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실제경험담 나처럼 가위 눌리는 덬 있어?
1,724 3
2020.01.31 23:37
1,724 3

흔히 가위눌림에 대해서 얘기하는 걸 보면 가위 눌릴 때 귀신이 보인다는 얘기가 많던데 내가 가위 눌릴 때는 그런게 전혀 없어(물론 보고 싶지도 않지만).

 

옛날 옛적에 내가 초등학생일 적 살던 집은 부모님과 외동인 나, 이렇게 셋이 살기에는 조금은 작은 집이었어. 약간 아령 같은 구조였는데 양쪽에 방이 있고 중간이 부엌 및 현관, 그리고 부엌 쪽에 화장실이 딸려 있었지. 방이 두 개 있긴 했지만 그렇게 크진 않았고, 유리창이 달린 미닫이 문이 있는 방은 베란다가 있어서 서재 겸 창고 겸 내 공부방으로 쓰고 다른 방을 안방으로 썼어. 집에 거실이 없으니까 TV도 당연히 안방에 있었지. 잠도 따로 자지 않고 우리 가족 셋이서 늘 이불 펴놓고 같이 자곤 했어.

 

그리고 이 집에서 살던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가위에 많이 눌렸을 때야. 내가 가위에 어떻게 눌리는지에 대해 설명하자면, 일단 아무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가 그런 기분이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정말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어. 몸을 눌린다기보다는 젤리 같은 반고체에 갇혀있다는 느낌? 당연히 몸을 움직일 수도 없고. 내게 사지가 있다는 걸 머릿속에서 계속 되새기면서 미친 듯이 발버둥쳐야 쥐가 풀린 것처럼 신체 말단(, )에서부터 서서히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해. 그러다가 사지가 완전히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때 가위가 풀리는 거야(몸으로 겪는 거라 말로 설명하기가 좀 힘듬). 그리고 이 모든 과정 동안 나는 정신이 온전한 채로 그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해나가야 하는 거지.

 

그런데 초딩 때의 가위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눈을 감은 상태에서 가위 눌리는 일(나이 들고 나서는 이쪽<<)도 있었지만 시각이 온전한 상태에서 가위가 눌리는 적도 있었다는 거야. 그러면 내가 자다가 가위에 눌리는 거니까 대부분 천장을 보는 상태로 가위를 겪게 되겠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시점이 바뀌기 시작했어.

 

아까 말했다시피 우리 가족이 잠자던 안방에는 티비가 있었어. 그런데 이 티비를 마주보려면 최소한 앉아는 있어야하잖아. 천장에 티비가 매달려 있는게 아니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가위에 눌리고 있는 내 눈에 티비가 보이기 시작한거야. 티비 말고도 티비가 놓여진 쪽 벽에 있는 화분이나 화장대의 모습도 말야. 거기다가 그 당시 내 키 기준으로 내가 서 있어야 볼 수 있을만한 시점에서 그 광경이 보이는거야. 그런데 막상 가위 깼을 때 나는 내가 자던 자리에 얌전히 누워있었고. 그래서 나는 내가 몽유병이라도 걸렸나 싶어서 식겁했는데 (내 기준으로) 더 심한 일이 나중에 벌어져.

 

언제나와 다를 것 없이 가위에 눌린 날, 그 때 나는 이전과 달리 집 안에 있지도 않았고 집 밖에 있었어. 밖에서, 한때 유명했던 동화책 '구름빵'에서 주인공 아가들이 구름빵 먹고 공중에서 둥실둥실 날아다니잖아? 그런 상태로 집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어. 그런데 집 안 광경이 우리집하고는 어딘가 달랐어. 화분(산세베리아였던 것 같음) 위치도 좀 달랐고. 나중에 가위 풀린 다음에 차분히 생각해보니까 우리 집이 아니라 다른 집 안을 들여다본 것 같았어(그 때 집이 빌라였고 1층 창에는 쇠창살 달려 있었는데(우리 집은 2) 1층에 살던 사람들 집을 엿본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 당시의 감정 같은 건 정말 모호하게 밖에 기억나지 않지만 엄청 당황하고 무서웠던 것 같고. 어찌저찌 가위는 풀긴 했는데 지금 봐도 이게 가위인지 유체이탈인건지 영 아리송한게 된거지 ㅋㅋㅋ 그래도 이상하게 그 후로 가위에 눌리는 일도 사라졌고, 중학교 입학 전에 다른 집으로 이사하게 됐어.

