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퇴근하고 요 사이 허리가 계속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집에 가는 날이었어.
병원 마지막 진료 타임에 치료받고 나오느라 나왔을 땐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한 참이었지.
피곤하기도 하고, 허리가 아프니까 걷는 것도 좀 버겁게 느껴져서 평소보다 좀 느릿하게 걸어가고 있었는데
앞에 분홍색이라고 해야 할지, 보라색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그런 색의 패딩 입은 한 40~50대 정도의 여자 뒷모습이 보이는 거야.
근데 가만히 보니까 걸음걸이가 좀 이상했어. 느릿느릿하고, 비척인다고 해야 하나? 그런 걸음걸이인데 묘하게 이상한 느낌.
그냥 어디 불편하신가 보다 생각했지, 나도 지금 허리 아픈 상황이니까 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거든.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다 보니까, 내가 평소보다 느리게 걷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느새 그 여자를 따라잡았어.
딱 한 뼘 거리 정도 남겨둔 상황이었는데 그 여자가 멈추더니 갑자기 뒤를 돌아서 날 쳐다보는 거야.
정면 보고 걷고 있었어도 갑자기 옆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으니까 당연히 시선이 가기 마련이잖아.
근데 난 평소에도 사람 눈을 잘 못 마주치는 버릇이 있어서, 그 여자가 고개 돌리는 동시에 나도 시선을 얼른 옆으로 돌렸어.
그 여자는 멈춰서 계속 날 쳐다보는 상태였고, 나는 걷고 있어서 이제 막 그 여자 옆을 스쳐 지나가는데 그 여자가 갑자기 뭐라고 말을 거는 거야.
내가 그 당시에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어서 목소리가 들리진 않았는데 날 쳐다보면서 뭐라고 하는 입 모양이 곁눈질로 보였거든.
평소 같았으면 다시 네? 하고 되물었을 텐데 그날따라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만사가 다 귀찮은 데다가, 이상하게 뭔가 쎄한 거야.
난 이어폰으로 노래 크게 듣는 것도 싫어하고, 외부 소리가 안 들리면 불안해서
늘 볼륨 1~2칸으로 해놓고 노래 들으면서도 외부 소리를 다 듣는단 말이야.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나, 발소리도 들을 정도로.
근데 바로 옆에서 소리를 못 들을 정도로 작게 말을 건다는 건, 내가 다시 네? 하고 되물어도 또 안 들리게 말할 것 같았어.
말했다시피 너무 피곤한 상태라 난 거기서 1초의 시간도 더 허비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못 본 척, 못 들은 척 무시했지.
그렇게 내가 앞서서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여자가 뒤에서 얼굴만 내 어깨 위로 불쑥 들이밀더니 다시 말을 걸었어.
아까는 아무 말도 안 들렸는데 이번엔 "이상하다, 아까 분명히 눈이 마주쳤는데 못 본 척하네." 이러는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이어폰 뚫고 들어오는 목소리가 너무 소름 끼치는 데다가, 얼굴 들이밀고 있는 것도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그 여자 쳐다보려고 시선 옮기려는데,
그 순간 내 시선에 그림자가 들어온 거야. 그때 막 가로등 불이 켜져서 내 대각선 앞쪽에 내 그림자가 있었거든?
근데 여자 그림자가 없어. 바로 내 옆에서 얼굴 들이밀고 있으면 그 여자 그림자도 당연히 보여야 하는데 그림자는 내 그림자밖에 없는 거야.
몸 그림자야 겹쳐졌다 치더라도 어깨 위에 있는 얼굴은 그림자가 있어야하는데, 그림자 속 내 어깨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순간적으로 아, 이 여자가 뭔지 확실힌 몰라도 여기서 아는 척하면 인생 조지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필사적으로 정면을 쳐다보고 걸었는데 그 여자도 계속 바짝 따라붙어서 얼굴 들이민 채로 나랑 눈 마주치려고 하는 거야.
