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때 절에서 며칠 묵고 있을 때 낮에 등산복을 입은 젊은 남녀 일행분들이 오셨어요.
그 분들 갈증도 해소하고 잠깐 쉬는데
스님이 어디 가세요?... 하니까
그 분들 말이 어디어디로 해서 거기로 갑니다.라고 얘기를 하니까?
스님이 좀 놀래시더니....
거기로 가시거든 해가 떠있을 때 가시라고 하시거든요.
그 분들이 왜요? 하고 되물으니까 스님이 말씀하시던 게
거기가 산세가 좀 험해서 처음 오시는 분들은 좀 어려운 길이기도 하고,
숲이 많이 우거진 곳이라서 길 잃기도 쉽다면서 해가 지면 열에 아홉은 길을 못찾는데요.
꼭 해가 떠 있을때 지나가시라고 신신당부를 하세요.
그 분들은 웃으면서 걱정도 많으시다고 하면서 조심하겠다고 하면서
갈 길 가시는데 스님 표정이 참 불편해 보이세요.
그날 밤...꿈을 꾸는데...제가 깜깜한 숲 한가운데에 혼자 서 있어요.
갑자기 안개가 사방에서 절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고
전 살려고 막 도망을 치는데 뒤에서 스산한 바람소리에
귀신들 울음소리까지 섞여서 들리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하는데
귀신울음 소리에 여자 목소리가 살려줘!!!! 라고 하는 단발마의 비명소리가 섞여 있어요.
놀라서 딱 멈춘 순간 비명을 지르면서 눈을 떴는데
이런...
낮에 봤던 그 분들이 말하던 등산로 입구에요. 그것도 맨발로...
나이가 너무 어려서 신을 안 받을려고 발버둥칠 때마다 신병을 크게 앓아서
몽유병 환자처럼 산을 돌아다닌 경험이 몇 번 있었지만......
이번처럼 도중에 의식을 차린 적은 없었어요.
몸을 돌려서 절쪽으로 향하는데 앞에서 호통을 쳐요.
그 쪽을 보니까 웬 노파 한 분이 호통을 치세요.
-내가 여까지 데려왔으면 얼른 산으로 들어가서 사람들 어여 데리고 나와. 늦기 전에. 얼른!!!
하시는데 누구시냐고 묻고 싶은데 입이 안 열려요.
-안개 속에서 누가 불러도 대답하지 말고.....
이 말을 끝으로 사라지세요.
어쩔 수 없이 그 오밤 중에 산으로 맨발로 오르는데 나중에 내려와서 보니까 발바닥이 피로 범벅....
숲이 우거진 곳이라서 달빛도 안보이고 어두컴컴한 곳을 걷다 보니
앞길 말고 옆길이 보이는데 발이 저절로 거기로 향해요.
한참을 걷다보니 짙은 안개가 자욱하게 펼쳐져 있는데 거기로 저절로 발이 가요.
안개를 뚫고 들어가는데 다 쓰러져 가는 낡은 오두막집이 보여요.
거기로 가서 문을 여는데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요.
낮에 봤던 그 분들이에요.
그 분들 귀신을 봤는지 너도 귀신이지.... 절로가...하길래 뒤로 돌아서 주위 풍경을 살펴 보는데
그 짙은 안개 속에 귀신이란 귀신은 다 모여 있더군요.
일제히 오두막 집을 향해 있는데 자기들이 들어갈 육체를 탐하고 있어요.
귀신 하나가 제 몸으로 들어올려다가 강한 기 때문에 튕겨나가요.
안되니까 전 포기하고 뒤에 계신 분들을 노리는데 빨리 데리고 나가야 겠더군요.
여차하고 시간을 오래 끌었다가는 뒤에 분들 빙의될까봐 서둘러야 겠더라구요.
낮에 절에서 본 아이라고 얘기하고 지금 여기서 안나가면 큰일날지도 모른다고 설명을 한 다음.....
