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있는 덬들 있을지 모르겠지만ㅋㅋㅋㅋ
라틴어 교양으로 조금 배웠던 덬인데 원신에 라틴어 텍스트가 간혹 등장하는 게 흥미로워서 정리해봤어
주로 원신 세계관 고대 문명이 쓴 언어라는 설정으로 나오는 것 같더라고
해외에서도 그렇고 해석한 사람들이 많던데 다 정리할 겸 씀
1. 드래곤 스파인 고궁 밀실 안 벽화
많은 덬들이 이미 다녀왔겠지만 드래곤 스파인에서 3개의 함을 구하면 밀실을 열 수 있는데
입구부터 라틴어를 써놨어
왼쪽 비석에 새겨진 ITE는 '가라' 이런 뜻이야. 아마 들어가라는 뜻이겠지
중앙에 보이는 VEREMINI는 '존경하라' 혹은 '경배하라'쯤 될 듯
입구부터 신전의 느낌이 나지 않니
나는 이미 열어서 문이 없는데 함 다 구해서 열기 전에는 중앙의 동그란 부분에 석문이 있어
그걸 열고 들어가면
이런 벽이 보여. 차례로 왼쪽 벽-중앙 벽이고 오른쪽 벽은 왼쪽이랑 그림 글귀 다 똑같음!
처음 이 방 갔을 땐 아무 생각 없었는데 다시 보니 양 옆의 벽화랑 중앙의 벽화가 매우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이 드네
중앙의 벽화는 산 위에 빛나지 않는 달이 있는 반면, 양 옆 벽화는 빛나는 셀레스티아가 있고 거인으로 표현된 아마도 초월적 존재인 누군가가 사람들에게 빛나는 무언가를 전해주는 그림임
양 옆 벽화에 새겨진 글귀는 아래와 같은데
먼저 FIDELES ANGELI IUVANT는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해
'진실한 천사들이 돕는다' 혹은 '천사들은 믿음직한 이들을 돕는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자연스러운 해석이라고 생각해 왜냐면 아래 문구 때문임
AUDI TACE SEI VOLTIS VOS DISCITE
이건 해석할 때 좀 헷갈리더라고. 내가 배움이 깊으면 모르겠는데 살짝 맛보기만 해서ㅋㅋㅋㅋ 확신이 안 들었음
그래도 배운 선에서 얘기하자면 SEI는 잘 안 쓰는 단어인데 아마 SI를 고어 느낌을 살리려고 이렇게 쓴 거 같음
SI는 영어로 치환하면 IF에 해당하는 말인데 이건 절 앞 쪽에 오고, 중국어는 우종서라 아마 오른쪽에서부터 쓰지 않았을까 싶음. 어쨌든 그렇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으면 위의 문구가 완성돼
이건 굳이 끼워맞추자면 '만약 (너희가) 배우기를 원한다면 (너는) 들어라 조용히 하라' 이런 뜻이 됨. 해석이 좀 묘하지?
결정적으로 어긋나는 부분이 뭐냐면 '배우기를 원한다면'이라는 뜻이 되려면 DISCITE가 아니라 DISCERE를 써야할 거 같거든
VOLTIS가 '(너희가) 원한다면'이라는 뜻인데 여기엔 영어로 따지면 to부정사 같은 부정사가 붙어야 돼
DISCITE는 명령형이라 (너희는) 배워라 이런 뜻이고, DISCERE는 부정사 형태라 후자가 맞을 거 같은데 뭔지 모르겠어
미호요의 실수이거나 내 지식이 짧아서이거나... 아무튼 그래ㅋㅋㅋㅋㅋㅋ
이제 벽화 글귀 전체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으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됨
'만약 (너희가) 배우기를 원한다면 (너는) 들어라 조용히 하라. 천사들은 믿음직한 이들을 돕는다'
즉, 드래곤 스파인의 이 벽화는 셀레스티아와 거기서 지식을 전해 받은 드래곤 스파인 사람들을 묘사한 거고, 지식의 대가는 무언가에 대한 침묵이었다는 것
2. 츠루미 지하 유적 벽화
츠루미에서 퀘스트를 하다 보면 벽화 6개를 찍게 되는데 거기에도 글귀가 새겨져 있어
우리는 [달들]의 보호 아래 온전한 소년소녀들이다 (여기서 '온전한'은 의역인데 신앙으로 충만하고 신의 돌봄 아래 건강한 그런 느낌으로 생각하면 될 듯)
온전한 소년소녀들아 우리 [달들]을 노래하자
[당신들]은 TRIVIA 그리고 가짜 빛으로 빛나는 [달들]로 불리어왔다.
