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그 누구에게도 호의를 베풀지 않는다. 오직 전력을 다해 싸우는 자만이 그것에 맞설 자격을 얻을 수 있지」——「어릿광대」 피에로
◆ 이름: 아를레키노
◆ 호칭: 어둠 속 재액의 달
◆ 「벽난로의 집」 가주
◆ 신의 눈: 불
◆ 운명의 자리: 연옥불자리
아를레키노 ‧ 어둠 속 재액의 달
「벽난로의 집」 가주
아직도 아를레키노는 집행관으로 임명되었던 그날 밤을 기억하고 있다.
계단을 올라 복도를 지나자, 창밖으로 끝없는 설원이 펼쳐져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귓가에서 울부짖었다. 그것은 웃음소리 같기도 했고, 작별의 말 같기도 했다.
아를레키노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 기억 속의 환청이 현실의 말소리와 뒤섞였다.
벽난로가 활활 타올라 따스한 공기로 방 안을 채웠다. 불그스레한 불빛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비추었다. 누군가가 밖에서 본다면 영락없이 행복한 가족의 모습으로 비칠 만한 광경이었다.
아를레키노는 찻잔을 들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때, 갑자기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금 전까지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웃음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일렁이는 불빛과 흔들리는 그림자 속에서 방 안의 모두는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를레키노는 찻잔을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평온한 목소리로 몇 명의 이름을 불렀다.
「샤플로, 리니와 함께 가서 정보를 가져오거라. 폴츠, 너는 필리오랑 같이 집을 지키고…」
「네, 『아버지』」
간결하고, 한 치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아이들은 일제히 대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벽난로의 불은 꺼졌고, 방 안에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달빛만이 식어가는 홍차를 비출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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