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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알고있지만 서지완이 왜 이럴까? (5화 솔이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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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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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할까, 내가 다 잘못 했으니까 그만 잠수타라고 해야할까...원래 이런 일이 벌어져도 길어야 삼일이었던 냉전은 이번따라 유독 길다. 늘 화가 났어도 금방 풀어주던 너인데 교환학생 이야기가 충격이 컸던걸까..내가 주혁씨 얘기를 안 한거 때문에 화난건 아닐거니까.
이유가 어떻든 이렇게 잠수타고 말 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서지완은 내게 너무 가혹하다. 





"나랑 잠깐 얘기 좀 해"

"또 할 얘기가 남았어?"

"솔직히 니가 이렇게까지 화내는게 이해가 안돼, 잠수 탈 일은 아니잖아."


내가 싫어진걸까.. 말 없이 시선만 피하는 널 보면서 난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


"난 너랑..."


난 너랑 멀어지는거 같아서 매일매일이 힘들었어..난 너랑 늘 같이 있고 싶지, 이렇게 말도 못 하고 지내는건 견디기 힘들어..하고싶은 말은 많았지만 옆에서 벌어진 소란에 달려가느라 전할 수 없었다.




달려가보니 나비는 어떤 아저씨를 막고 있었고 박재언은 금방이라도 싸우려 하고있었다. 서둘러 아저씨를 막고 지완을 쳐다봤다. 너는 놀래서 급히 경찰서에 전화를 했고 난 혹여 너까지 아저씨한테 휘말릴까 걱정이었다.



나비와 같이 경찰서에 가는 길, 나비는 내내 박재언을 바라봤고 난 놀란거 같은 너만 계속 신경쓰였다. 경찰서에서 간단한 진술을 마치고 밖에서 기다리는데 다행히 너는 긴장이 풀린 듯 왜 이런일이 벌어진건지 궁금해 하는 눈치였고 나비는 계속 표정이 심각했다.



나와 지완이 해야할 말이 남은 만큼, 나비와 박재언도 마찬가지라 생각했고 나비에게 서둘러 가보겠다고 말했다. 나비는 괜히 일에 껴들게 했다며 미안해 했고 난 괜찮다며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하라고 지완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지완의 집 근처 놀이터, 여긴 우리만의 작은 아지트이다. 늘 집에 가기 전 헤어짐이 아쉬워 그네에 앉아 이것저것 얘기를 하곤 하는데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겨울엔 붕어빵을 사와 나눠 먹기도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지나치질 못하고 그네를 밀어주는데 이제 우리사이에 냉전은 없는것처럼 너가 자잘자잘 말을 늘어놓았다.


괜히 신고한거 아닐까, 나비가 그 아저씨랑 박재언 사이에 끼어들어서 막는게 대박이다 이런 소소한 말들, 나는 간간히 너의 말에 대꾸를 해주며 가만히 옆 얼굴만 바라봤다. 이렇게 둘이 있는게 마치 몇달 만인거 같아 새삼 지완이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많이 좋아하니까 그랬겠지"


내가 지완을 보는 표정도 그럴까? 나비가 박재언을 보는 표정에서 알아챘다. 아..나비가 박재언을 좋아하는구나..나비에게서 가끔 지완이 남친 생겼다는 얘길 전해 들었을 때 짓는 내 얼굴이 보였다.


그네를 밀어주던 손을 뺀 넌 집에 가겠다며 일어섰고, 난 아까 하다만 얘기를 하고싶어서 서둘러 붙잡았다.


"집까지 데려다줄게"

"너 오늘 좀 이상하다? 나한테 뭐 할 말 있어?"

"아까 우리 하던 얘기 마무리 못했잖아.."

"에이 됐어~무슨 우리 원래 이렇게 화해 하잖아. 적당히 없던 일처럼" 

"이번엔 그럼 안 될거 같아서. 너한테 교환학생 간단 얘기 안 한거 미안해"

"난 니가 우리 사이가 이 정도 밖에 안되네, 어쩌네 한게 더 기분 나빳는데"

"야..그건 니가 먼저 한말!..어..그것도 미안.."
 

서지완 특유의 삐죽이는 표정은 당해 낼 수 없다 지완이 잘못 한거여도 무조건 내 잘못이다. 


"플리마켓 때 짜증낸건 쫌 미안, 근데 왜 그 남잔 얘기 안한건 사과 안하냐?"

"야 그건 좀 억울하다 나랑 주혁씨랑 그런 사이 전혀 아니야"

"그런 사이 아니면 무슨 사인데?"


주혁씨랑 내가 무슨 관계라고 정의 될 만큼 가깝지도 않고, 그냥 진짜 어쩌다 내 실수로 알게 된 사인데 생각보다 지완이 신경을 많이 쓴다.  
내가 남자랑 있는 모습을 처음 보여줘서 그런걸까.. 지완의 의식이 기쁘기도 하고 어쩐지 얼떨떨하다.


"그냥 진짜 어쩌다보니 알게 된 사이야."

"그니까 그게 무슨 일이냐고, 너 나한테 말 안해 줬잖아."

"저번에 애들 만났던 날 내가 주혁씨한테 실수를 좀 했어."

"실수?"

"응. 내가 핸드폰 보다가 주혁씨 오는 걸 못 봐서 커피를 옷에 쏟아가지고."

"아..근데 왜 계속 만나는데?"

