해한 소유욕에 가깝다는 걸 그려냄. 요한의 아프고 소중한 추억조차 선아에겐 탐욕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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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이 따뜻한 밥과 위안을 선사해 요한에게 평범한 일상을 주고 싶어했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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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텐 아무 것도 지킬 게 없으니까."

자기 자신조차 지키고 싶지 않은 요한은 선아 앞에서 목이 졸려도 주사 바늘에 찔려도 거의 반응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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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걸음으로 '집'에 돌아온 요한이 발견한 건 

자기를 기다리다 거실 소파에서 잠들어버린 조카 엘리야와 가온. 

지켜야 하는 내 사람들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이토록 약하고 무방비한 모습으로. 



https://twitter.com/siedyrk/status/1416631729477935105?s=20

다음날 강요한은 집에서 아침상으로 12첩 반상을 받는데 이 부분도 어제 요한이 겪은 일과 완벽히 비교되는 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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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도 일방적 강제적 폭력적 입맞춤을 확고하게 거부하는 요한

감지 않은 눈, 굳게 다문 입, 완전한 무반응

요한의 자유의지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각도에서 여지없이 내보이는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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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무표정하던 그 강요한은 어디로 갔는지 사람답게 좀 살자고 가온이 차려준 밥을 맛있게 먹고 있음. 

평소 우아한 테이블 매너를 보이던 것과 달리 입을 크게 벌리거나 혀를 보이는 행동은 편한 사람들 앞에서만 풀어지는 요한의 심리를 반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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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전날밤의 불유쾌한 키스에 응답하지 않던 닫힌 입 vs. 다음날 식사자리에서 과장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먹는 모습을 대조해

요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요한이 원하지 않는 것과 정말 원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묘사함

강렬한 혐관과 낯익은 로맨스+유사가족 요소를 교차 배치해서 장황한 대사 없이도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갈 수 있어

"이 집에 안 어울리는 이 생소한 단란함 뭐죠?" (공식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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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이 요한의 아픔을 알게 되고, 그래서 요한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과 달리 선아는 요한을 원하지만 그가 자기과 똑같은 부류의 인간이라고만 파악할 뿐 더 알고 싶은 생각이 없어.

요한의 인생에서 가장 큰 비극이었던 일을 훌륭한 계략이었다고 말하며 이해가 동반되지 않은 구애를 퍼붓는 선아에게 요한이 줄 수 있는 건 예나 지금이나 냉소 말고 뭐가 있겠나. 



https://twitter.com/KFO0D/status/1415691453930475522?s=20
https://twitter.com/backroom_113/status/1431683294391767041
"이 세상 아무도 이해 못해도 전 이해합니다. 그 감정만큼은." 
그래서 가온이 요한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그게 이미 예측한 대로의 반응인데도 요한은 많이 놀라. 
요한의 말에 따르면 "...너무 격렬하게 공감당하다 보니까 좀 당혹스럽다고 해야 하나. 그래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타인에게 그런 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일이 처음이어서.


이런 식으로 드라마 곳곳에 일방적인 집착과 거기서 비롯되는 파국 X 다투면서도 서로를 알아가려고 하는 양방향 서사가 대비되어 전개됨. 예시를 더 들자면 


https://twitter.com/backroom_113/status/143112804814169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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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려 강압적인 키스에서 벗어나는 요한 vs. 턱을 잡고 있던 손도 허공에 그대로 둔 채 시선까지 가온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는 요한 



그렇다고 남주랑 남주가 안 싸우는 건 아님. 매화 싸우고 있음 이렇게 싸워대는 드라마 첨 봤음... 

보통 드라마에서 극도로 흥분한 상대방을 진정시키기 위해 쓰는 장치는 남-녀의 힘 차이를 이용한 포옹이나 격한 입맞춤이지만 남-남 관계라 다른 방면으로 센 장면이 나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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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를 다치게 했냐는 오해로 한 대 맞은 요한은 바로 가온을 벽에 갖다던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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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맞았지만 죽은 형을 닮은 얼굴은 차마 제 손으로 때릴 수 없고 손바닥 아래로는 심장이 뛰고 있는 게 느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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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로 밀어트린 다음 힘으로 제압해 움직일 수 없도록 고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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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흉기를 내리꽂는 충격요법으로 힘을 빼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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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버전

놀랐으면서도 가온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고 어느 정도 스스로를 컨트롤하고 나서야 제대로 움직이는 요한을 볼 수 있음



https://twitter.com/_puchi_b/status/1413878224887582720?s=20

https://twitter.com/siedyrk/status/1416411281691594755?s=20

요한이 형 이삭에게는 의지했지만 가온에게는 보호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게 갈등씬에서도 드러나고, 가온에 대한 요한의 이런 과보호를 선아가 눈치채는 장면도 진작 나왔음. 요한과 가온이 선아에 의해 둘 다 위험해질 거라는 이야기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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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갈등상황들도 있었으나 이 다툼은 컸고 



https://gfycat.com/AdeptLonelyBedlingtonterrier

완력 차이를 실감한 가온은 이성을 되찾음과 동시에 거의 탈진에 가까운 상태로 쓰러지는데 

앞에 있는 이를 믿을 수 없어 괴로워하는 그 순간에도 요한이 '나와 같은 시간에 살아야 하니까' 말하며 건넨 시계를 여전히 차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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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되는 요한과 가온의 시계)

