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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전화를 받는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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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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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2009/03/12(木) 11:12:10 ID:jJuJBpzV0

우리 친가에는 전화를 받는 '무언가' 가 있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한정으로, 집전화에 전화를 걸면 '무언가'가 전화를 받는다.
그게, 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잡음도 아니고, 그냥 평범히 "네, ●●네 집입니다." 라고, 젊은 남자(인상으로는 20대전후반정도)의 목소리다.

근데, 그 '무언가'에게 일을 부탁하면 제대로 해 놔준다는거.
* 욕조에 물 받아놔줘
* ○○의 전원 끄는거 잊어버렸으니까, 꺼줘
* 몇 시가 되면 세탁물 좀 거둬줘
등등, 집안 한정으로, 사람과 만나는 것이 아닐 경우.(택배 좀 받아줘 같은건 안됨)

내가 태어났을 때 쯤부터 시작된거라니까 이래저래 수십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무언가'는 집에 있다는 것 같다. 요 전에 시험삼아 "엄마한테 ○○라고 전언 좀 부탁해"라고 말해놓자, 엄마가 집에 돌아오자 테이블 위에 메모가 놓여져 있었다고 했다.



236 :2009/03/12(木) 11:58:20 ID:jJuJBpzV0
>>235
밥솥의 스위치를 켜놓으라거나, 냉장고에서 물건을 꺼내놔달라는 것 까지는 해준적 있어. 하지만 좀 어려운 건 안되는 듯.
처음에는 "누군가의 유령인가?" 라고 생각했지만, 해당할만한 젊어서 죽은 친척 같은 것도 아무도 없어서, 어느 날 부터인가 이나리상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게 됐어.
(역주; 이나리상: 곡물의 신, 혹은 그를 모시는 신사. 여우가 그의 사자라고 생각한다.)



245 :2009/03/12(木) 17:23:32 ID:jJuJBpzV0
>>240
한번 가족 전원이 일부러 집을 비우고 카메라를 설치해놓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전화도 안받았고, 카메라에도 아무것도 안비춰졌어. 눈치챘던걸지도.

>>244
할머니가 살아있었을때 "언제나 고맙네. 선물 사서 갈테니, 뭐가 좋나?" 라고 전화로 물어보니까 "유부가 좋아" 라고 대답한 적이 있어서, 그때부터 우리집에서는 이나리상일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가까운 곳에 이나리상을 모시는 신사도 있고, 조금 맘에 집히는 것도 있고.
(역주; 일본에서는 여우가 유부를 좋아한다고 생각함)

전화는 2~3번 울리면 받아.
평범하게, 정말 모르는 사람이 받으면 누군가 집을 보고 있는거 아냐? 라고 생각할 정도로 평범하게 "네 ●●입니다. 아아, 응 알았어. 그럼 조심해서 돌아와." 라던가.
전화를 할때 자화상을 그려보라고 할까, 이름을 가르쳐달라고 해볼까 같은 걸 생각하면, 전화를 안받아. 꽤나 눈치 빠른 상대.



250 :1/2[sage] :2009/03/12(木) 18:09:33 ID:6VwPuanu0
>>246
만남의 계기는 꽤 전의 이야기가 되는데, 우리 친가의 뒷쪽에는 산이 있어서, 좁은 등산로를 조금 올라간 곳에(어른의 걸음으로 5분도 안걸릴 정도) 곡물의 신을 모시는 작은 사당이 있어.

