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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반애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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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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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 섬의 왕 미노스는 자신의 세력을 굳건히 하기 위해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그리고 댓가로 요청한 잘생긴 소 한 마리를 준비했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아까워서 다른 소로 바꾸어서 보냈다. 이를 알고 화가 난 포세이돈은 미노스의 아내인 파시파에게 저주를 내렸다. 그녀는 잘생긴 수소에게 반하여 소의 자식을 베었고, 자식은 반인반수의 괴물이 되었다. 그리고 자식은 미궁에 갇혔다.]

 

미노 타우로스는 미친 듯이 날뛰는 젊은 청년의 목울대를 깊이 졸라 눌렀다. 청년의 몸은 힘이 풀렸다. 수북히 쌓인 시체 위로 그를 던진 채, 그는 눈길도 주지 않고 발걸음을 옮긴다. 자신이 있던 [미로의 중심]을 나오자 그는 깊이 숨을 뱉는다. 그동안 숨을 참고 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재물들의 살냄새를 쫓아 출구로 나아가는 길을 찾는다. 부러 고기엔 손도 대지 않았다. 먹으면 자신에게 살냄새가 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고픈 배를 잡아가며 한 참을 씨름한다. 자신의 힘으로도 이 단단한 벽은 깨지질 않으니, 이 수 밖에 없다. 되려 배가 고프니 코가 더 예민해진다. 결국 그는 탈출에 성공한다.

 

미노 타우르스는 출구 앞에서 고민이다. 출구 앞에서 문을 지키고 있는 수비병 때문이다. 그가 바로 자신의 탈출을 알리게 되면, 다시 가두어지는 건 시간 문제였다. 미노타우로스는 자신이 가진 궁금증을 꼭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시간을 벌고 싶었다. 미노타우로스는 두 발로 사람처럼 걸었다. 수비병이 미로의 벽 사이로 창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그가 외쳤다. “ 죽기 위해 들어간 몸! 얌전히 재물이 되어라! ” 그래서 미노타우로스는 알게 되었다. 이 수비병은, 자신이 아닌 재물인 청년들이 진실을 안 대신, 다신 살아서 나올 수 없도록 두었다는 것을. 그는 고마워해야할지 어쩔지 헷갈린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말했다. “나는 미궁 안의 괴물이다! ” 그러자 수비병의 창이 바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 나는 너를 해치고 싶지 않다. 너에게 피해가 가게 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나의 어미의 얼굴을 제대로 한 번 보고싶을 뿐이다. ” “ 그래서 너가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언가? ” 수비병의 말에, 미노타우로스는 양팔을 바닥에다 짚고 그 앞에 드러났다. 영락없는 소의 모습처럼.

 

크레타 성 안에서 왕비는 여느날처럼 창백한 기색이다. 미궁 안에 갇힌 자식걱정, 자식 때문에 제대로 돌아갈 길 없는 나라걱정에 늘 신경이 예민하다. 밀려드는 어지러움에 이마를 짚어본다. 찬 공기라도 맞아 기분을 전환할까 싶어, 창문을 활짝연다. 바람을 맞는 그녀. 창 밖으로 궁전 바로 옆에 지은 미로 안으로, 자식이 잘 있나 확인하려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미노타우로스가 없다. 옆에는 쌓인 시체만 보인다. 그녀의 입모양이 미묘하게 일그러진다. 모두가 위험하고, 미노타우르스 그 자신에게도 위험한 상황임을 그녀는 직감한 것이다. 왕비는 마음은 벌벌 떨지만, 손은 차분히 창문을 닫고 커텐을 내린다. 곁에 있는 시녀의 괜찮으시냐는 물음에, 고갤 끄덕이며 뭔가를 각오하는 듯하다.

 

 

한 남자 옆에 우람한 소가 함꼐 발을 맞춰 걷고 있다. 소는 이따금씩 찾아오는 쇠파리를 꼬리로 쫓아가며, 뚜벅뚜벅 걷는다. 사람이 아닌 짐승 흉내라도 내면서까지 그는 밖에 나와서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는 남자와 함께 왕궁을 찾는다. 그의 아버지가 포세이돈에게 재물로 바쳐졌던 것처럼, 그도 재물로 바쳐지려한다. 수비병은 살려준다면, 조공자로 연기해 같이 왕궁에 들어가는 것에 동행하겠다고 했다. 그들은 시녀와 시종을 거쳐서, 왕에게로 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앞에 마주한 사람은 왕비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많은 수의 병사들이 칼과 창을 들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한가지 계산하지 못한 오류가 있었다. 크레타 섬은, 왕비가 황소와 결합한 뒤로 소를 조공으로 바치는 일이 큰 모욕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외부인일 터인데, 아무리봐도 경비병인 남자는 크레타섬 사람이었다. 이 일을 전해들은 왕은 분노했다고 한다. 그러나 왕비가 어찌된 일인지, 그를 자신이 직접 처벌하겠노라 했다고 한다.

 

 

왕비는 신하들과 병사들의 만류에도, 그들을 전부 물러가게 했다.

그리고 먼저 말을 꺼냈다.

 

 

아들아. 오랜만이구나. ”

 

미노타우로스는 그 말에 대답처럼, 괴물의 포성을 질렀다. 그리곤 천천히 두 발로 일어섰다.

그는 한가지 왕비에게 물을 것이 있다고 했다. 왜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는 세상에 내놓았는지에 대해. 그러나 어머니는 아무런 대답없이 있다가, 그저 한 손가락을 하늘을 향해 짚었을 뿐이었다. 그녀에겐 모든 것이 신의 뜻이었던 것이다.

 

미노 타우로스는 자신이 왜 탈출했는지 궁금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왕비는 그것은 단 한번도 궁금해 본 일이 없노라 했다. 그것은 당연하지만 또한 어쩔 수 없지 않느냐 했다.

 

미노타우로스는 그 말에 말도 하지 않다가,

정중히 두 발을 꿇어 그녀의 어머니의 발에 입을 맞추곤 뒤돌아 나왔다.

 

그리고 왕궁을 나와서 그는 네 발로 걷기 시작했다.

그 뒤 그는, 소의 무리에 섞여, 우리가 찾지 못하는 곳 사이로 숨어버렸다.

그에겐 선택이야 말로 진정 원하는 것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크레타 섬에는 미궁의 괴물이 없어졌다는 소문에, 진짜 소를 괴물로 둔갑시켜 넣어놓았다. 그 뒤로 영웅 테세우스를 불러 소는 죽고, 정말 평화가 찾아든 듯 했다고 후세에는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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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작가가 되고싶은 무묭이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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