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9) 소녀와 택시
“제기랄, 왜 이렇게 으스스하지.”
택시 한 대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밤, 어느 인적 드문 시골길을 달리고 있었다. 시내 가까이 이르렀을 때 택시기사는 다리 위에서 비를 맞으며 떨고 있는 한 소녀를 발견했다. 빨간 리본으로 머리를 단정히 묶고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는 택시를 잡으려는 듯 손짓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한담.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택시기사는 이런 인적 드문 곳에서 비를 맞고 서 있는 소녀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고맙습니다.”
차를 탄 소녀는 빗속에 오래 서 있었던 탓인지 안색이 몹시 창백했다. 택시기사는 속으로 혀를 차며 차를 몰았다. 이윽고 그녀의 집 앞에 다다랐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들어가서 돈을 가지고 나올 테니까요.”
그녀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록 그녀가 나오지 않았다. 택시기사는 할 수 없이 투덜거리며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요?”
할머니의 목소리였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짜증스럽게 택시기사가 말했다.
“뭘 기다린다는 것이오?”
할머니는 의아한 듯 물었다.
“아, 이 집 아가씨가 다리에서 여기까지 택시를 타고 왔는데 돈을 가지고 나오겠다며 안으로 들어가더니 지금까지 나오지 않는단 말씀입니다.”
“뭐, 아가씨라고? 도대체 어떻게 생긴…….”
“머리를 빨간 리본으로 묶고…….”
할머니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졌다. 그리고 택시기사가 이야기를 마치자 그 할머니는 울먹거리며 중얼거렸다.
“아이고, 불쌍한 것…….”
택시기사는 어리둥절했다.
“그 아인, 1년 전에 죽은 내 손녀라우. 댁이 본 그 애의 옷차림은 손녀를 화장시킬 때와 똑같아.”
“뭐, 뭐라구요? 아니 그럼 내가 본 것은?”
집으로 돌아간 택시기사는 열이 나고 헛소리를 하며 앓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몇 개월 동안 정신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다. 이 이야기는 택시기사들에게 암암리에 퍼져나갔고 모두들 비오는 날에는 그 다리 건너는 것을 꺼려 했다.
그후 몇 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운전면허를 딴 지 얼마 안 되는 한 택시기사가 비오는 날에 그 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그 역시 소문을 듣긴 했지만 그냥 웃어 넘겨 버렸었다. 그러나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그는 큰 소리로 중얼거렸다.
“까짓 거, 안 태우면 그만 아냐. 시내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뭐.”
그런데 다리 중간쯤 오자 역시 한 소녀가 서 있었다. 소문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아, 이럴 수가…….”
그는 갑자기 속력을 냈다.
“얼마 안 남았어. 이 다리만 건너면…….”
그때 눈앞에 그 소녀가 나타났다.
“죽어라, 귀신아!”
그는 가속 페달을 더욱 힘껏 밟으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으아아아!”
이튿날 강에서는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든 택시 한 대가 끌어 올려졌다.
🔎출처 ☞ https://blog.naver.com/snow_music/223980660855
5-(20) 환생
어느 무더운 여름날 해가 질 무렵, 한 여인이 세 살 먹은 아들을 데리고 산 너머 자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산꼭대기에 이르자 널찍하고 평평한 바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산을 오르느라 몹시 지친 그녀는 잠시 쉴 요량으로 아들과 함께 그 바위에 걸터앉았다.
아들은 바위 위에 앉자마자 머리를 끄덕이며 졸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간 몸의 균형을 잃어 바위 밑 낭떠러지로 떨어져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후 5, 6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그녀는 다시 아들을 낳았고 어느새 죽은 아들의 나이만큼 되었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그녀는 또다시 아들을 데리고 그 산을 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바위에서 잠시 쉬었다. 그 아들 역시 산을 오르느라 몹시 힘이 들었던지 바위에 앉자마자 졸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들이 균형을 잃고 쓰러지기 전에 그녀가 먼저 붙들었다.
아들을 붙드는 순간 어머니를 쳐다보며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엄마, 저번에는 왜 안 붙들어 주었어요?”
순간 여인은 너무도 놀란 나머지 그만 아들을 놓고 말았다. 그녀의 아들은 또다시 벼랑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잃고 말았다.
🔎출처 ☞ https://blog.naver.com/snow_music/223988887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