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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 2011/08/13(土) 11:28:24.87 ID:XZBk9m760
20년 전, 교수 연구 때문에 인구 100명쯤 되는 섬 사람과
몇 년이나 걸쳐서 교류를 한 적이 있어.
축제 시기에 맞추어서 1개월간 머물면서 교수가 탐문 조사하는 걸 도왔어.
10: 11:53:10 ID:2OFw7Ibf0
근데 조사라고 해도 거의 섬에 사는 애들이랑 놀기만 했어.
아무것도 없는 섬이었는데, 섬의 반이 무덤이라서 그쪽에는 섬 아이들은 절대 가까이 가지 않았어.
바다가 엄청 예쁜 곳이라서 간조 썰물 때는 섬과 섬 사이에 길이 생겨서 걸어서 갈 수가 있는,
무지하게 아름다운 꿈만 같은 곳이었어.
302: 2011/08/13(土) 11:38:06.89 ID:XZBk9m760
그 섬에선 기묘한 축제를 했는데 밤새도록 마을에 사는 남자들이 가면을 쓰고
흰 소복을 입고 북 같은 걸 두드리면서 횃불을 들고 마을 안에서 행진을 하면서 돌아다녀.
교수님은 이 축제날 밤은 절대 혼자 밖에 나가서는 안 된다고 했어.
그 섬에는 여관 같은 게 없었기 때문에 선착장에 있는 방 하나에서 지냈기 때문에
문을 잠그고 누가 와도 절대로 안으로 들여선 안 된다고 거듭 말했어.
우리 방에는 같이 온 남학생 3명, 마을 초등학생 여자애 2명과 나,
그리고 다른 여학생 2명이 있었어.
창문은 유리가 아니라 나무로 된 격자무늬 창문이었기 때문에
밖에 걸어 다니는 사람 모습을 슬쩍슬쩍 볼 수가 있었어.
그리고 그날 밤, 방문을 열라는 목소리가 들렸어.
그 사람은 낮에는 우리를 배에 태워서 낚시하는데 데려가 주거나,
다른 날 밤에는 현지 요리를 알려주던 R씨(40대 아저씨, *당시 나는 10대)였는데,
샤워실에 있자 거기 창문을 통해서 안으로 손을 집어놓고 횃불을 던지고 그랬어.
평소에 그렇게 착했던 R씨가 딴 사람마냥 바뀌어서 여자애들은 다들 벌벌 떨었어.
*일본은 만 나이기 때문에 대학생도 10대에 포함됨
303: 2011/08/13(土) 12:03:43.98 ID:XZBk9m760
그러다가 여학생 중 하나가 너무 겁에 질린 나머지
교수님이랑 다른 남자애들을 불러오겠다며 밖으로 뛰쳐나갔어.
그 애를 T쨩이라고 할게.
T쨩이 밖으로 뛰쳐나간 후 우린 서둘러 문을 닫고 잠갔어.
T쨩은 엄청 예쁘게 생긴 애였는데 R씨가 노린 게 T쨩이었는지 아저씨는 T쨩을 쫓아갔어.
R씨와 같이 왔던 다른 남자들 몇 명도 같이 쫓아갔기 때문에 선착장은 조용해졌어.
마을은 차가 지나가지 못할 법한 좁은 길이 복잡하고 많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누구랑 맞닥뜨리면 도망칠 수 없게 돼.
마을에는 가로등 같은 것도 없었어.
불빛은 마을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횃불뿐이었어.
하지만 그 덕에 횃불 불빛이 다가오면 누가 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서
바로 물건들 뒤에 숨거나 해서 버틸 수가 있었어.
축제의 클라이맥스는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사당에 기도사가 들어가서
축제가 행해지는 동안 뭔가를 기원하는데 그 신탁?이 내려왔을 때.
그 신탁이 내려오면 마을에 사는 여성들은 모두 그 사당을 둘러싸고 밤새도록 미친듯이 춤을 춰.
그리고 그러는 동안 남자들은 횃불을 들고 마을 안을 돌아다니는 거야.
T쨩이 걱정이 돼서 나는 남자애들 둘이랑 같이 밖으로 나왔어.
그때 뒤에 숨어있던 마을 사람이 나왔는데 날 보더니 [쳇] 하고 혀를 찼던 게 인상 깊었어.
축제를 기분 좋게 즐기고 있던 교수님은 방에서 나온 T쨩을 발견하고는 엄청 화를 냈어.
우리도 나중에 합류했고 축제가 끝날 때까지
T쨩과 나를 교수님과 남자애들이 둘러싸고 앉아 있었어.
술과 요리도 나왔는데 마을 사람들과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나누던 남자애들과 교수님을 보고
왜 우리는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한 건가 의문이 들었어.
그래도 가면을 쓴 마을 사람들은 그땐 절대 T쨩과 나한테 가까이 오지 못했어.
304: 2011/08/13(土) 12:04:43.27 ID:XZBk9m760
나중에 교수님과 같이 축제에 참가했던 남자한테 들었는데
그 축제날은 남성이 여성을 억지로 범해도 된다는 날이라는 사실을 듣게 됐어.
