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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거미 아저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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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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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키다리 아저씨가 있다.


우리 둘은 남들이 헤아릴 수 없는 교집합으로 얽혀있다.


그것에 자부심을 느껴왔고,특별하게 선택받은 존재라 여기며 살게 되었다.


지금의 거지같은 상황들도..조금만 꾹 참으면 '전부' 해결될 거라 여기며.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 그 정도의 시늉은 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에게 댓가를 바랄 수도 없을테니까.


내가 순수하지 않다는 점은 알고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


밥을 먹고 싶다.

고급으로만.


옷을 입고 싶다.

눈이 휘동그레질만한 것들로.


누리고 싶다.

가장 위 꼭대기에서,

욕망을 받치는 것이 나무 사다리라 할 지라도.



-


인스타그램을 켜 해시태그를 걸었었다. #외롭#쓸쓸#새벽 따위의.


가슴골을 한 껏 모은 후 혀를 살짝 내민 뒤 멍한 표정으로 찰칵.


얼마쯤 지나지 않아서 다이렉트 메시지가 오곤 한다. 함 하자. 섹시하시네요. 스폰. 조건만남.


이런 단어가 익숙하게 눈에 들어온다. 프로필 사진도 올려있지 않은 눈팅 계정들.


거의 벌거벗은  여자의 계정이 잔뜩 팔로워있는 유령 계정들이 대다수다.


간혹가다가 가족사진을 뻔뻔히 올려놓은 유부남의 계정도 보인다. (이게 바로 진짜 현실 호러 아니겠어?)


그런 것들은 양심 상이 아닌,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벌레들이므로 삭제-차단.


나에게 온전히 '투자'할 수 있는 자를 원한다. 그것이 남자친구의 형태이건 비스무레한 무엇이건 상관은 없다만.



사실, Sns에 올려진 내 모습은 진짜가 아니다. 사진 어플 몇개만 있으면 뚝딱 새로운 자아를 창조해낼 수 있다. 현실의 '나'는 못나고 추하다. 흰 백지를 꺼내어 보라. 그리고 볼펜으로 잔뜩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북북 그어보길. 그게 내 피부이다. 그리고 그 비죽한 구멍이 내 눈동자를 숨기고 있는 모양새와 닮았다. (누구도 굳이 내 눈동자를 들여다볼 엄두도 내지 않을 정도였지.) 그리고 종이를 주먹을 꽉 쥐어 구기기를. 그것이 세상에서 받는 존재의 취급. 거의 그 정도니까.


이런 나를 업그레이드 시켜줄 사람이 세상에 필요하다. 하지만..아직 내 보정 안 된 사진을 올려본 적은 아직 없다. 그럴 용기는 없다. 내 아바타같은 제2의 자아를 가지는 것. 그것 정도는 허락해달라고 세상에 절절히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니까.



[네 모습이 어떻던,난 너를 사랑해]


방금은 말도 안되는 메시지를 읽고 말았다.


그 사람의 프로필 사진은 없었다. 피드에는 내겐 낯설지만 고급스러운 취향의 커피숍,레스토랑이 7-8개쯤 포스팅 되어있었다. 클래식 교향곡의 커버 캡쳐들이 몇개가 달려있었고,각주따위는 달지도 않아있다. 한 눈에봐도 쉽게 만들어진 취향이 아님을 대부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흔한 허세용 명품 자동차 운전대라던가 한바탕 차려진 모듬스시와 사케 사진같은 것은 없었다. 단지. 얼굴을 자른 담백하지만 멋스럽게 차려입은 남자의 긴 하반신 사진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급하게 메시지를 읽지는 않았다. 여유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조금..궁금증이 들었다. 이런 사람이 이렇게 쉽게 내게 다가온다고? 그리고 나를 심지어 사랑한다고? 내가 누군지 어떻게 아는데?


손 끝의 지문에서 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할 무렵,다시 한 번 푸쉬가 울렸다.



[네가 추하더라도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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