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20대 비율 22%로 급성장…무약정과 저렴한 요금 ‘매력’
#. “한 달에 5만원, 1년이면 60만원이야.” 최근 선아 (32) 씨는 친구에게서 알뜰폰 서비스를 추천받았다. 저렴한 가격에 쓰던 품질 그대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알뜰폰 서비스를 사용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었다. 처음에는 ‘속도가 느리지 않을까’, ‘멤버십 할인이 없어 아쉽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비용 차이가 상당했다. 그길로 바로 편의점에서 유심(USIM) 요금제를 구매해 갈아 끼웠다. 한 달 후 지금은 선아 씨가 ‘알뜰폰’ 전도사가 됐다. “요금은 반값이 됐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대형 이동통신사의 통화·데이터 품질과 전혀 차이를 느끼지 못했어요. 가족에게도 모두 추천했죠.”
알뜰폰(이동통신 재판매, MVNO) 서비스가 가입자 10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형 이동통신사들이 약정과 고가 요금제에 대한 불만으로 주춤하는 사이 무약정과 저렴한 요금 등을 앞세워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알뜰폰 가입자 1000만 눈앞
알뜰폰은 이동통신 재판매 서비스로, 알뜰폰 통신사가 판매하는 단말기와 요금제 상품을 총칭한다. 기존 통신사(MNO)는 통신망을 직접 보유해 자체적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알뜰폰 통신사(MVNO)는 MNO의 통신망을 임대해 통신 서비스를 재판매한다. 알뜰폰 통신사는 통신망 증설과 유지 비용이 없으므로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알뜰폰 통신사는 MNO와 동일한 통신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통화 품질도 동일하며 번호 이동으로 알뜰폰 통신사에 가입하면 쓰던 폰, 쓰던 번호 그대로 알뜰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동전화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는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956만9442명이다. 불과 1년 전인 5월 말 737만752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9.8%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이동통신 서비스(SK텔레콤·KT·LG유플러스·MVNO) 전체 가입자 수는 2.9% 증가에 그쳤다. 이는 신규 고객 중 상당수가 대형 통신사보다 알뜰폰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입자 연령대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알뜰폰 하면 주로 고연령층 대상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가입자 현황을 보면 젊은 층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이동통신 전문 조사 업체인 컨슈머인사이트가 알뜰폰 이용자들의 구매 행태를 분석한 결과 10대와 20대 이용자가 크게 늘면서 2017년 12%에서 지난해 22%로 성장했다. 반면 40~50대 비율은 감소하면서 알뜰폰이 더 이상 데이터 이용량이 적은 고령층을 위한 통신사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있다. 통신비 부담을 줄이려는 소비층 누구에게나 알뜰폰이 합리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알뜰폰의 인기는 왜 점점 높아지고 있을까. 첫째는 ‘비용’이다. 가계 지출을 들여다보면 매월 통신비에 스마트폰 단말 할부 비용과 월 통신비로 적지않이 지출한다. 알뜰폰은 과도한 통신비가 가정의 고정 지출비에서 외식비 다음으로 큰 부분을 차지하자 정부 정책으로 출범한 서비스다. 그만큼 가격에 특화돼 있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조사에서 알뜰폰 이용자들의 월 이용 요금(단말기 할부금 제외)은 2만4700원으로, 통신 3사 평균 4만5900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저렴한 요금은 알뜰폰을 선택하는 최대 이유다. 알뜰폰 이용자들은 핵심 구매 요소(복수 응답)로 저렴한 월 요금(65%), 나에게 맞는 요금제(40%)를 선택해 같은 항목에서 각각 10% 안팎에 그친 통신 3사의 구매 요소를 크게 앞질렀다. 반면 결합 할인 혜택, 멤버십 혜택 등에 대해서는 구매 결정 시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통신 3사의 최대 가입 이유가 결합 할인 혜택(37%)이었던 것과 비교된다.
알뜰폰 사업자가 16개에 달하면서 고객을 잡기 위한 ‘최저가’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알뜰폰 종합 포털인 ‘알뜰폰 허브’를 통해 16개 사업자의 요금제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데 월 납부 요금이 0원에서 최대 4만여원일 만큼 서비스 가격을 대폭 낮췄다. 데이터 무제한 제품을 7개월간 99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 월 1900원짜리(데이터 500M, 통화 50분) 상품 등 최저가 이벤트 역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더욱이 7GB, 180GB 등 통신 3사가 제공하지 않는 조건의 요금제들이 많아 선택의 폭도 넓다. 그 대신 통신 3사가 제공하는 멤버십 제도나 할인 혜택은 누릴 수 없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둘째,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통신 품질이 동일하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으로 기존 통신 3사의 통신망을 그대로 빌려 사용하기 때문에 품질은 100% 동일하다. 예컨대 KT M모바일은 KT의 자회사로 KT의 통신망을 그대로 제공하며 미디어로그와 LG헬로비전은 LG유플러스의 자회사로 LG유플러스의 통신망을 동일하게 사용한다.
셋째, 이통사의 족쇄인 약정에 대한 불만도 소비자들의 눈길을 알뜰폰으로 돌리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이동통신사 가입자는 단말기 구매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공시 지원금과 요금의 25%를 할인하는 선택 약정 할인 중 선택할 수 있지만 공시 지원금과 선택 약정 할인 모두 2년 이상의 약정을 전제로 한다. 반면 알뜰폰은 약정과 위약금에서 자유롭다. 요금제 가입과 해지까지 모두 자유롭기 때문에 쓰던 폰 그대로 유심만 변경해 사용하는 이용자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알뜰폰 추천 의향 62%…통신 3사 앞질러
물론 알뜰폰 서비스가 통신 3사에 비해 아쉬운 점도 많다. 컨슈머인사이트가 통신 3사와 알뜰폰 이용자의 만족도와 추천 의향을 비교한 결과 알뜰폰은 요금과 음성 통화 품질, 데이터 품질에 외 나머지 7개 항목에서 통신 3사에 밀렸다. 통신 3사는 고객 응대 서비스, 장기 고객 혜택, 부가 서비스 및 혜택 항목에서 알뜰폰 만족도의 2배에 달했다. 그 밖에 이미지, 광고, 개통 가능한 휴대전화, 프로모션·이벤트 측면에서도 상당한 차이로 앞섰다.
만족도 전반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용하는 통신사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생각이 있다는 응답은 2019년부터 알뜰폰의 완승이었다. 알뜰폰 이용자의 추천 의향은 2018년 55%, 2019년 58%, 2020년 62%로 계속 증가한 반면 통신 3사 이용자는 같은 기간 56%, 53%, 50%로 오히려 감소 추세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통신 3사는 요금과 통화, 데이터 품질을 제외한 7개 측면에서 큰 우세를 보였음에도 추천 의향 측면에서 보면 요금 하나의 열세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며 “마케팅과 부가 서비스에 쏟는 투자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한다고 볼 수 있고 이대로라면 알뜰폰의 지속적인 성장과 시장 잠식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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