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접시에 갑자기 레몬이 놓여 있거나, 찻잔 밑바닥에 낙서가 그려져 있더라도… 호들갑 떨지 말고 그냥 무시하도록 하세요. 반응이 격할수록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그 사람만 더 신나게 해 줄 뿐이니까」
——하녀장 다니카가 얼음 궁전의 신입 메이드들에게 남긴 당부
◆ 이름: 베스나
◆ 호칭: 눈꽃 연회의 검
◆ 「겨울군」 사령관
◆ 별의 쐐기: 바람
◆ 운명의 자리: 꽃차례자리
「겨울군」 사령관
스네즈나야에서 「스트리보자」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씨다.
이 유서 깊은 바람 요정 가문은 스네즈나야가 아직 혼란의 시대에 있던 시기보다 훨씬 전부터 존재해 왔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풍파를 헤쳐 왔고, 그에 버금가는 명성을 쌓아 왔다.
베스나는 충분히 그 성씨를 이어받을 자격이 있는 인물이다. 빛나는 존재감과 우아한 자태, 자연스레 배어 나오는 품격과 고요한 기품을 지니고 있으니… 뭐,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러하다는 말이다.
자유분방하기 그지없는 베스나는 남들이 정해놓은 예절이나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때그때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은 파격적인 행보로 주변을 놀라게 한다. 어느 날은 운전 금지 처분이 내려지는 것이 아닌가 싶은 엄청난 속도로 열차를 몰아 레일 위에 잔상을 남기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공들여 고른 시큼한 레몬 조각을 동료의 접시 위에 몰래 올려놓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베스나의 고귀함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녀의 명예와 영광은 관습이나 예법이 아닌, 그녀의 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겨울군」은 여왕이 직접 휘두르는 무기이며, 베스나는 그중에서도 가장 예리한 칼날이다.
바람 요정 중에서 베스나는 나이가 많은 편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 어리지 않나 싶은 정도였다. 처음 「겨울군」에 입대했을 때, 그녀는 「스트리보자 가문의 꼬마 아가씨」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호칭은 베스나의 뛰어난 실력과 공적에 밀려 금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가 정식으로 「겨울군」 총사령관직을 맡게 되었을 무렵, 「베스나」라는 이름은 이미 「스트리보자」라는 성씨조차 무색해질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기나긴 세월을 거치며 명성을 쌓아온 가문은, 마침내 다시 한번 가문의 휘광마저 뛰어넘는 이름을 탄생시킨 것이었다.
다만 베스나에게 있어 자신의 영광은 가문의 이름도, 뛰어난 재능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직 하나——「여왕을 위하여, 스네즈나야를 위하여」라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 신념은 마치 오래된 빙하처럼, 아무리 변덕스러운 바람이 불어도 결코 바뀌지 않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