내가 아직 태어나서 얼마 안됐을 때에 감기에 걸려 있었는데, 고열이 며칠이고 이어져서 엄마가 잠도 못자고 간병을 했었대. 지친 엄마가 정말 아주 조금 한 1, 2분 깜빡한 사이에 내가 없어진거야.
집안을 찾아봐도 없고, 엄마랑 나 이외에 집에 있었던 건 할머니 뿐. 하지만 할머니도 보지 못했다고 하고.
반미치광이처럼 찾아다녔는데, 집 뒤쪽으로 돌았을때 엄마가 어딘선가 아기 목소리가 들려서 산으로 가보니까, 그 사당 앞에 내가 자고 있었대. 그리고 열은 완전히 내려가 있었다는거야. 아직 옹알이는 커녕 혼자 몸을 뒤집을 수도 없는 애기가 어떻게 거기까지 이동한 건지, 누군가에게 끌려 간거였는지, 결국 아무것도 모른채로 끝났어.



251 :2/2[sage] :2009/03/12(木) 18:10:07 ID:6VwPuanu0
시간이 지나서 내가 유치원생일 때.
일이 있어서 가족 전원이 집을 비웠던 적이 있어. 나는 유치원에, 그리고 집에는 가까이 살던 고등학생인 사촌형이 집지키러 와주기로 했었을 터.
유치원이 끝나고 집에 전화를 하니까 남자가 전화를 받아서 사촌형이라고 생각해서 지금부터 집에 돌아갈게 라고 하니까 "간식 테이블 위에 둘테니까 조심해서 돌아와" 라고 대답.
집에 돌아와보니 간식이 준비되어 있고 아직 뜨거운 차까지 있었지. 하지만 사촌형은 커녕 아무도 없었어. 사촌형은 집지키기로 한걸 완전히 까먹고 놀러 갔던거야. 즉 친가에는 아무도 없었거지.
그럼 그 전화를 받은건 누굴까? 이게 첫 만남이었어.

처음에는 내가 전화했을 때 뿐이었어서 가족들도 반신반의 였는데, 그 사이에 한명, 또 한명 같은 경험을 했어. 조금 지나자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추궁하는 것도 불쌍하다" 고 판단해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보이지 않는 가족이 늘었다 라는 인식으로 정리되었지.


* 어느날 할머니가 선물은 뭐가 좋아? 라고 묻자 유부라고 대답했다.
* 처음엔 나 한정이었다. 나를 구해준 것이라고 하면 뒷 산의 이나리상이라는 이 두가지 점에서 부터 혹시 이나리상인거 아닐까 라는 것이 되어 지금까지 왔다.

어라 내 ID



252 : 2009/03/12(木) 18:13:17 ID:6VwPuanu0
최종미스.
ID 변했다.

>>248
다음에 집을 비울때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전화해서 "테이블 위에 유부 올려놨으니까 먹어" 라고 말해놓았더니, 집에 돌아왔을 때는 다 먹고 식기까지 씻어놓았었어.



266 :2009/03/12(木) 22:10:55 ID:1HLa2Y490
자꾸 ID 바뀌어서 미안
233(ID:jJuJBpzV0)=>>250(ID:6VwPuanu0)=ID:1HLa2Y490 입니다.

내일이 되면 그냥 무명씨로 돌아가겠습니다. 너무 길게 이어서 죄송.

>>255
나는 어렸을 때니까 별로 공포감 같은거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가족들은 처음에는 조금 기분 나빴다고 해.

>>256
조금 부끄러운 듯이 "고마워. 잘먹겠습니다." 라고 했다는 것 같아.

>>262
나 자신은 어떤 연이 있는 건지 전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나와 뭔가 관계가 있는 것 같은...
덧붙이자면, 내 아이들도 도와주고 있는 것 같아.
지금은 친가에 살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지켜봐주고 있는 걸까나 라고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

>>264
원래는 작고 소박한 사당이었는데, 내가 아기였을때 열이 내렸던 그 건의 감사로 토리이를 세우고, 내가 결혼하기 조금 전에 석공에게 부탁해서 작은 여우의 조각을 만들어서 놨어.
그 주변의 땅도 조금이지만 다듬어 놔서, 지금은 미니신사 처럼 되어있어.




아래 질문글 보고 댓글에 링크는 걸었는데
다같이 보고 싶어서 글로도 올려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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