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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경험담 잠결에 우리 흉내를 내는 귀신 본 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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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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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결에 언니 흉내를 내는 귀신 본 썰 https://theqoo.net/horror/3412425017)

 

 

 

안녕 덬들아! 오늘은 공휴일이고, 심심해서 그 귀신을 처음 봤던 날을 이야기해보려고 해. 올겨울쯤이었던 것 같아. 이 집으로 이사온 지 석달 쯤 되었을까, 침실 구석이며 창문 위쪽이며 곰팡이가 잔뜩 피어서 벽지를 뜯어내고 공사를 해야 했어. 우리는 매트리스를 책상이 있는 공부방으로 옮겼어. 그래봤자 비슷한 크기의 방이었지만, 책장과 책상에 둘러싸여 자려니까 조금 적응이 안 되어서 깊게 잠들지 못했던 것 같아.

그래서였을까, 언니는 방을 옮긴 바로 그 날 새벽에 가위에 눌렸어. 가위가 아니라 현실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가위라고 해두는 게 더 설득력 있을 것 같아. 별로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야.

-

책상 방에서 잠을 자게 된 바로 다음 날 새벽이었어. 새벽녘의 푸르스름한 빛이 블라인드 사이로 새어들어오고 있었어. 나는 언니가 자꾸 내 쪽으로 몸을 붙여오길래 슬쩍 밀었어. 그래도 언니가 자꾸만 내 쪽으로 몸을 바짝 붙여 눕는 거야. 결국 나는 조금 옆으로 가면 안 돼? 하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어. 그랬더니 언니가

"일부러 붙는 거야"

하고 짜증을 내더라? 나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졸음에 못이겨 그대로 다시 눈을 붙였어. 그리고 아침을 먹다가 문득 그 일이 생각나서 언니에게 새벽에 왜 이렇게 몸을 붙였냐고 물어봤어.

"어제 가위 눌렸어."

언니는 별로 가위에 잘 눌리는 편은 아니었어. 의아했지만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랬나보다 하고 언니의 말에 귀를 기울였어.

 

 


어제 밤에 갑자기 눈이 확 떠졌어. 화장실에 가고 싶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눈이 떠졌어. 그런데  이 방에, 이 침대에 너랑 나랑 둘만 있는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 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지금 여기 몇 명 있지?'라고 불현듯 내뱉었어. 나도 내가 왜 이걸 입 밖으로 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랬는데 옆에서

'세 명'

하고 대답이 돌아왔어.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니 목소리랑 너무 똑같아서 니가 말하는 줄 알았어. 나는 니가 장난을 치는 줄 알고 '왜 세 명이야?' 하고 되물으면서 옆을 슬쩍 돌아봤어. 그런데 옆에서 너는 너무 푹 자고 있었고, 니 앞, 그러니까 너랑 내 사이에 검은 실루엣 같은 게 보이는 거야. 나는 방금 대답을 한 게 니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리고 '너 누구야?' 하고 물었어. 평소 같았으면 무서워서 말을 걸 엄두도 안 났을 텐데 나도 모르게 자꾸 말이 튀어나오더라. 그랬더니 옆에서 기괴한 웃음이 섞인 투로 그게 대답했어.