그래서 여자애들은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했던 것 같아.
초등학생 여자애들은 그 마을에 사는 애들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그 애들 엄마들이 심각한 얼굴로
우리 교수님한테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부탁하던 게 기억이 났어.
무서운 점은 그 축체날 생긴 아이는 이름도 지어주지 않고 호적에도 넣지 않고
섬 반대쪽 있는 어떤 곳에서 자라게 되며 평생 차별을 받으며 살게 된대.
좁은 마을이라서 위아래도 없고
모두가 비슷비슷하게 살아가는 건 인간에게 있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렇게 차별받는 인간을 만듦으로써 정신적 안정을 꾀하는 거라고 들었어.
지금은 그런 아이들은 없다지만 겨우 50년 전까지는 있었대.
인간이란 참 무섭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어.
이 얘기, 써도 괜찮을지 어떨지 망설였는데 더 자세히 아는 사람 없을까 싶어서 글을 써봐.
20년간 계속 마음에 걸렸거든.
참고로 교수님을 돕던 건 남학생들뿐이었고
여학생들은 그냥 따라온 거라서 아무 얘기도 듣지 못했었어.
309: :2011/08/13(土) 13:30:49.57 ID:nhLy5zIR0
혹시..카사사섬?
312 ::2011/08/13(土) 15:36:53.29 ID:v3CeP1EL0
>참고로 교수님을 돕던 건 남학생들뿐이었고
여학생들은 그냥 따라온 거라서 아무 얘기도 듣지 못했었어.
여기가 이해가 안 되는데
그 도우미 남자애가 여러 여자애들이랑 사귀고 있어서 걔들을 다 섬에 데려갔단 뜻임?
>>312
이해하기 어렵게 써서 ㅈㅅ
도우미 남학생들은 6~8명쯤 됐던 것 같아.
그리고 그 남학생들 중에 남친이 있었던 여친들이 조사여행에 따라간 거야.
남자들만 가면 마을 사람들이 경계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던 게 이유였던 것 같음.
313 ::2011/08/13(土) 16:01:52.50 ID:9Vlanisi0
몇 년이나 걸쳐서 탐문 조사를 한 지인이 있는데
20년이 지나서 여기서 잘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묻다니w
314 ::2011/08/13(土) 16:31:41.88 ID:XZBk9m760
>>313
지인이라기 보단 전남친이고,
같이 갔던 사람들&전남친이 선배이기도 했고
여자애들은 다 알고 지내던 그런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후 연락 같은 건 안 했어.
나는 2년 연속으로 갔었는데 남친이 졸업한 뒤론 안 가게 됐고,
존나 큰 학교였기 때문에 다른 참가자랑 우연히 만나는 일도 없었어.
전남친한테 자세한 얘기를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리 좋아하지를 않았어...
흔한 외딴섬 얘기 같은 걸 검색해보면서 읽고 있는데 이런 얘기는 안 나오더라.
316 ::2011/08/13(土) 16:46:04.01 ID:oHH9WMhHO
너네도 18살 넘은 학생이었지.
그리고 중요한 마을 소녀들도 맡아뒀으면서
연장자이고 지켜줘야 할 입장인 너희들한테 이유도 말 안 교수가 무섭다
제대로 이유를 말했으면 분명 아무도 밖으로 안 나갔을 거아니야
그리고 남자애들도 방에 남아있었던 건 왜임
320 ::2011/08/13(土) 17:10:22.60 ID:XZBk9m760
>>316
남자애들이 남은 이유는 일단은 여자애들 시키려고 그랬던 게 아닐까.
교수님한테도 딱히 얘기는 못 들었어.
학점 딸 수 있으니 남자애들은 도우러 갔던 것 같아.
교수님은 마을 어린애들이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 안 했어.
다른 학생들이랑 같이 두면 뭐 괜찮겠지 이 정도였음.
연구대상자인 마을 사람들 비위를 건들이기 싫었던 거겠지 싶었어.
숨겨진 풍습을 간단히 외부인한테 얘기하진 않을 테니까,
교수는 몇 년이나 걸쳐 신뢰 관계를 구축했던 것 같아.
여자애들이 선착장에 남겨진 채 무서운 일을 겪게 될 줄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 말도 안한 건,
괜히 얘기했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이 마을 사람들한테 정보를 캐내거나
소란 피우지 않게 하려고 그랬던 것 같음.
학생들이 마을 사람들을 경계하면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다음 해에도 한 번 더 참가했을 때는 사정을 알고 있는 애들 뿐이었기 때문에
축제날 빼고는 마을 사람들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연회를 하고 고기도 잡고
스쿠버다이빙도 하고 했어.
맞다, 환영회를 한다면서 그 순간까지 귀여워서 쓰다듬고 그랬던 염소를
눈앞에서 죽이고 염소 고기를 넣은 수프를 받았던 건 좀 정신적으로 데미지를 입었었어.
