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애기 때 헛것을 자주 보고 가위도 자주 눌렸어.
가위를 정말 매일 밤 눌리고 환청을 들으며 살아서
나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전에 어떤 사람들이랑 대화를 해야 잠에 들 수 있는 건지 알았음.
성인이 되고 나서는 가끔 가위만 눌리는 정도고 뭘 보지는 못했어.
근데 어젯밤에 새벽 2시 30분쯤 늦게 잠에 들었는데 눕자마자 꿈을 꾸기 시작한거야.
약간 불편한 기분, 무거운 몸, 가위라기에는 현실에서 헛것이 보이는 느낌은 아니었고 뭔가 급박한 상황의 꿈이었어.
옛날 양반집 처럼 큰 터로 이루어진 집 안이었는데,
아주머니들이 엄청 뜨거운 불 앞에서 땀 뻘뻘 흘리며 음식을 하고 계셨어
분명 늦은 밤이었는데 조금 이상했지.
나는 밖으로 나가려고 집안을 헤매고 있었는데 어디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거야.
종소리였는지 북소리였는지 정확한 종류는 기억이 안나. 그냥 대문 밖에서 나는 소리였어.
압도되는 분위기 때문에 무서운 기분이 들었고, 나는 서둘러서 대문이 있는 쪽으로 갔어
양반집이라서 집채도 여러채 있었고, 통과해야 하는 문도 많았지
빨리 벗어나려고 분홍색 옷 입은 아주머니의 등을 치고 마지막 문을 열었을 때 쯤
대문이 있는 쪽을 봤는데 문은 이미 열려있었어.
그리고 저 멀리 산길 속에서 지게를 진 남자 한명이 보였어.
이미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그 남자는
무언가 어두운 색 천으로 둘둘 감긴 길쭉한 것을 지고 있었어.
그 너머에는 한명이 더 있었어.
두루마기 까지 갖춘 한복을 입고, 갓을 쓴 남자 한명.
그 사람이 흰색 천을 마구 흔들며 그 지게 진 남자를 향해
춤을 추고 있었어.
근데 그 한복 입은 남자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쯤 지게꾼이 지고 있는 것의 정체를 알게 돼서
집중할 수가 없더라. 뭔가 축쳐진 사람을 둘둘 말아놓은 것 같은 짐이었어. 시체였지.
늦은 밤 바쁘게 음식을 하던 아주머니들, 사람의 시체 같은 짐, 한복을 입고 배웅 하는 듯한 남자.
소름이 돋아서 잠에서 깼는데 30분 정도 지나있더라.
깨고 나서 생각한건데, 아마 그 곳은 제사를 지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던 것 같아.
어째서인지 시신이 밖에서 이제야 들어오고 있었던 거고, 아마 나도 같이 음식을 하던 사람 중 하나였는데 갑자기 무서워져서 나가고 싶었던 것 같음.
한복 입은 남자가 진짜 좀 이상했는데 흰 천을 들고 흔들던건지 아니면 흰색처럼 보이는 두루마기를 입고 몸을 흔들어서 그렇게 보이던건지는 헷갈려.
결론은 애매하지만 뭔가 그 분위기가 되게 기묘했어서 글로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