흐흐흐흐 화장실 귀신 흐흐흐흐흐




언니는 그래서 그 귀신이 우리 사이에 눕지 못하게 하려고 자꾸 나한테 바짝 붙어 온 거라고 말했어. 자기가 귀신이라고 밝히는 귀신이라니. 허무맹랑하긴 한데, 나는 그게 진짜 가위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가위에 눌렸던 내 경험을 되짚어보면, 나는 움직이기는커녕 목소리조차 안나왔거든. 겨우겨우 입을 벌리거나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소름이 오소소 돋으면서 가위에서 풀려나곤 했어. 그런데 돌아눕고, 움직이는 걸 넘어서 대화까지 했다니, 차라리 악몽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지. 내가 바로 다음날 그것과 대화를 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그날 나는 일찍 잠이 들었어. 한참을 잔 것 같은데도 눈을 떠보니 깜깜한 밤이었지. 옆을 보니 언니는 자고 있는 것 같았어. 나는 다시 잠을 자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정신이 또렷해져서 소용 없었어. 그냥 누워서 눈을 꿈뻑거리면서 지금이 몇 시일까, 생각하고 있는데 밖에서 어렴풋이 사이렌 소리가 들리더라. 사이렌 소리는 커졌다가 작아졌다가를 반복하다가 한참이 지나서 꺼졌어. 구급차였을까, 경찰차였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그 사이렌 소리에 귀기울이고 있었는데, 사이렌 소리가 탁 꺼지자마자 옆에서

 

'잡혔나봐.'

 

하고 말하는 거야. 나는 언니가 사이렌 소리 때문에 깼나보다 했어. 매트리스를 벽에 붙여서 배치해놨는데, 언뜻 옆을 보니 벽에 기댄 채로 앉아 있었거든. 그래서 여전히 잠이 오지 않던 나는 언니처럼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어. 어차피 다시 잠이 들기는 글렀다 싶었고, 앉아서 언니랑 얘기도 좀 하고, 폰이나 보면서 날이 밝기를 기다릴 참이었어. 나는 '잡혔나봐'라는 말에 대해 생각하다가 폭주족이나 범인이 잡혔다는 말인 것 같아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야? 하고 물었어. 그랬더니 옆에서

 

'글쎄.'

 

하는 대답이 돌아오더라. 그리고서 흐흐흐흐흐 하고 웃기 시작하는 거야. 처음에는 언니의 목소리라고 착각했지만, 그 웃음소리는 절대로 언니 목소리가 아니었어. 정말 해괴망측하고 음침한 웃음소리였지. 나는 아침에 언니가 가위 눌린 이야기를 해준 게 생각나서 옆을 홱 돌아봤어. 분명 언니가 앉아 있는 줄 알았는데, 내 옆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고,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언니는 정말 곤히 자고 있었어. 잠깐이라도 일어나서 그런 대화를 나눴을 리가 만무했어. 색색거리면서 자는 걸 보면 잠꼬대를 했다고도 믿기지 않았지. 무엇보다도 그 웃음소리는 절대로 언니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이야...
 

나는 그때 확신했어. 이건 가위도, 악몽도 아니라고. 가위에서 풀려날 때의 소름돋는 느낌도 없었고, 일어나 앉는 게 가능할 만큼 몸도 잘 움직여졌고, 심지어는 대화까지 나눌 수 있었는걸. 아침에 일어나서 언니한테 어젯밤에 잠깐 깼었냐고 확인해보니까, 한번도 깨지 않고 잘 잤다고 하더라고. 꽤 길게 울리던 사이렌 소리 역시 듣지 못했고 말이야. 나랑 같이 사이렌 소리를 들은 그건 대체 뭐였을까?

 

언니랑 나는 그렇게 방을 옮기자마자 이틀을 연이어 가위에 눌렸어. 처음에는 그 방의 기운이 안 좋은 건가, 했는데... 도배 시공이 끝나고 다시 매트리스를 침실로 옮겼는데도, 우리는 종종 비슷한 일을 겪고 있어. 매일 있는 일은 아니라서 여느 괴담처럼 생활에 지장이 생긴다거나, 잠을 못 잔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 무서운 건, 점점 우리를 더 잘 따라하게 된다는 점인 것 같아. 목소리만 따라서 낼 수 있었던 게 이제는 생김새도 흉내낼 만큼...

 

-

 

몇 달 전에 있었던 일이라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기억을 되짚어서 써봤어!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나거나 시간이 되면 전에 있었던 다른 일들도 더 풀어보는 걸로 하고,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칠게! 짧지 않은 글 읽어줘서 고마워😘

(참고로 이 얘기 올려도 되냐고 언니한테도 허락 받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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