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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전래설화 - 호랑이 변신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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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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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산 호랑이



옛날 경상남도 창원 땅의 자여마을에 구씨 성을 가진 젊은이가 살고 있었다. 


가진 것은 없지만 무척 힘이 세고 착했으며 게다가 효성이 아주 지극하여 마을에서는 효자청년으로 불렸다. 



효자청년에게는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다. 


노모가 날로 기운이 쇠약해져 보약이라도 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려운 살림이라 아내와 함께 머리를 


싸매고 궁리해 보아도 별도리가 없었다.



 

효자청년은 어머니를 아내에게 맡기고 마을 뒤 정병산 중턱에 있는 바위굴에서 산신한테 빌기로 하였다. 


효자청년은 소년 시절에 정병산에서 무술을 닦으면서 산신한테 기도를 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효자청년이 정병산의 굴에서 매일 기도를 하는데 밤이면 굴 밖에서 늑대가 으르렁거리고 얼마 뒤에는 이내 


호랑이가 사납게 울부짖었다. 


그러나 효자청년은 어머니를 구하고 싶은 효심 하나로 잘 견뎌 냈다. “


산신령님, 예전에 저를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어머니를 위해 기도하오니 부디 이 효심을 받아 주소서.”


 

효자청년은 몇날 며칠이고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야밤중이었다. 효자청년이 기도하느라 눈을 감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는 듯하였다. 


효자청년이 눈을 떠 보니 온 굴 안에 광선이 비치더니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산신령이 나타나 책 한 권을 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네 효성이 하도 지극해서 이 책을 주노라. 


한밤중에 이 책을 보면서 책에 있는 대로 긴 주문을 외우거라. 반드시 목욕재계한 다음에 책을 보면서 외워야 한다. 


그렇게 하면 너는 호랑이로 변신할 것이다. 밤중에는 호랑이로 나다니다가 새벽이 되어 날이 새기 전까지 다시 또 책을 


보면서 주문을 외우거라. 그러면 너는 다시 사람이 될 것이다. 


호랑이가 되어서는 고라니 열 마리를 잡아 어머니께 고아 드려라. 좋은 약이 될 것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호랑이로 변신하거든 이 산속에서 사람을 해코지하고 다니는 못된 호랑이 세 마리를 


먼저 잡도록 해라. 자기 가족을 구하기 전에 남들부터 먼저 구해야 하느니라. 


그렇지 않으면 네게 화가 미칠 것이다.

 


효자청년은 집으로 돌아와 산신령이 시킨 대로 하였다. 


아내가 잠든 야밤중에 일어나 개울에서 먼저 몸을 깨끗이 씻고는 방으로 들어와 책을 펼치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갑자기 피부가 근질근질해지는가 싶더니 효자청년은 한 마리 큰 호랑이로 변신하였다. 


효자청년은 그 길로 정병산으로 달려가 사람들을 해코지하는 세 마리 호랑이 중 한 놈을 찾아내 어금니로 목을 물어 죽였다.



 

이튿날도 호랑이로 변신한 효자청년은 두 번째 나쁜 호랑이를 찾아 죽였다. 


무섭고 두려웠지만 효자청년은 오직 노모를 살릴 수 있는 길만을 생각하였다. 


두 마리의 나쁜 호랑이를 처치한 효자청년은 남은 한 마리 호랑이는 차차 잡기로 하고 고라니 사냥부터 먼저 하기로 작심하였다.


 

효자청년은 밤마다 목욕재계하고는 책에 따라 주문을 외우고 호랑이로 변신하여 하룻밤에 한 마리씩 고라니를 잡아서 


정성껏 어머니한테 올렸다. 


물론 새벽이면 다시 사람이 되어 평소와 같이 들일도 하고 산일도 하면서 그렇게 아홉 밤을 보내 어머니한테 아홉 마리의 


고라니 곰국을 올렸다. 


"이제 한 마리만 더 잡아 고면 어머니가 완전히 기운을 차리게 될 것이야.” 효자청년은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마음이 가뿐해졌다.


 

드디어 마지막 밤이 왔다. 


효자청년은 한층 더 정성스레 목욕재계를 하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였다. 


이내 효자청년은 호랑이로 변신하여 정병산을 향해 나는 듯이 뛰쳐나갔다. 


그런데 이때 효자청년의 아내는 자는 척하면서 이 모든 사실을 지켜보고 있었다. 


며칠 밤부터 남편이 야밤중이면 잠자리를 비우고 나다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여 남편이 하는 일을 살피기로 작심한 것이었다.


 

호랑이로 탈바꿈하여 뛰쳐나가는 남편을 보고 기겁한 아내는 마침내 남편이 매일 고라니 한 마리씩을 사냥해 온 일을 알아차렸다. 


남편이 저렇게 호랑이로 나다니다가 포수라도 만나면 큰일이라고 생각한 아내는 모든 것이 책 때문이라고 여겨 아궁이에 책을 


불살라 버렸다. 


이러한 사실을 알 리 없는 효자청년 호랑이는 한참이 지나 고라니 한 마리를 잡아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이 마지막이야. 이 고라니를 가마솥에 푹 고아 어머니께 드리면 어머니의 병은 씻은 듯이 나을 거야.” 효자청년 호랑이는 


마냥 행복하였다.


 

방으로 들어온 효자청년 호랑이는 밥상 위에 두고 간 책을 찾아보았으나 책은 어디에도 없었다. 


새벽이 되고 아침이 되어도 효자청년 호랑이는 다시 사람으로 변신할 수 없었다. 


아내는 두려움에 떨며 그간의 사정을 모두 털어 놓았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은 효자청년 호랑이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정병산으로 돌아갔다. 


효자청년 호랑이가 산으로 간 며칠 뒤 정병산 중턱의 바위굴에서 큰 총성이 들렸는데, 그 후 굴 가까이에 커다란 


호랑이 모양의 바위가 새로 솟아나 있었다. 


눈을 부릅뜬 그 바위 호랑이 머리는 자여마을 구씨의 집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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