옆에서 시끄럽게 웃기도 하고, 그래도 내가 계속 정면만 보고 있으니까 얼굴 더 들이밀더니 "이래도 안 봐? 이래도 안 봐?" 이러면서.
무시하고 계속 걷고는 있는데 정신 나가겠더라. 식은땀 나고 다리는 후들거려서 천근만근이고.
그때 맞은편에서 SUV 한 대가 들어왔어.
거긴 좁은 골목길이고 갓길 주차도 돼 있어서 그 차가 지나가려면 내가 바깥으로 바짝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내가 계속 가는 둥, 마는 둥 느릿하게 걷고 있으니까 옆으로 나오라는 듯이 헤드라이터 상향등 하향등 조절하면서 불빛 깜빡깜빡 하더라고.
그 여자는 골목길 딱 중간에 서 있고, 난 그 여자보다 조금 더 좌측 갓길이랑 가까운 위치에 서 있었거든.
그래서 옆에서 그 여자가 뭐라거나 말거나 난 일단 차부터 피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바로 옆 갓길 주차된 차에 바짝 붙었더니 그 여자가 안 따라붙었어.
잠깐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무섭더라.
그 SUV는 이상하게 내가 피하자마자 그냥 골목길을 지나가 버렸거든, 애초에 골목길에 서 있던 사람은 나뿐이었다는 듯이.
분명히 여자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면, 그 이상한 걸음걸이로 차를 피하려면 시간이 몇 초는 더 필요했을 텐데.
그 여자가 차를 피했는지 어땠는진 차마 뒤돌아 확인해 볼 용기가 안 나서 SUV가 그 골목 지나가는 동안 그냥 도망치듯이 뛰어서 집에 와버렸어.
뒤돌았다가 그대로 그 자리에 서서 쳐다보고 있을까 봐.
피곤해서 헛걸 본 건지, 뭔진 모르겠지만 한동안 그 골목 주변은 피해 다니려고 해.
병원 마지막 진료 타임에 치료받고 나오느라 나왔을 땐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한 참이었지.
피곤하기도 하고, 허리가 아프니까 걷는 것도 좀 버겁게 느껴져서 평소보다 좀 느릿하게 걸어가고 있었는데
앞에 분홍색이라고 해야 할지, 보라색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그런 색의 패딩 입은 한 40~50대 정도의 여자 뒷모습이 보이는 거야.
근데 가만히 보니까 걸음걸이가 좀 이상했어. 느릿느릿하고, 비척인다고 해야 하나? 그런 걸음걸이인데 묘하게 이상한 느낌.
그냥 어디 불편하신가 보다 생각했지, 나도 지금 허리 아픈 상황이니까 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거든.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다 보니까, 내가 평소보다 느리게 걷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느새 그 여자를 따라잡았어.
딱 한 뼘 거리 정도 남겨둔 상황이었는데 그 여자가 멈추더니 갑자기 뒤를 돌아서 날 쳐다보는 거야.
정면 보고 걷고 있었어도 갑자기 옆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으니까 당연히 시선이 가기 마련이잖아.
근데 난 평소에도 사람 눈을 잘 못 마주치는 버릇이 있어서, 그 여자가 고개 돌리는 동시에 나도 시선을 얼른 옆으로 돌렸어.
그 여자는 멈춰서 계속 날 쳐다보는 상태였고, 나는 걷고 있어서 이제 막 그 여자 옆을 스쳐 지나가는데 그 여자가 갑자기 뭐라고 말을 거는 거야.
내가 그 당시에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어서 목소리가 들리진 않았는데 날 쳐다보면서 뭐라고 하는 입 모양이 곁눈질로 보였거든.
평소 같았으면 다시 네? 하고 되물었을 텐데 그날따라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만사가 다 귀찮은 데다가, 이상하게 뭔가 쎄한 거야.