여기까지 세 문구는 사실 라틴어 원문에서 인용해 수정한 거야. 원문은 Catullus 34로, 로마 신화를 읽었다면 들어봤을 diana에 대한 시야. [] 부분이 원문에서 수정된 부분임. 달을 굳이 복수인 '달들'로 수정했더라고. 아마 그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었나 봐. 달의 세 여신을 모셨던 문명인가 봄. 벽화에 그려진 별도 꼭 세 개만 칠해져 있고, 달 모양도 초승달-그믐달이 이어져 보름달이 된 형상이고
*세번째 문구에서 'TRIVIA'랑 '가짜 빛'에 대해 궁금해할 덬들 있을 거 같은데, TRIVIA는 헤카테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음. 로마에서는 헤카테를 3과 연관지어서 교차로의 여신, 하늘-땅-지하의 여신 등으로 보기도 했고 저승 여신으로 여겨졌던 페르세포네와 동일시하기도 했다고 함. 달의 여신도 디아나(초승달)-루나(보름달)-헤카테(그믐달) 세 명으로 보기도 해서 여러모로 엮인다고... 그래서 라틴어로 된 고전시들 보면 달, 헤카테 얘기에 trivia 표현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네. 나도 이번에 찾아보다 알았음ㅋㅋㅋㅋㅋ '가짜 빛'도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당시엔 해와 다르게 달은 진짜 자기가 빛을 내는 게 아니라 빛을 빌려왔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대. 신기하더라
다음 세 문구를 아마 따로 만든 거 같은데 이건 벽화 3개가 한꺼번에 있는 방에 있어
그림 중앙에 셀레스티아가 강조된 게 보이지? 뭔가 흑막의 냄새가 솔솔 남;;
어쨌든 왼쪽 중앙 오른쪽 순서대로 문구를 보자면
HIC TACITUS PERMANAT CALOR ARGENTA(추정) '여기 고요한 열기(열의, 열정 등 많은 의미가 있음)가 은빛에 스며든다'
VIGILARIS CAELUM EST NOTHUM(추정) '감시받고 있다. 하늘은 가짜다'
IN STELLARE FRAGMENTI SAPIENTIA ABSCONDITUR '별자리 속에 지혜 파편이 숨어있다'
아마 은빛=달의 은유가 아닐까 싶은데... 달을 믿던 사람들이 이젠 입 밖으로 얘기를 못 꺼내고 은밀히 믿게 됐다는 거 같음. 연하궁 백야국 장서랑 합쳐서 보면 달의 여신 시대가 저물고 셀레스티아가 등장하게 된 시기를 보낸 문명인 거 같아. 셀레스티아 감시 속에서 이런 벽화를 남기고 별자리를 주목하란 힌트를 준 게 아닐까?
셀레스티아... 전 아무것도 보지 못했읍니다...
3. 층암거연
층암거연에서도 라틴어가 몇 번 등장하는데 아마 벽에 있던 보라색 글씨 기억나는 덬들 있을 거야
그거 해석은 theqoo.net/2409141022 이 이상 보탤 말이 없어서 이 글 추천!
그 외에도 보주 아홉 개 모아서 방을 열면 업적을 하나 주고 안에서 편지를 읽을 수 있어
업적명은 CREDE TENEBRIS '어둠들을 믿어라'임. 원래 CREDE TENEBRAE였는데 문법 틀려서 수정한 거 같아
어쨌든 방을 열면 딱 한 줄만 남아있고 나머지는 다 지워져 있는 편지를 볼 수 있는데, 지워지는 부분이 랜덤이라 유저들이 각자 한 줄씩 모아서 완성한 편지가 있어
바로 이 편지임! 되게 길어보이는데 사실 이 편지도 원문을 살짝 바꿔서 티바트 문자로 치환한 거야ㅋㅋㅋㅋ
원문은 바로 아까 나온 CATULLUS 시 중 하나인 CATULLUS 58b야. 이 시에는 도망친 CAMERIUS라는 친구를 찾아 헤매다 너무 지친 화자의 심정이 나와 있어...
당시 스피드로 유명한 여러 상징들을 나열하면서 '내가 뫄뫄, 솨솨, 무묭 등처럼 빠르지도 않고 설령 내가 빠르게 되더라도 지금 너무 지쳐있다 그래도 너 찾을 거야' 대충 이런 뜻이야. 아마 우리처럼 표현하자면 '야 김카메리우스 내가 우사인 볼트도 아니고 총알도 아니고 네가 나한테 날개를 달아준다 그래도 지금 개힘든데 어쨌든 너 찾을 거임ㅅㄱ' 뭐 이런 거 아닐까 싶음ㅋㅋㅋㅋㅋㅋㅋ
58b는 CATULLUS 55랑도 내용이 살짝 이어지는데 55에 위에서 언급한 업적과 비슷한 문구가 나옴. CREDE LUCI '빛을 믿으라.' 아마 의도했겠지?
이제 편지를 원문과 비교하면
빨간 부분이 원문에서 바뀐 거야. 아마 이걸 강조하고 싶었나 봐
CAENRIUM=켄리아의
NON FULMINEUS EGO LYRAE BARBATOS
MORPHES
AMICA=여성친구
그니까 이 편지를 쓴 사람은 여성친구를 찾아다니면서 '내가 켄리아 수호자나 바르바토스나 MORPHES 마차 바퀴처럼 빠르지는/강하지는 않아도, 내가 지금 많이 지치긴 했어도 나는 널 꼭 찾을 거야'라고 남긴 거임
(사실 바르바토스가 등장하는 구는 해석이 살짝 어려운데 원문을 따왔으니 아마 그 자리에 단어만 대입했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음. 원래 이 자리에 PERSEUS가 있던 걸 BARBATOS로 바꾼 거 같거든? 저 PERSEUS는 주격이 아니라 속격으로 쓰인 거고 형태만 동일한 건데, BARBATOS를 쓸 거였으면 속격으로 형태를 바꿔줘야 맞는 거 같단 말야. 근데 그대로인 거 보니까 이번에도 실수거나 내 지식이 짧은 거거나... 그리고 MORPHES가 골때리는데ㅋㅋㅋㅋ 아마 MORPHEUS를 여성형으로 변화시키려다 실수했거나 U를 빠트렸거나 둘 중 하나인 듯. 이 부분은 문법적인 거니까 그냥 넘어가도 무방해)
그리고 원문에는 없는데 추가된 두 줄은
CAELUM DILABITUR '하늘이 부서진다'
FALSITAS COLLABITUR '거짓이 무너진다'
왠지 이번에도 셀레스티아 저격인 거 같은데...?
이렇게 장문은 정리 끝임! 관심 있는 덬들 아마 없을 거 같지만ㅠㅠ 일단 내가 나중에 볼 거 같으니까 지우지는 않고 둘게
과연 떡밥이 풀릴 날이 올 것인가 기대함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