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⑪ 우물
고고학을 전공하는 동엽이는 유적 조사를 위한 사전 답사 임무를 띠고 지방에 내려갔다. 동엽이는 담도 없는 널찍하고 고풍스런 시골 여관을 숙소로 정했다.
어느 날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어디선가 콩콩 뛰는 소리가 들려 왔다. 내다보니 여관 뒷마당에서 앙증맞게 생긴 계집아이 하나가 모듬발로 콩콩 뛰며 우물 가를 돌고 있었다.
다음날도 저물 무렵에 그 계집아이가 나타났다. 계집아이는 역시 모듬발로 우물 가를 돌면서 하나 둘 세기 시작했다. 계집아이는 아홉까지 세고는 달려가 우물을 들여다보고는 자지러질 듯 깔깔 웃었다. 그러고는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대나무 숲길로 사라져 버렸다.
그 다음날도, 다음 다음날도 계집아이는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궁금해진 동엽이는 아이가 떠난 후 우물 속을 들여다 보았으나, 언제부터 있었을까 이끼 낀 우물에서는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깊고 컴컴할 뿐.
날이 갈수록 더욱 궁금해진 동엽이는 어느 날, 우물 가 나무 뒤에 숨어서 기다렸다.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계집아이는 역시 나타나 콩콩 모듬발로 우물 가를 돌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동엽이는 바짝 긴장한 채 달려갈 준비를 했다.
“여섯 일곱 여덟 아홉.”
동엽은 쏜살같이 달려가 고개를 숙이고 우물 속을 내려다 보았다. 그 순간 계집아이의 손이 기다렸다는 듯 동엽이의 목을 쥐고 우물 안으로 밀어 버렸다.
이튿날 저녁에도 계집아이는 어김없이 나타났다. 그리곤 콩콩 뛰면서 수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넷 …… 아홉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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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⑫ (실화) 식물의 감정
클리브 벡스터는 CIA를 사임하고 뉴욕의 경찰학교에서 거짓말탐지기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1966년 2월 벡스터는 사무실의 화분에 물을 주다가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식물에 물을 주고 난 뒤 잎의 습도 변화에 거짓말탐지기가 반응하는지 알고 싶어진 것이다. 원래 거짓말탐지기는 피부의 전기저항을 측정하는 장치이다.
벡스터는 물을 준 고무나무 잎의 양쪽에 거짓말탐지기의 두 전극을 연결하고 물 주기 전과 비교해 보았다. 거짓말탐지기는 아무런 반응도 나타내지 않았다.
벡스터는 이제 식물을 고문하는 것처럼 괴롭히면 어떤 반응이 나타날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는 성냥불을 켜서 고무나무 잎을 태워 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 결심을 하자마자 거짓말탐지기의 기록펜이 급경사를 그리며 위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고무나무를 만지지도 않았고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단순히 해치기로 생각만 한 바로 그 순간에 고무나무는 반응을 시작한 것이다.
경이에 사로잡힌 벡스터는 실험에 몰두했다. 작은 바다새우 몇 마리를 가져와서 한 마리씩 끊는 물에 떨어뜨려 보았다. 새우가 죽을 때마다 거짓말탐지기의 기록침은 심하게 요동을 쳤다. 벡스터는 새우가 죽을 때 일어나는 사람의 감정이 줄 수도 있는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하여 자동으로 새우가 떨어지는 장치를 만든 다음, 사람이 없는 방에서 실험해 보았다. 역시 새우가 죽을 때마다 기록침은 톡톡 튀었다. 그러나 거짓말탐지기에 죽은 새우를 떨어뜨릴 때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계속된 실험에서 벡스터는 어떤 종류의 식물들은 사람의 애정이나 분노에 각각 다르게 반응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식물도 감정이 있는 걸까?
이러한 사실에 대해 과학자들은 동식물을 막론하고 생물의 모든 세포들 사이에 공통의 통신체계가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체계는 아직 실증적으로 명확하게 입증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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