난 이어폰으로 노래 크게 듣는 것도 싫어하고, 외부 소리가 안 들리면 불안해서
늘 볼륨 1~2칸으로 해놓고 노래 들으면서도 외부 소리를 다 듣는단 말이야.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나, 발소리도 들을 정도로.
근데 바로 옆에서 소리를 못 들을 정도로 작게 말을 건다는 건, 내가 다시 네? 하고 되물어도 또 안 들리게 말할 것 같았어.
말했다시피 너무 피곤한 상태라 난 거기서 1초의 시간도 더 허비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못 본 척, 못 들은 척 무시했지.
그렇게 내가 앞서서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여자가 뒤에서 얼굴만 내 어깨 위로 불쑥 들이밀더니 다시 말을 걸었어.
아까는 아무 말도 안 들렸는데 이번엔 "이상하다, 아까 분명히 눈이 마주쳤는데 못 본 척하네." 이러는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이어폰 뚫고 들어오는 목소리가 너무 소름 끼치는 데다가, 얼굴 들이밀고 있는 것도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그 여자 쳐다보려고 시선 옮기려는데,
그 순간 내 시선에 그림자가 들어온 거야. 그때 막 가로등 불이 켜져서 내 대각선 앞쪽에 내 그림자가 있었거든?
근데 여자 그림자가 없어. 바로 내 옆에서 얼굴 들이밀고 있으면 그 여자 그림자도 당연히 보여야 하는데 그림자는 내 그림자밖에 없는 거야.
몸 그림자야 겹쳐졌다 치더라도 어깨 위에 있는 얼굴은 그림자가 있어야하는데, 그림자 속 내 어깨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순간적으로 아, 이 여자가 뭔지 확실힌 몰라도 여기서 아는 척하면 인생 조지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필사적으로 정면을 쳐다보고 걸었는데 그 여자도 계속 바짝 따라붙어서 얼굴 들이민 채로 나랑 눈 마주치려고 하는 거야.
옆에서 시끄럽게 웃기도 하고, 그래도 내가 계속 정면만 보고 있으니까 얼굴 더 들이밀더니 "이래도 안 봐? 이래도 안 봐?" 이러면서.
무시하고 계속 걷고는 있는데 정신 나가겠더라. 식은땀 나고 다리는 후들거려서 천근만근이고.
그때 맞은편에서 SUV 한 대가 들어왔어.
거긴 좁은 골목길이고 갓길 주차도 돼 있어서 그 차가 지나가려면 내가 바깥으로 바짝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내가 계속 가는 둥, 마는 둥 느릿하게 걷고 있으니까 옆으로 나오라는 듯이 헤드라이터 상향등 하향등 조절하면서 불빛 깜빡깜빡 하더라고.
그 여자는 골목길 딱 중간에 서 있고, 난 그 여자보다 조금 더 좌측 갓길이랑 가까운 위치에 서 있었거든.
그래서 옆에서 그 여자가 뭐라거나 말거나 난 일단 차부터 피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바로 옆 갓길 주차된 차에 바짝 붙었더니 그 여자가 안 따라붙었어.
잠깐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무섭더라.
그 SUV는 이상하게 내가 피하자마자 그냥 골목길을 지나가 버렸거든, 애초에 골목길에 서 있던 사람은 나뿐이었다는 듯이.
분명히 여자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면, 그 이상한 걸음걸이로 차를 피하려면 시간이 몇 초는 더 필요했을 텐데.
그 여자가 차를 피했는지 어땠는진 차마 뒤돌아 확인해 볼 용기가 안 나서 SUV가 그 골목 지나가는 동안 그냥 도망치듯이 뛰어서 집에 와버렸어.
뒤돌았다가 그대로 그 자리에 서서 쳐다보고 있을까 봐.
피곤해서 헛걸 본 건지, 뭔진 모르겠지만 한동안 그 골목 주변은 피해 다니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