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겪었던 일이야 달촌이라 해야하나?
고도가 높고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골목길도 많은 미로같은 구조라 경찰과 도둑하는데 안성맞춤이야
그런데 그 동네엔 꽤 유명한 미친년이 있었음 검은색 치마입고 긴 머리카락 휘날리면서 슬리퍼 들고 맨발로 뛰어다니는 미친여자 (우린 슬리퍼여자라 불렀음)
어른들은 이야기하는걸 꺼려하고 그 동네로 가지 말라고 혼냈지만 한창인 애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이기진 못했지
처음엔 쫄아서 아무것도 못하다가 슬리퍼여자가 보이질 않으니 그냥 헛소문인가하고 안심하고 날뛰기 시작했어
조용하고 한적해서 나중엔 우리들 아지트도 정해서 매일매일 갔어
몇주 지났나?여튼 경찰과 도둑 하면서 놀고 있을 때였어 숨는 자리 명당에서 애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골목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더라 진짜 생각치 못한 타이밍에 머리카락 휘날리면서 슬리퍼 들고
애들쪽을 향해 전력질주하는거야 거기에 있던 애들 다 깜짝 놀라서 소리치면서 뛰어가는데 순식간에 따라잡혔어
그 여자는 따라잡힌 아이랑 나란히 뛰는 것 뿐인데 진짜 괴기하더라 긴 머리카락 휘날리면서 아이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한손엔 슬리퍼까지 소문이 진짜였던거야 놀라고 무서워서 애들한테 문자로 버스정류장에서 만나자고 보낸 뒤 나도 집합장소로 갈려고
나오는데 골목길 어딘가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공포감에 무서워 죽을 것 같았어 다행히도 나는 안 만났지만
어찌저찌해서 다 모였을 때 그 여자랑 나란히 뛰었던 애들은 4명 정도? 한참을 울더라
진정시키고 그 여자 생김새를 설명해 주는데 상상돼서 더 무서웠어
귀뚜라미처럼 다리가 엄청 길어서 보폭도 크고 관절도 이상한것 같이 무릎이 가슴에 닿을 정도로 올리면서 전력질주한다고...
앞을 보는게 아니라 뛰는 자신을 무표정으로 쳐다보고 슬리퍼를 엄청 흔들면서 뛰다가 갑자기 뒤돌아서 다른애들한테 가서 나란히 뛴데
좀 진정하고 나서 애들 데려다 주고 학교에서 모였을 때 그려줬는데 그 그림은 평생 잊지 못할꺼야 ...
그 사건 이후로 근처에 가지도 않았어 그렇게 고등학교 올라가고 생활하다가 그 동네에서 살았던 애가 있더라고
좀 친해진 후에 겪었던 일을 이야기 해줬더니 당연히 슬리퍼 여자는 알고 있더라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알았지
그 미친여자는 정상이래
옆동네에서 버스타고 와서 그 촌에서 미친년처럼 행동하다가 저녁 쯤 되면 돌아간데
오는건 랜덤 자주오는 것도 아니고 규칙성있게 오는것도 아니라고 했어
몇번 신고도 하고 했는데 무시하고 경찰들은 그냥 냅둬서 동네사람들도 포기하고 서로 귀찮아해서 언급 안한다고 하더라
왜 그러는지는 아무도 모르고...지금은 내가 그 동네 주변에 살아 아마 여기 어딘가에 그 여자가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