 

이사한 뒤에도 한동안 가위에 눌리는 일은 없었어. 엄마한테 들었는데 내가 초딩 때 살던 집은 음기가 강하다고 해야하나? 햇빛도 잘 안 들어오고 구조도 이상하고 전체적으로 안좋은 기운이 돌았다네. 외부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했겠지만(고부갈등이 좀 심했음) 그 집에 살 때 엄마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많이 아프셨고 집 분위기는 어둡고해서 이사를 가고 싶었는데 내가 싫어해서(친구들이 그 주변에 다 살았거든) 차마 그러질 못하고 계속 사셨던거지 ㅠ 어찌됐든 이사를 해서 그런지 내가 어느 정도 커서 그런지 몇 년동안은 가위 눌리지 않고 잘 살았어.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간지도 반년이 지났을 때,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 이 이야기는 자세히 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어느 날 나는 오랜만에 가위에 눌렸어. 그 날 집에 아빠는 안계셨고, 집은 전체적으로 어두웠는데 그게 시간이 밤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커튼 다 치고 집안 불을 다 꺼놔서 그랬는지는 잘 기억나지가 않아. 어찌됐든 느긋하게 핸드폰 만지면서 빈둥대던 나는 간만에 안방에서(그 때는 내 방이 따로 있어서) 까무룩 잠이 들었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끼기긱 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오기 시작하는거야. 뭐라고 해야할까, 철공소에서 철기둥을 쇠칼날로 가는 소리 같은 불쾌한 소리가. 그 때의 나는 잠이 덜깨서 그런지 멍청하게 아, 어디서 공사라도 하나보다 하면서 태평하게 생각했거든. 그런데 이 소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울리기 시작하는거야. 처음에는 멀리서 막연하게 들려오던 게 가면 갈수록 커지다가 급기야는 머리 전체를 울리는 소음으로 번지기 시작했어. 그와 동시에 오른쪽 귀에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는데 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게 더 심해지는거야. 이게 귓속에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귓바퀴에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생각하면 둘 다일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 내 귀를 무딘 칼로 썰어서 뜯어내는 것 같은? 통증이 계속되니까 나는 당연히 너무 아프고 무서워서 비명을 질렀는데 이게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어. 동시에 귀를 감싸려고 손을 움직여봐도 움직여지지가 않았고. 그제야 내가 가위에 걸렸구나 깨닫고 몸을 움직여보려고 해도 너무 오랜만이어서 당혹스럽기만하고 가위는 그날 따라 기가 막히게 풀리지를 않는거야. 귀는 귀대로 아프고, 소리는 소리대로 들려오고, 몸은 움직이질 않고. 그런 상황에 빠지니까 정말이지 울고 싶더라고. 그 때 내가 안방에서 자고 있다는 게 생각이 났어. 안방에서 잤으니까 당연히 엄마도 옆에 있을거 아냐. 그래서 필사적으로 엄마 엄마 하고 불렀어. 혹시 목이라도 트이면 내가 부르는 걸 들은 엄마가 날 깨워주지 않을까 하고. 그런데 소리도 입 밖으로 한 마디도 안 나오는거야. 엄마는 당연히 세상 아무것도 모르고 자고 있고. 그렇게 통증과 공포라는 환장의 콜라보에서 빠져나오질 못한 채 막판에는 거의 (뇌내에서) 미친 듯이 오열하면서 발버둥치고 있자니 갑자기 막혔던 게 확 풀린 듯이 소리하고 고통이 사라지면서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이 뒤에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아마 엄마 깨워서 꼭 붙어서 자지 않았을까 싶네.

 

이 이후에도 가위 몇 번 눌렸던 적이 있었는데 한 두 번? 그리고 위에 써놨던 것처럼 임팩트 있는 건 아니었고 그냥 하던대로 적당히 움직이려고 시도하면 풀리는 그런 종류인지라 크게 신경은 안썼던 것 같아. 여튼 귀신 보이거나 이상한 곳을 보거나 소리나 통증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제 머리에서 피가 말라가던 나는 아 이게 뭐 심령현상이나 이런게 아니라 그냥 몸이 피곤해서 못 움직이는데 정신만 말짱한건가 보다 생각하기 시작했지.

 