남-녀의 반지를 대신해 관계성의 중요한 장치로 작동하는 시계

시계 1은 십자가 목걸이와 함께 형이 남긴 유품이며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시간을 의미

시계 2는 요한이 가온에게 주는 호의와 유대감의 증표이자 두 사람이 아무리 대치하더라도 결국 같은 시간대에 함께 살아있다는 걸 나타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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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한은 제 앞을 막는 사람에게 동정을 베풀지 않으니 적이 될 것 같은 김가온도 치워버리면 그만인데 그러지를 못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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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남주 입에서 또다른 남주의 풀네임이 나온 순간


적들 아니면 광신도만 있는 세상에서 몇 번이나 고비를 넘겨온 요한이지만 가온이 주는 상처에는 면역이 생기지 않는 것 같음 

내 친구를 뒤에서 공격한 거냐는 오해를 받고도 자신을 알 만큼 아는 가온에게 어떻게 믿느냔 말을 들어도

강요한은 김가온을 버리는 선택지보다 그에게 되풀이해 '다음'을 약속받는 것을 선택함 



같은 회차에서 요한이 똑같은 단어에 다른 뜻을 담아 말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함

1. 선아 : 우리, 비슷한 부류잖아? 서로 영역만 침범 안 하면 재밌는 일을 많이 할 수도 있어. 

요한 : 나라면 그러지 않겠어. 이런 시간 낭비... 그냥 지금, 기회가 주어졌을 때 죽이는 게 나을 텐데. 그게 빨라. 다시는, 나를 이런 식으로 잡을 수 없을 테니까. 


2. 가온 : 당신 말을 어떻게 믿는데... 

요한 : 다시는 날 공격하지 마다시는


공격받으면 배로 반격할 자신이 있으니 주저함 없이 지금 죽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대와 나를 다치게 하지 말아달라 예외를 두게 만드는 상대



https://twitter.com/fallinfortuna/status/1416679201256574982?s=20

이보다 앞서 가온이 스스로 나가겠다고 말했음에도 요한은 그 말을 들어주지 않았고.
"쫓아내진 않을 거야." 이 대사엔 직장인 시범재판부만이 아니라 저택에서도 내 손으로 널 내보낼 일은 없을 거라는 은유가 숨어 있음.  
그런데 사실 요한의 저택에 가온이 오래도록 머무르는 건 처음부터 정해진 일이었음. 야수는 미녀를 내쫓은 적이 없어. 로체스터가 제인 에어를 내보내서 둘이 헤어진 게 아니야. 미녀도 제인 에어도 잠시든 영원이든 떠날 때는 자신의 의지로 성에서 걸어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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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거든. 너랑 있는 거."
이 대사를 위한 빌드업을 쌓으려고 가온은 모르지만 시청자는 볼 수 있는 요한의 의미심장한 웃는 얼굴이 몇 번 등장함. 초반에 요한이 가온에게 느낀 가장 큰 감정 중 하나는 '재미'였음. 
게다가 복수심만 붙들고 사는 강요한의 매일이 얼마나 메마르고 무미건조하며 재미없는지 이제 극을 보는 모두가 알아. 그래서 너랑 있는 게 재미있다는 저 대사는 가온과 시청자 양쪽 다에게 사전적인 의미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와. 


Q. 더 색다른 뭔가는 없어?

A. 적폐 권력자가 여성인 세상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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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여주 속성을 대폭 부여받은 남주 가온이 로코의 드레스업, 로판의 데뷔탕트 씬을 획득하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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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에서 등장하는 말레나 오마주

여성 권력자(一)와 시중드는 남자들(多)



https://twitter.com/kkdramatalker/status/1411675631213895689?s=20

https://twitter.com/__k_drama/status/1416746134802866178?s=20

마찬가지로 빌런인 선아도 매력적인 남주의 특징(재력, 권력, 미모)을 모두 보유하고 있음 

자연스럽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호감을 얻는 클리셰 공식 성별반전 여-여 변형 기출.avi



Q. 다 기빨리는데 포근한 로맨스를 달라

A. 소꿉친구들의 연애 미만 친구 이상 관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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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로맨스 드라마 아니잖아?

A. 당연하죠 법정물입니다. 근데 그렇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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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이번주에 남주들 또 싸우고 여주들도 난리날 예정


https://twitter.com/OLLY_922P/status/1416994803099729925?s=20

너 맞아? 나 만날 맞아ㅠㅠ

여주가 고난을 겪던 시대는 갔다 이제 고생은 남주가 해라 

맞고 구르는 캔디형 남주의 과거 서사가 알고 싶다면 이번주 토요일 tvn 악마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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