지금부터 여기서 나갈건데 안개속에서 어떤 말이 들려도
절대 대답해서도 고개를 돌려서도 안된다고 이른다음 절 따라서 나오시는데
바람소리에 귀신울음소리....
그 분들에게는 아마 짐승 울음소리처럼 들리셨을 거에요.
뒤에서 따라오시던 분들 귀를 아예 틀어막고 묵묵히 따라오세요.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부는지 바닥에 있는 낙엽이 수시로 때리고 지나가는데 정신을 못차리겠더군요.
한참을 그렇게 걸어서 아까 봤던 짙은 안개가 보이는데...
터줏귀신으로 보이는 귀신 하나가 떡하니 막고 있어요.
일정한 형체는 없고 사람형상의 검은 몸뚱이에 빨간 눈으로 쳐다 보는데....
말을 걸어오는데 말하지 말라던 노파의 얼굴이 팍..하고 떠올라서
순간적으로 열리던 입을 손으로 콱 틀어막고
눈 딱 감고 안개를 지나서 나오자 마자 다들 아래 길을 향해서 질주....
등산로 입구 까지 내려오니까 새벽동이 터오기 전인데 스님 몇 분이 서 계세요.
제가 없어져서 찾으러 오셨는데
제 뒤로 낮에 보았던 일행분들이 반쯤 정신이 나간 채 한꺼번에 내려오니까 다들 놀라시고...
발바닥 상처를 너무 심하게 입은 터라 스님 등에 업혀서 절에까지 와서 상처에 붕대 감고 쉬고
그 일행분들도 충격이 어지간하셨는지 절에서 하루내리 누워서 헛소리만 하세요.
그 다음날 정신차린 몇 분 얘기를 들어보니
다른데서 놀다가 원래 낮에 가기로 한 장소를 야간 산행으로 바꾸고 가셨데요.
근데 가다가 보니까 아는 길이 안나오고
그 오두막이 있는 길만 보여서 거기로 가는데 걸어도 걸어도 오두막에서 맴돌더래요.
날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계속 오두막만 맴돌고 나중에는 지쳐서 바닥에 앉아서 쉬는데
등산복 차림의 여자분이 한 분 저 멀리서 오시더래요.
길 물어보려고 일행분들이 가까이 갔는데 얼굴이 없대요.
그러니까 달걀 귀신처럼 밋밋한 하얀 얼굴
게다가 손이랑 발도 없고
다들 놀래서 막 도망을 쳤는데 서보니까 아까 그 자리...
게다가 아까처럼 등산복 차림의 얼굴 없는 귀신이 또 오고 있더래요.
그래서 도망가 있던 곳이 허물어져가는 오두막....
안에 모여서 모두 ㄷㄷㄷ 떨고 있는데 밖에서는
여보세요. 나와보세요..
하고 여자 목소리까지 들리고...
거기 더 오래 있었으면 다 미쳤을지도 모른다면서 얘기하시는데 정신을 제대로 못차리시더구요.
빨리 여기서 떠나고 싶다고 하셔서 그 일행분들 낮에 절에서 떠나시는데
어떤 남자 한 분이 절 보더니 씨익...... 웃고 가세요.
다들 지치고 놀라서 무표정인데...그 분만 너무 소름끼치게 웃고 가요.
오싹하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발에 약 바르고 자는데....
꿈에 그 노파분이 나타나셔서는
하나를 못 구했네.. 우짜노... 하나를 못 구했네..
불쌍한 것... 잡으러 가야 한다.. 잡으러...
하세요. 그 순간에 잠에서 깼는데
그 남자 분의 미소의 의미를 뒤늦게 깨달았다는.
그 남자분 귀신에 씌였다는....
거기서 나올 때 이미 씌어 있던 채로 나오신거죠.
이미 떠난 뒤라 어디 사시는 분이지도 모르는데 지금쯤 어떻게 살고 계실지 모르겠네요.
출처 - 베스티즈 엣센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