그리고 사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기도 한데 오늘 새벽에 정말 오랜만에 가위에 눌렸어. 밤에 커피를 마셔서 그런지 오전 3시가 지나도록 올빼미처럼 두 눈이 말똥말똥한 채로 계속 핸드폰만 들여다보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거든. 그렇게 세상모르고 자던 중에 입술 위를 뭐가 누르는 듯한 기분이 들더니 그게 갑자기 입 속으로 부드럽게 파고 들어서(이빨이 없는 것처럼 쑥! 들어갔다고 해야 하나) 지퍼 닫듯이 가로로 쫙 긋더라고. 그리고 오우 이거 써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순화시켜서 말하자면 내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가 가슴을 만지작대는 느낌이 드는거야 ㅋㅋㅋㅋㅋ 그래서 식겁해서 몸 움직여보려고 했는데 그것도 안되고 해서 아 ㅅㅂ 가위 눌렸구나 눈치를 챘지. 생각해보니까 자기 전에 공포 카테고리 글 읽고 있었던지라 그 때는 아 ㅎㅎ 이거 악몽 꾸는거 아니겠지? 싶었는데 그게 하필이면 악몽(이것도 문제지만)이 아니라 가위로 온거야 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몸 움직이려고 시도하는 동시에 엄마 종교가 불교여서(참고로 아빠는 무교) 입으로는 계속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 외우고 별 지랄을 하는데도 쉽게 안풀리는 데다가 간만에 겪는거라 멘붕이 와서 울 것 같았는데 다행히도 어느 순간부터 입 밖으로 염불 외는 소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어. 동시에 손가락도 움직이기 시작해서 조금 있다가는 완전히 풀렸고. 그리고 그 상태로 침대에 앉아서 아...이걸 어째야하나...당장 안방으로 튀어가야하나 싶었는데 그냥...잤어...다 큰 딸이 새벽에 가위 눌렸다고 안방 처들어가면 엄마가 크게 놀랄 것 같아서 ㅋㅋㅋㅋㅋㅋ...다행히 아무 일 없이 아침 해를 맞이 할 수 있었고:)

 

어쨌든 새벽에 이런 일 있었다고 친구한테 얘기하던 중에 갑자기 공포 카테 생각이 나서 한번 글 써봤어. 이거 말고도 꿈 꾼 것 중에서 재밌는 에피소드? 같은 게 좀 있는데 반응 좋으면 한번 들고 와볼게 ( ´ ` )


+이거 쓰던 중에 갑자기 누가 문 계속 두들기길래(오후 11시) 쓰고 있던 내용도 내용인데다 무엇보다 시간 때문에 너무 놀라서 자고 있던 아빠 깨우고 야단법석을 떨었는데 택배 온거였어 ㅠㅜ 어후 마이 하트 브로큰될 뻔

목록 스크랩 (0)
댓글 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티르티르] 티르 패밀리 세일 & 1억 1천만 원 상당의 초호화 경품 이벤트(+댓글 이벤트까지!) 191 06.21 22,879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420,425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192,30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662,272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2,889,511
공지 잡담 고어물 및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사진 등은 올리지말고 적당선에서 수위를 지켜줘 18.08.23 26,219
모든 공지 확인하기()
901 실제경험담 직방에 쓰려다가 너무 tmi라 공포방에 쓰는 야근하다 귀신?? 본 얘기 ㅋㅋㅋ 7 06.15 943
900 실제경험담 꿈에서 오방기 들고 있었음 10 05.20 2,803
899 실제경험담 고속도로 3차선에서 검은 인간 귀신 봄(그림판) 2 05.15 1,798
898 실제경험담 나 전에 다니던 회사에 귀신나왔었음 9 05.14 2,977
897 실제경험담 진짜 별거 아닌데 갑자기 예전에 겪은 일 생각나서 말하러 옴 7 05.09 2,686
896 실제경험담 초등학생 때 겪었던 공포썰 5 05.09 2,023
895 실제경험담 복도에서 들었던 엄마를 부르는 소리 2 05.09 1,296
894 실제경험담 영적으로 민감한 사람이 점집 막 들낙거리면 안되는 이유(feat.신점 후기) 27 04.27 4,698
893 실제경험담 예지몽 꿔본 적 있어? 5 04.20 1,497
892 실제경험담 공포방이 있네 ㅋㅋㅋ 내가 겪었던 무서운 일 + 소소한 무당 얘기 (사진 주의!!) 7 03.21 3,474
891 실제경험담 내가 겪은 기이한 경험 몇 가지 2 03.14 1,998
890 실제경험담 좀 소름끼쳤던 꿈이야기 5 23.11.19 3,028
889 실제경험담 혈육이 자꾸 자기 신병 아니냐고 하는데 무서워 13 23.11.12 5,143
888 실제경험담 꿈꿨는데 너무 징그러웠어...... 1 23.10.06 1,981
887 실제경험담 100일 된 아기 사진을 두고 제사를 모셨던 썰 10 23.09.20 4,627
886 실제경험담 전혀 무섭진 않은데 내가 겪은 가위 비스무리한거랑 귀신 비스무리한거 1 23.09.14 1,806
885 실제경험담 ㅇㄱㅍ)영감의 ㅇ도 없는 나덬이 자주 겪는 이상한 일들 9 23.09.07 3,001
884 실제경험담 엄마가 나한테 얘기해줬던 경험담. 11 23.09.01 4,159
883 실제경험담 죽은 사람한테나 좋은 거지 13 23.08.25 4,381
882 실제경험담 심야괴담회 원피스 입은 여자 사연 보고 온몸에 소름 돋음 7 23.08.24 4,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