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내가 재수생 때었던걸루 기억해 지금은 내가 30대에 접어들었으니 진짜 예전 일이다;
나는 살면서 귀신 비슷한 경험도 사실 안해봤고
가위는 자주 눌리는 편이긴 한데 몸이 피곤할때 근육통처럼 오는 거라 뭐... 가위 눌리면서 이상 현상도 겪어본 적 없고
근데 이 일은 아직도 기억이 나
고3때 친했던 애들 중에 대학교를 간 친구들 2명이랑 재수생인 나랑 만나서 놀게 되었는데
친구들 중 한명이 그 당시에 대학가 근처에서 하숙집을 하고 있었어서 그때 친해진 대학생 오빠들을 불러내서
2차로 막창집을 가게 됐어. 막창엔 모다? 당근 소주지 ㅎㅎㅎ
오빠들도 잘생기고 재밌던 오빠들이었던걸로 기억해.. 막 분위기 업되고 신나가꼬 내 주량을 조금 오버해서 술을 마셨던거 같아
근데 내가 처음 술을 마셨을 때 정말 정말 크게 사고를 쳤거든.. 그것도 재수생때 일인데 ㅋㅋㅋ
고3 동창회에 나가서 주량도 모르고 넙죽 넙죽 마셨다가 피 토하고 난리가 나서 부모님 소환되고 부모님은 놀라서 응급실에 데려가고 ㅋㅋㅋ
나는 거기서 위세척하고..난리도 그런 난리가 아니었어
그래서 주량이 좀 오버되고 있다는 걸 느꼈을때 아 진짜 또 실수하면 안된다 싶은 마음에 본능적으로 화장실을 가겠다고 밖으로 나온 다음에
귀소본능이 발휘됐음ㅋㅋㅋㅋㅋ그땐 제정신이 아니었지 그냥 그 당시에는 저기 더 있으면서 술마시면 또 토하고 그 때 꼴 나겠다
오늘 처음 본 오빠들 앞에서 절대 그런 꼴은 보일수 없다 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거 같아 근데 나는 이미 머리 끝까지 취해있던 상태였고
사실상 제대로 된 기억은 거기서 끝난거 같아 곱창집을 나온 순간 필름이 딱 끊긴거지
그리고 눈을 떴을때 용하게 집 근처 동네까진 와 있더라고 내가. 그때 내가 살던 동네가 다가구 주택이랑 단독 주택이 섞여서 쭈우욱 늘어져 있던 동네였어.
근데 하필 내가 그 당시에 이사를 온지가 얼마 안되서, 동네가 많이 익숙치는 않은 상태였고 & 블록 하나하나 자체가 특색이 없었어.
우리 집이 있는 블록이나 그 옆블록이나 크게 다를게 없다고 해야 하나. 걍 비슷비슷한 다가구 주택들이랑 주택들이 늘어선 동네라 그 길이 그 길같고 그 길이 그 길같은 그런.
몸은 취해서 너무 너무 피곤하고 지쳐있고.. 그냥 빨리 집에 들어가서 늘어져라 쉬고싶은데 집을 못 찾겠는거야
이 블록에 우리 집이 있을 거 같은데 걸어도 걸어도 안나오고 그 다음 블록에도 안나오고, 그러다가 또 비슷한 블록이 나오고, 또 비슷한 블록이 나오고..
진짜 울면서 계속 우리 집을 찾은거 같애. 근데 사람이 없더라고 어느 골목을 가도. 사람이 한명도 없어. 사람이 있으면 아무리 유난히 내성적이었던 나라도
패닉상태에서 아무나 붙잡고 길을 물어봤을 거 같은데 그 주택들이 빽빽한 골목에 사람이 한명도 없었어. 뭔가 어떤.. 세계에 갇힌 느낌이었어 그땐. 너무 골목도 어둡고, 정말 두렵고 무섭더라고.
그러다가 어떤 철문? 담 비슷한거 같은게 내 앞에 떡 있더라. 근데 그때 든 생각이 뭔가 저걸 넘으면 다음 블록에 우리 집이 있을거 같은거야.
(실제 우리집 위치는 그렇지 않았음. 우리집 블록 근처에 철문 울타리 비슷한 것도 없었음..)
그래서 그걸 넘으려고 딱 잡은 순간 아까 같이 술마시던 친구 중 한명한테서 전화가 오더라. 너 대체 어디간거냐고.
그때 난 제정신이 아니어서 지금 담 넘고 있다고. 집에 가야한다고. 그런 말을 한거 같아.
그리고 이 모든게 끝났어. 눈을 뜨니까 아침이었고 내 방에서 잘 자고 있더라;
어이가 없더라고.. 그래서 걍 꿈꿨구나.. 근데 집은 어떻게 잘 찾아왔네 싶어서 엄마한테 나 어제 어떻게 들어왔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조용히 들어와서 씻고 방에서 잤대.
그래서 아 걍 난 그때 곱창집에서 잘 나와서 쩌는 귀소 본능을 발휘해서 집에 귀신같이 잘 들어왔고 그때부터 저런 개 꿈을 꾼거구나.. 라고 납득이 갔는데,
핸드폰 통화목록에 밤에 꿈에 그 친구랑 통화한 기록이 남아있더라고.
뭐지? 싶어서 친구한테 너 어제 나한테 전화했어? 라고 물어보니까 했다고 너 막 집에 가고 있는 중이라고 담을 넘는다느니 뭐니 그런 소리들 했다고. 집엔 잘 들어간거냐고..
그러는거야.. 근데 그 와중에 엄청 덤덤하게 말했대. 나 담넘고 있다고.
대체 뭘까
그냥 정말 저 꿈을 꾸고 있다가 잠결에 친구 전화까지 받고 꿈 내용을 말해주고 다시 잠든걸까?
근데 나는 저 담을 넘는 순간 깨어났고 아침이었는데..?
아니면 정말 저 꿈 내용이 사실이었고 담을 넘어서 또 필름이 끊긴 상태로 집까지 어떻게 어떻게 잘 들어간걸까?
성인이 된 이후에 많은 술을 마시고 많은 필름들이 끊겨봤지만 저렇게 타임라인이 엉키는 비슷한 경험은 한번도 해본적 없음..
애초에 필름이 한번 끊기면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에야 쭉 끊기지..
저렇게 필름이 끊겼다가 중간에 다시 기억하고 다시 또 끊기고..이런 일도 없었어서..
별거 아닌 일인데 아직도 타임라인이 잘 이해가 안가서 종종 생각나는 꿈?혹은 일?이라 써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