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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가죽잠바 + 생물실의 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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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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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x17. 가죽잠바


연지는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가죽잠바가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난 가을, 학교 축제 때 불우어린이돕기 바자회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잠바가 상당히 좋은 물건임을 연지는 첫눈에 알아보았다. 처음 연지의 손에 들어왔을 때 핏자국 같은 게 조금 묻어 있긴 했지만 금세 지워졌다.

외출 준비를 끝내고 막 나가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같은 과의 영자였다. 심심한 모양이었지만 여고 동기들과 선약이 있었다. 영자와 이야기를 하는데 문득 샴푸 냄새가 났다. 연지는 무심코 물었다.

“너 샴푸했니?”

“어머, 어떻게 알았어?”

“아, 아냐.”

연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곧 잊었다.

며칠 후 연지는 커피숍의 대형 유리창 가에 앉아서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영자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애와 같이 오는 게 보였다. 아마 영자의 동생인 모양이었다. 그들 위로 함박눈이 내렸다. 첫눈이었다.

“야, 너 잠바 멋있다.”

영자는 연지의 가죽잠바를 칭찬하며 자리에 앉았다. 동생은 보낸 모양이었다.

겨울방학 계획으로 수다를 떨다가 잠시 화제가 끊길 즈음 연지가 아무 생각 없이 물었다.

“아까 걔 몇 학년이니?”

“누구?”

“너랑 같이 오던 애, 네 동생 아니니?”

“누구 말하는 거야?”

영자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연지가 본 대로 그 남자애의 생김새를 설명하자 영자는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니가 말한 생김새는 내 동생이랑 똑같은데……. 걘 올 여름에 죽었어. 바다에서.”

“어머!”

연지는 소름이 쫘악 돋았다.

연지는 문세와 헤어지기로 했다. 약간 슬프기는 했지만 아픈 정도는 아니었다. 앞으로 얼마든지 좋은 사람이 나타날 것이었다.

‘문세는 아직 너무 어려……. 충동적이고, 고집 세고, 자기밖에 모르고…….’

자취집이 있는 컴컴한 골목길에 접어드는데 누가 “고모” 하고 불렀다. 연지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잘못 들었는지 아무도 없었다. 대문 앞에 섰는데 또렷하게 “고모” 하고 부르는 소리가 또 들렸다. 조카 창훈이의 목소리였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창훈이는 작년에 맨홀에 빠져 죽었다. 연지는 하얗게 질려 쫓기듯 허겁지겁 방에 뛰어들었다.

팔딱팔딱 뛰는 심장이 겨우 가라앉은 뒤 연지는 최근의 이상한 일들을 곰곰이 되새겨 보았다. 전화로 샴푸 냄새를 맡은 일, 죽은 영자 동생을 본 일, 조카 창훈이의 목소리…….

그러고 보니 며칠 전 길을 가다가 죽은 이모와 똑같은 사람을 봤는데, 그땐 참 많이 닮은 사람도 다 있구나 했지만 이제 생각해 보니 그 일도 심상치 않았다.

온갖 무서운 상상을 다하던 연지는 갑자기 깨달았다. 최근의 괴이한 일들은 모두 바자회에서 구입한 가죽잠바를 입은 날 일어났던 것이다. 오늘도 가죽잠바를 입었다. 과연 그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연지는 무섭기도 했지만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환청, 환시, 환촉……. 그래 이 모든 것이 환각일 거야. 요즈음 내가 신경과민인가 보다. 오늘도 문세와의 이별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연지는 용기를 내어 가죽잠바를 입어 보았다. 잠바의 지퍼를 올리는데 목소리가 들렸다.

“고모!”

깜짝 놀란 연지가 소리난 곳을 보니 캄캄한 창 밖에 죽은 창훈이가 서 있었다.

“으악!”

연지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튿날 간신히 깨어난 연지는 당장 가죽잠바를 들고 나갔다. 무서워 멀리 가지도 못하고 집 앞 골목길에 버렸다. 그러나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오후에 내다보니 잠바는 사라지고 없었다. 연지는 잠바의 원래 주인이 무당과 같은 영매가 아닐까 생각해 봤지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여튼 그 다음부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출처 ☞ https://blog.naver.com/snow_music/223095618835




3x18. 생물실의 해골


영식이가 다니는 강남의 한 고등학교 생물실에는 박제 등의 동물 표본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영식이 반인 1학년 7반의 마지막 수업이 생물시간인 금요일 오후. 생물실 수업이 끝난 후, 영식이는 교실로 돌아가지 않고 계획대로 몰래 남았다. 만날 때마다 계집애 같다느니 겁쟁이라느니 하며 핀잔 주는 친구 현정이를 골탕 먹이기 위해서 생물실 해골의 다리뼈 하나를 슬쩍할 작정이었다.

늦가을이라 해는 일찍 떨어졌지만, 컴컴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생물실 앞 복도가 조용해졌다. 영식이는 행동을 개시했다.

어두워지는 생물실은 음산하기 짝이 없었다. 독수리의 날카로운 부리, 뱀의 갈라진 혀와 날카로운 이빨, 살쾡이의 퀭한 두 눈, 마르모트의 찍찍거리는 소리, 살아날 것만 같은 해골들…….

영식이는 그냥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용기를 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이제 와서 그만둘 순 없는 일이다. 마음을 단단히 먹은 영식이는 진열장 문을 열고 해골의 정강이뼈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해골의 얼굴은 아예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때였다.

“개골 개골 개골.”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렸다. 생물실에서 평소 살아 있는 거라곤 마르모트 밖에 없었다.

‘웬 개구리?’

불안해진 영식이는 작업을 중단하고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아니, 그럴 리 없어.’

영식이는 테이블 위에 올라가, 소리가 난 것 같은 진열장 위의 병을 살펴보았다.

그때 다시 개구리가 울었다.

“개골 개골 개골.”

기겁을 한 영식이는 정신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포르말린 속의 개구리가 입을 뻐끔거리며 울었던 것이다.

떨어진 영식이는 한쪽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출처 ☞ https://blog.naver.com/snow_music/223101864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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