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 지옥행 버스
어느 두메 산골에 공부 잘하는 여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은 매일 밤 11시까지 혼자 교실에서 자습을 하다가 11시 30분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곤 했다.
그러던 어느 그믐날 밤이었다. 갑자기 달이 사라지고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거세지더니 어느새 장대 같은 비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어찌 된 일인지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이윽고 자정이 조금 지나자 버스가 도착했다. 그녀는 그 버스를 탔다. 그런데 다른 날 같으면 그 시간에는 거의 승객이 없는데 그날은 유독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 있었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승객과 승무원의 모습도 전과 달라 보였다. 그들은 정상인의 눈빛이 아니었다.
버스 안은 매우 조용했다. 아니 너무 조용하여 을씨년스러울 정도였다. 왠지 두려운 심정으로 어서 목적지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기만을 고대했다.
드디어 목적지에 당도했다. 벨을 눌렀는데도 버스는 계속해서 달리기만 했다.
“내려주세요. 여기서 내려주세요.”
그래도 버스는 계속 달려갔다.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내려주세요. 흑흑흑!”
그러자 어떤 인상 좋은 부인 ㅡ그녀도 정상인의 모습은 아니었지만ㅡ 이 일어서더니 운전사에게 말했다.
“산 사람까지 데리고 갈 필요는 없지요.”
이윽고 버스는 멈췄다. 그녀는 버스에서 내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걸음에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들어서자 마침 텔레비전에서는 마감 뉴스를 하고 있었다.
“뉴스 속보입니다. 조금 전에 한 버스가 벼랑 아래로 떨어져 승객과 운전사 모두가 사망했습니다. 자세한 사망자 명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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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 길 묻는 할머니
경해는 그 지긋지긋한 고3이다. 밤늦게까지 자기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경해는 조용히 창문을 열었다. 훤칠하게 잘생긴 한 남학생이 서 있었다.
“저, 혹시 숙희씨 집이 어딘지 아세요?”
친구 숙희 집을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조금은 실망했지만 그래도 숙희 집을 일러주었다.
다음날 아침 학교에 간 경해는 깜짝 놀랐다. 어젯밤 숙희가 죽었다는 것이다.
그날 밤 다시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경해는 덜컥 겁이 났다. 천천히 문을 열어보니 웬 할머니가 서 있었다.
“혜숙이란 아이 집을 어떻게 가지?”
“네, 그 집은요…….”
이상했지만 경해는 할머니에게 혜숙이 집을 알려주었다.
다음날 아침 학교에 가니 혜숙이 자리가 비어 있었다. 대신 꽃다발만 한아름 놓여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날 밤 역시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경해는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문을 잠그고도 부족해 망치로 못을 치기까지 했다.
“학생, 나 몰라? 어제 왔던 할미야.”
경해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문은 열지 않았다. 경해는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다음날 학교에 갔다. 미숙이가 다가와 말했다.
“어젯밤 어떤 할머니가 나한테 와서 너희 집을 묻더라. 너 그 할머니 못 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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