도저히 먹을 수가 없자 마을 사람들한테 실례라면서 교수님한테 혼났어.
325 ::2011/08/13(土) 18:50:36.89 ID:x18RdkVQ0
>그때 뒤에 숨어있던 마을 사람이 나왔는데 날 보더니 [쳇] 하고 혀를 찼던 게 인상 깊었어.
못생겼다 뜻임?
327 ::2011/08/13(土) 19:25:42.10 ID:Oov1U5ty0
>>325
외지인은 여러모로 위험or로리콘
330 ::2011/08/13(土) 20:33:00.89 ID:l5sPlmcE0
>>325
걍 지가 찍어둔 애가 아니라서 그런 거겠지
328 ::2011/08/13(土) 19:31:33.40 ID:oHH9WMhHO
이유도 모르는데 지키기는 개뿔
보통 어른이라고 해도 젊은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방에 틀어박혀 있으라고 강요받았는데
멍청하게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이가 없지만
뭐, 연구대상이 우선이었고 그밖에 최악의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이 정도로 넘길 생각이었던 거겠지.
그런 교수나 전남친의 인간성이 제일 무섭다.
염소 해체는 그때는 충격이었겠지만 귀중한 체험을 했으니 잘 됐지.
염소 고기 수프는 맛도 드럽게 없음.
전에 한 번 먹은 적 있는데 냄새나서 토할뻔 함.
옛날 일이도 지금은 없어진 풍습일 테니 섬 이름 적어버려
362 ::2011/08/14(日) 01:21:14.99 ID:CuGj4ixoO
>>328
그러네, 교수는 자기 연구에 지장이 없으면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보였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 교수 인간성이 오싹해.
방 안에 틀어박혀 있으래서 그랬던 이유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곳도 아니고,
선의를 행하는 사람을 기대할 수 있는 도시도 아니었고
한 바퀴 도는데 몇 킬로나 걸리는 인구가 적은 섬이었기 때문에
그 비정상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밤에 밖에 나가는 게 더 말이 안 됐었어.
아무도 믿을 수 없었고 영문도 알 수 없으니 공포만 가득한 하룻밤이었어.
방 안에 틀어박혀있으라고 강요받았다기보단 우리들이 스스로 틀어박혀 있었던 거지.
나가는 애들한테는 위험하니 나가지 말라고 그런 말만 했어.
그리고 20년 전이란 건 페이크임.
그렇게 나이 많지 않아...뭐, 약 10년~20년 전 얘기임.
염소. 털 같은 것도 붙어 있어서 도저히 못 먹었는데
고기라는 건 외딴섬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귀중한 음식이기 때문에 내가 한 짓은 정말 실례였어.
그래도 염소를 잡을 때 그 이~~~~~~익 하던 높은 울음소리랑
콘크리트 바닥에서 푸르고 깨끗한 바다를 향해 흘러들어가던 염소의 붉은 피는 잊혀지지가 않아.
바다에는 노랗고 오렌지색, 파란색 열대어가 헤엄을 치고 있었고
수심이 몇 m나 되는데 바다 바닥에 있는 흰모래까지 보일 정도로 정말 깨끗한 섬이었어.
[주민들은 299의 이야기에 여러모로 의문과 질문을 하고
11시간 후 299가 돌아와서 답을 해줍니다.]
444 :299:2011/08/14(日) 12:34:45.19 ID:CuGj4ixoO
질문한 사람 전문분야가 외딴 섬이 아니라서 그런지
네가 해준 질문은 내 입장에선 전부 다 당연한 거야.
네가 모르는 것 뿐인 거라고 해야하나....
고기는 운송비 등 돈이 들기 때문에 본토처럼 간단히 손에 들어오진 않아.
업무용 냉동고 같은 것도 없고, 섬에는 슈퍼도 없거든.
염소 털은 정육업자가 염소를 잡은 게 아니라 일반인이 잡는 거니까
털도 전부 깔끔하게 뽑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족발에도 털 나있잖아? 그거에 심한 버전이었어.
내가 갔던 섬은 반은 벼농사를 했어.
옥수수밭이 없다니 별일이네~ 이렇게 생각했던 게 기억나.
몇 년이나 교류를 했던 건 교수뿐이고, 학생들은 해마다 바뀌어.
나는 2년만 참가했어.
선착장은 마을 회관 같이 구성되어 있어서 넓은 저택이었어.
시골에 있을 법한, 그런 곳 알지?
심령인 그런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인간의 어둡고 무서운 그런 부분은 연구했기 때문에
여기서 지적받은 대로 섬도, 교수도, 나도 무서운 인간이지.
한 번 더 가보고 싶어서 구글 맵으로 찾아봤는데
관광객이 안 오는 섬이라서 엄청 눈에 띌 것 같아서 망설여져.
미국 유명한 사진작가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라고 해서
그 해변에는 그 사진작가 이름이 붙었어. 걍 통칭일지도 모름.
그럼 저주도 걸려 있으니 이만 실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