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No.1 스타’ 허웅(30·부산 KCC)을 만나기 위해 찾은 28일 경기도 용인의 KCC체육관 앞에는 각종 음료와 붕어빵을 만드는 미니트럭 두 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최근 집계가 마무리된 2023~2024 KBL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허웅을 응원하기 위해 열성팬들이 마련한 깜짝 선물이었다.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또 한 손으로는 붕어빵을 쥔 허웅은 “이렇게 응원해주는 팬들이 계셔서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KCC의 주전 슈팅가드 허웅은 KBL이 인정하는 인기 보증수표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팬들이 직접 뽑은 인기상을 4년 연속 독식했고, 올스타전 팬 투표에선 최근 3년 연속 1위를 포함해 개인 통산 5차례나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허웅은 “정말 과분한 사랑이다. 사실 팬 투표 1위를 한 번 해보기도 어려운데 벌써 5번이나 했다. 나는 정말 행복한 선수다”면서 “팬들의 사랑만큼 확실한 동기부여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 나 스스로도 좋은 길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허재(58) 전 KCC 감독의 장남으로 유명세를 탄 허웅은 연세대 시절부터 준수한 실력과 깔끔한 외모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프로선수도 아니었지만, 경기장과 숙소를 따라다니는 ‘오빠부대’ 팬들이 있을 정도였다. 2014년 원주 동부 입단 후에는 더욱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기량이 한층 성숙해지고, 팬층도 넓어지면서 KBL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인기 비결을 묻자 허웅은 “그래도 실력이 첫 번째가 아닐까 한다”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이어 “나 같은 경우는 실력도 실력이겠지만, 운도 많이 따랐다. 아버지의 후광도 작용했고, 동생과 함께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도 나오면서 과분한 사랑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허웅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2년 터울의 동생 허훈(28·수원 KT)이다. 둘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같은 학교를 나오면서 친구이자 라이벌 같은 관계로 자랐다. 지금은 형과 동생 모두 KBL의 흥행을 책임지는 스타가 됐다. 이번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도 허웅이 16만6616표로 1위, 허훈이 14만1655표로 2위를 차지했다. 다만 허훈은 지난 12일 서울 삼성전에서 코뼈를 크게 다쳐 올스타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허웅은 “다행히 동생의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지금은 가볍게 운동을 하는 정도가 됐다. 빨리 회복해 이전처럼 코트에서 날아다녔으면 한다”고 응원을 보냈다.
허웅이 이끄는 KCC는 최근 7연승으로 신바람을 내는 중이다. 개막 초반만 하더라도 연패가 잦았지만, 지난달 송교창(27)이 상무에서 제대하고 이승현(31)이 제 기량을 찾으면서 최준용(29)과 라건아(34) 등으로 이어지는 초호화 라인업이 힘을 내고 있다.
허웅은 “전성기 나이인 내가 이런 특급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행복하다”면서도 “지금 순위가 5위(13승9패)다. 아직 올라가야 할 계단이 많다. 특히 새로운 연고지인 부산의 농구팬들을 위해서라도 꼭 우승을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교롭게도 KCC에는 허웅처럼 현역 시절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던 스타가 있다. 바로 이상민(51) 코치다. 이 코치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9년 연속 올스타전 팬 투표 1위를 차지했다. 허웅은 “이상민 코치님의 존재감은 넘을 수 없는 벽과 같다.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웃었다. 이를 들은 이 코치는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 아닌가. (허)웅이가 지금처럼 좋은 기량을 유지하고,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면 통산 10회 1위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화답했다.
KBL 올스타전은 내년 1월 14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다. 허웅은 “팬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춤은 워낙 많이 춰서 다른 깜짝 이벤트를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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