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2학년 때였을 거야
시간이 3시~4시쯤? 춘추복 입고 있을 때라 해 떨어지기 전이라 날도 밝았어.
학교 끝나고 친구랑 다이소에 뭘 사러 갔다가 집으로 오는 길이었어.
친구랑 집 방향이 비슷해서 같이 가다가 사거리 좀 지나서 친구는 길건너에 살아서 헤어지고 나는 대로변 따라 쭉 직진해서 올라갔어.
그때 살던 집이 상가 건물 위라 대로변에 입구가 있었거든.
그때 내가 좀 산만해서 그냥 안 걷고 건너편에 뭐 있는지 보고 갑자기 뒤로 홱 돌아서 뒷걸음으로 가고 여튼 정신 사납게 가면서 친구 길 건너는 거 보면서 가는데 건너편에서 어떤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까지 보이는 남자가 무단횡단해서 넘어오고 있더라고..
그때까지 딱히 신경 안 썼어.. 그냥 저러다 차에 치여야 정신차리겠거니 하고 그냥 집방향으로 쭉 올라갔지.
근데 중간중간에 이유 없이 뒤로 홱홱 돌면서 가고 그랬거든? 무단횡단한 아저씨가 멀리서 보이 더라고. 그냥 핸드폰 보고 있었을 거야.
그때도 딱히 별 생각 없었어 그냥 방향이 갔나 보네 이러고 말았지.
집 앞에 다 왔을 때 난 항상 입구 들어가기 전에 주변 둘러보거든? 입구가 대로변에 있어서 누가 나 들어가는 거 보는 걸 좀 싫어했어.. 내가 사는 곳이 어딘 줄 알게 되니까.
뒤에 아저씨는 천천히 올라오고 있길래 그냥 지나가겠거니 했는데
이후가 진심 소름이었어
1층 문이 잠금장치가 있는데 그 당시에 장치 전원을 꺼놔서? 번호 안 치고 유리문을 그냥 밀어도 열린단 말야...
그래서 평소 처럼 잠금장치 꺼져 있길래 살짝 밀었는데 유리문이라 내 뒤에가 비치잖아..
뒤에 그 무단횡단 했던 아저씨가 서있는거야
진짜 개당황탔는데 이 문을 그대로 밀었다간 위험할 것 같아서 살짝 열린 거 다시 닫아 버렸음.
그리고 전원꺼진 잠금장치 푸는 척 머리 굴리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그냥 아저씨 쪽으로 휙 돌아버렸거든?
아저씨가 놀라더라. 나도 당황해서 아무말 없이 쳐다보다가 정적 4초정도 유지됐던 것 같아.
근데 하필 입구 양 옆에 차가 주차 되어 있어서 밖에서는 지금 이 상황이 전혀 보이지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거야.
그래서 낯가림 왕 극소심 극내향인 내가 용기내서 아저씨한테 "무슨 볼 일 있으세요?" 하면서 아저씨가 바깥쪽으로 나가게끔 천천히 아저씨한테 걸어가면서 밀어냈음.
아저씨도 당황했는지 "뭐 좀 물어볼게요~" 하면서 뒤로 걸으면서 대로변으로 나오긴 했는데 무섭잖아..ㅠㅠㅠ
근데 아저씨 질문이 좀 황당했음..
근처에 학원을 알아보고 있는데 자기한테 알려줄 수 있녜.. 그거를 우리집 앞까지 쫓아 와서 물어야만 했을까???
그래도 일단 답변은 해야 할 것 같아서. 이 동네에는 유명한 학원이 별로 없어서 사거리 지나서 옆 동네로 가시면 학원가 나온다니까 알겠다고 하고 가더라..
근데 와중에 정말 다행인 건 대로변 나왔을 때 사람 없으면 어쩌나 싶었거든?
근데 마침 초등학교때 친구가 학원가는 길이었는지 위에서 내려오면서 나랑 눈이 마주친 거야..
그 친구도 무슨 상황이지 싶어서 뒤에 멈춰서 기다리고 있길래 나 진짜 안심돼 가지고 아저씨 보내고 친구한테 달려감..
그래서 있었던 일 대충 설명하고 너 가는 길에 조심하라고 하고 아저씨 멀어지는 거 친구랑 보고 집으로 후딱 올라갔음..
엄마한테 그일 말하는데 말하면서 눈물 날 것 같아서 꾹 참느라 힘뺐네..
한동안 등하굣길이며 학원 오고가고 할 때 아저씨 또 마주칠까봐 조마조마하면서 다닌 듯..
성인 된 지금도 집 갈때 주변 엄청 살핀다.
덬들도 대낮이든 늦은 밤이든 항상 조심해..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