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된 지 좀 됐고, 둘 다 반응은 미미했는데 나는 재미있게 읽어서 감상문 써 봄.

어차피 탑 아이돌
아르메니아 대륙이라는 이세계 대마법사인 주인공이 마왕을 소멸시키면서 차원의 틈새로 추락, 대한민국으로 떨어졌는데 망돌이 예정된 중소회사의 연습생이 번개 맞고 심정지로 병원에 실려간 사이 연습생의 몸을 대신 차지.
이세계에서 신민들의 열렬한 신앙에서 마나를 얻고 있었다가 전혀 모르는 다른 세상에 들어와 마력도 신통찮고 아이돌이 뭔지도 모르는데 데뷔조 멤버들과 엮이다 보니 잠시 방황할 뻔 했으나 이미 3백년을 살아온 경험치가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이곳의 아이돌이란 게 신앙으로 마나를 얻는 저쪽 세상의 시스템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판단이 서자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기 아이돌이 될 작전을 짜게 됨.
한편 최후의 성전에 맞서 싸웠던 그 마왕은 어디로 갔는가. 이미 대한민국에 먼저 떨어져서 1군 아이돌의 리더가 되어 있음.
그럼 여기서도 또 싸워야 하나? 그렇지는 않고 그 차원의 틈새로 불러들인 또 다른 빌런이 있었으니...
아이돌과 마법사 조합이 어디서 많이 본 소재지만 '야생토끼 세 마리와 도베르만 한 마리' 같은 망돌 멤버들이 귀엽고 주인공의 느긋하면서 능력만렙 대처들이 웃기고 재미있음.
약간 데우스엑스마키나 같은 대단원의 결말이지만 230화 정도로 술술 읽히는 편.
카카페에서 연재된 거 같고 지금은 전 플랫폼에 다 있음.
***

망한 아이돌 재설계합니다
이 작가분 현재 연재중인 '어딘가 남다른 변호사' 를 재미있게 읽는 중이라 이건 어떤가 싶어 읽어봤는데 의외로 잘 짜여진 플롯과 완결까지 물흐르듯 유연한 진행이라 왜 반응이 이렇게 적었는지 좀 의아한 정도임.
내 생각엔 왠지 이 분이 만연체 스타일이 못 돼서 구구절절 풀어쓰는 걸 싫어하는 건가 싶은데 사실 그 '구구절절' 만연체는 일종의 재능(대표적으로 빅토르 위고)이라 안되는 사람은 절대 안 되는 것이니 어쩌면 하고싶어도 못하는 걸지도.
200화 정도 분량인데 쓰다가 반응 없어서 중간에 잘렸다거나 이런 느낌은 없고 처음부터 이정도 분량을 잡아놓고 내용을 조절한 거 같음.
아무튼 내 취향엔 더 맞아서 억지로 페이지 늘여가며 무리하는 것 보다 그냥 용건만 간단히, 자기 장점을 살리는 게 낫다고 봄. 독자 반응을 끌어내는 건 본인의 팔자에 달린 거라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없고 그저 소수의 독자 노릇이라도 해주자는 의미에서 완결까지 읽은 감상을 간단히...
재벌그룹 막내 아들이 부모와 형제(손위 형님들만 넷)들의 반대와 냉대에도 중소회사 망돌생활 7년을 버텼으나 나이만 먹고 별다른 소득도 없이 지방 행사나 간간히 뛰며 해체를 앞둔 시점, 홀로 일당백으로 같이 고생하던 매니저 형이 운전하며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급발진 사고로 멤버 전원이 비명횡사함.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7년 전 데뷔를 앞둔 시점으로 돌아와 있고 7년쯤 어려진 멤버들 얼굴을 다시 보게 되니 또다시 망돌의 길을 걸을 수 없다는 결심에 집 나오면서 갖고 있던 부모님(아마도 엄마)의 블랙카드로 계열사 백화점 가서 10억 선결제로 디파짓을 그어버림. 대표가 들고올 동묘 벼룩시장 헌옷 무대의상을 또 입을 수 없다. 대표가 작곡한 데뷔곡은 절대 안된다. 전생의 망돌 잔혹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 됨.
그렇게 고군분투하며 전생의 암울했던 전력을 하나씩 풀어가다보니 그시절엔 보지 못했던 어두운 비밀을 하나씩 찾아내고 진짜 빌런을 특정, 멤버들과 함께 고난을 헤쳐나가며 성공의 길로 가는 이야기.
전생에는 여섯이었지만 2회차에선 일곱이 되는 멤버들 조합도 재미있고 막내가 매우 귀여움. 아들 덕질하다 아이돌 덕질에 눈뜨는 재벌 사모님과 비서로 보너스도 잔뜩 받아가며 같이 덕질하는 회사원들도 웃기고 귀여움.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될 거 같으니 아래는 안 읽어도 무방함)
보통 회빙환에서 과거로 되돌아가게 된 이유 같은 건 잘 안 나오는데 이 소설도 뚜렷하게 이거다, 하고 가르쳐주는 건 아님.
근데 아들네미 때문에 열렬한 팬이 되어 물심양면 지원하는 재벌그룹 회장 사모님이 전생에도 비록 겉으론 집 나간 아들 괘씸하다고 지원도 끊고 모른척 했다지만(사실은 주인공이 부모한테 손도 안 벌림) 절에 가서 아들 포함 멤버들 전원 이름 새겨서 촛불 켜놓고 매일 같이 불공을 드렸다는 이야기가 결말쯤에 나오는데 어머니의 간절한 기원이 허망하게 죽은 아들을 되살리고 2회차에선 보다 적극적으로 인생을 개척하게 됐구나 싶음.
재벌집 막내 아들이지만 엄마 카드로 백화점 선결제 같은 걸 하면 증여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차용증 쓰고 이자 반드시 꼬박꼬박 갚아야 하며 소속사와 분쟁 생겼을 때 어머니의 지원으로 백억 넘는 투자금을 받아도 계약서 쓰고 팀이 성공한 뒤 재빨리 갚아버린다거나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적절한 설명이 나옴.
이걸 1회차에선 왜 못했느냐. 주인공이 데뷔하던 시점은 민증도 안 나온 고딩이어서 아무리 재벌집 아들이라도 세상물정 모르면 어른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데다 아버지의 반대가 심하니 처음부터 절연할 생각으로 기대지 않았던 건데 7년을 구르다 다시 되돌아오니 이용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끌어쓰는 사업가 마인드가 생긴 거.