"미안해서 세탁비 주려고 만났는데 돈도 안받으시고.. 대신 내가 디저트 사겠다는거까지 주혁씨가 냇거든, 그래서 학교 구경시켜 달라는 걸 거절 할 수 없었어."

"애초에 계좌로 돈만 보내면 되는거 아냐? 요즘 핸드폰으로 10초면 다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만나서 주는데? 그리고 그런관계 치곤..저번에 밤에도 전화온거 같은데 그런 사이 아닌거 맞아? 아 아니다 너가 아니라면 아닌거겠지. 집에 다왔네, 나 들어갈래 너도 얼릉 집가."

"어어..내일보자"




지완을 데려다 주고 집에 가는 길, 이 길은 고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별다른게 없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처럼.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학원을 가고, 늦은 밤 너를 집에 데려다 주는 길. 팔짱을 낀 너와 걸으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건 언제나 기분이 좋았다.
아닌 척 해도 은근 혼자 다니는 걸 안 좋아하는 너라 구태여 난 산책하는 겸 데려다주는 거라고 같이 걸었고, 집에 도착한 넌 반대로 내가 심심할까봐 집에 들어 갈때까지 전화를 해주었다. 마치 지금처럼



-윤솔! 집에 잘 가고 있어?

"그럼. 넌 잘 들어갔지?

-들어가는거 봐 놓고 뭐래, 아 아까 저녁을 안먹었더니 배고프다"

"저녁 안먹었어? 뭐 먹고 들어갈걸 그랬나봐. 집에 먹을거 있어?"

-밤이라 간단히 씨리얼만 먹으려고, 아 씻기 귀찮다"

"그래도 씻어야지."

-윤솔.

"응?"

-우리 이제 다 풀린거다? 그냥.. 너 계속 신경쓸까봐"

"응. 고마워"

-야 고맙긴 뭐가 고마워, 지금 어디쯤 가고 있어?"

"거의 다 도착했어. 너도 얼른 씻어 내가 집 들어가면 카톡할게."

-알았어. 들어가면 꼭 카톡해!





학교에 가니 빛나랑 애들이 나랑 나비가 엠티 안간다는 소식에 아주 난리다. 나비를 보니 박재언과 잘 안풀린거 같은데 애들은 눈치없이 나비한테 박재언 얘기만 할 뿐이었다. 나비가 박재언을 정리하려고 마음 먹은거 같긴 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찌 맘대로 되는게 아니니 걱정이다. 내가 누굴 걱정할건 아닌데 짝사랑 동기라도 생긴 기분이다.



교수님이 작품을 봐주시는 날, 요즘 왜 인지 집중이 안되는 날이 많다. 전에도 그랬지만 멍하게 지완만 보고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거 같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교수님이 오시는 소리를 못 들었고 그 탓에 내가 교환학생을 가지 않겠다고 한 걸 지완이 알게 되었다. 이번만은 내가 먼저 말했어야 하는데..지완을 바라보니 표정이 많이 굳었다. 



수업이 끝나고 서둘러 너를 따라 쫓아가는데 사물함을 여는 소리가 많이 날카롭다. 얼른 너를 붙잡아야 하는데 유세훈이 교환학생 진짜 안가는 거냐며 말을 걸어오니 그마저도 쉽지 않다. 내가 안가는게 맞다고 하니 넌 바로 사물함을 잠그고 떠나버렸고 난 멍하니 뒷 모습만 쳐다 볼수 밖에 없었다.



내가 교환학생을 안 가는 이유는 오직 지완이 곁에서 떠나기 싫다는 이유 하나다. 지금처럼 쭉 친구여도 좋으니까 지완의 옆에 있고 싶다. 나중에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누가 묻는다 해도 내 대답은 항상 똑같을 것이다. 후회하지 않는다. 전에도 지금도 지완의 옆에 있는 것은



이번엔 내 잘못이 커서 먼저 계속 연락을 하고 집 근처에 찾아도 갔지만 지완이 얼굴조차 보여주질 않는다. 갤러리전 발표가 코 앞이라 정신이 없지만 
머릿속에 가득 찬건 화난 지완뿐이다.



내 전시작품의 주제는 결합이다. 작품의 주 재료는 철도에 쓰이는 침목인데 나무에서 느껴지는 단단함과 기차가 지나쳐 생긴 수 많은 상처들이 마치 나를 닮은 거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발표장을 둘러보니 지완은 보이지 않고, 얼른 발표를 끝내고 아예 집앞에서 기다릴까 생각만 하고있었다.



내 발표 차례가 되고 긴장은 하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내 작품을 소개한단 떨림에 차근차근 말하는 와중 나를 바라보며 윤솔 최고다! 소리치는 지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난 집중해서 발표를 마칠 수 있었고 먼저 다가와준 너에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지완아 말 못한거 진짜 미안, 너 학교 안 나올 때 말씀드린거라 타이밍이 안 맞았어."

"됐어. 내가 진짜 너 꼴도 보기 싫은 거 괜히 발표 망칠까봐 꾹 참은거야. 알았어?"

"응."

"웃긴 왜 웃어? 나 아직 다풀린거 아니야! 근데 너 한국 남는다니까 참는거라고"



오늘은 집에 가기전에 맛있는 걸 사줘야겠다. 디저트도 사주고 다 사줘야지. 먼저 풀어준 지완이 너무 고마우니까 오늘은 해달라는 걸 뭐든 다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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